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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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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7) 음송시문(吟誦詩文)- 시나 문장을 소리 내어 읽는다

  • 기사입력 : 2014-06-1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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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에서 살다 보면, 겨울 고요한 밤에 동네 선비들의 글 읽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글 읽는 소리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세 가지 즐거운 소리[三樂聲]’ 가운데 한 가지다. 그러나 생활방식이 바뀌어 한문을 공부하는 사람도 거의 없어졌지만, 혹 한문을 공부하는 사람이 있어도 소리 내어 글을 읽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여류 시인 유모(柳某)씨가 어릴 때 안동의 동족 마을을 떠나 대전에 가서 살았다. 그 할아버지는 시골에서 한문 공부한 선비인지라, 소리 내어 글 읽는 것이 체질화되어 자녀들을 따라 도시로 이사한 뒤에도 빽빽하게 붙어 있는 주택에서 자주 글을 읽었다. 그랬더니 옆집에서 바로 소음으로 생각해 읽지 말라고 경고를 보내왔고, 그 뒤에도 계속 글을 읽자 끝내 경찰서에 신고했다고 한다.

    고발한 사람은 시골서 자라지 않아 글 읽는 소리를 못 듣고 자랐을 수도 있지만, 60년대쯤에는 먹고살기에 바쁜데 무슨 한문 글 읽는 소리냐고 항의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무도 우리나라의 글 읽는 전통을 살려 계승해 나가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글 읽는 소리가 거의 다 없어졌다. 60년대에는 시골 노인들이 서울 가서 간혹 글 읽는 것을 가지고 민요대회 등에 나갔지만, 바로 예선 탈락이었다. 민요 심사하는 사람들 가운데 대부분이 글 읽는 소리가 무슨 소린지 모르기 때문에 민요 하고는 관계없다고 생각했다. 판소리나 민요 등은 인간문화재로 지정하고, 그 전수자를 두어 국가에서 재정적으로 크게 지원하고 있다.

    옛날의 서당에서는 한문을 배울 때 반드시 앞날 배운 것을 소리 내어 읽어 다 외우도록 했다. 소리 내어 읽는 방법이 어학(語學)을 배우는 데는 제일 좋은 방법이다.

    중국 사람으로 서양 선교사의 양아들이 되어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 유학해 서양 학문의 학위를 14개나 따서 돌아와 북경대학 교수가 된 고홍명(辜鴻銘)이란 사람이 있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전통 있는 귀족 집안에서 공부를 했는데, 공부하는 방식이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한문 공부하는 방식과 꼭 같았다.

    그리스 로마 고전, 유명한 시가, 셰익스피어, 카아라일, 밀 등 유명한 문학가나 사상가의 글을 외우도록 했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의 글 읽는 소리가 거의 다 없어졌다. 간혹 옛날 식이라고 읽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는 정통이 아닌 경우가 적지 않다. 다행히 국립국악원이나 국학진흥원 등에서 많은 노인분들을 방문해 그들이 글 읽는 소리를 채록(採錄)해 둔 것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나라의 한문 읽는 것을 녹음, 녹화하기 위해 며칠 전 중국에서 교수들이 한국을 방문했다. 남아 있는 분이라도 찾아서 채록하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 가치를 모르고 있는 것을 중국이 그 가치를 알고 정리하려고 하니, 앞으로 우리 문화의 가치를 우리가 알고 가꿔야겠다.

    * 吟 : 읊을 음. * 誦 : 욀 송.

    * 詩 : 글 시. * 文 : 글월 문.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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