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20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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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97) 고성 (7) 연화산 옥천사 천왕문~자방루

호젓한 산길에 스민, 산사의 꽃다운 향기
선경비·하마비 지나쳐

  • 기사입력 : 2014-08-1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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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 연화산의 옥천사 천왕문을 지나 경내로 가는 길. 왼편에 ‘선경비’가 있는 비각과 하마비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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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사 천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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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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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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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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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방루


    여름철은 휴가의 계절이다. 휴가란 일상에서 벗어나 지친 몸과 마음에 새로운 힘을 재충전하는 것이다. 우리의 휴가문화도 붐비는 피서객과 교통체증을 피하고 자녀와 함께 땀 흘리는 뜻깊은 가족여행으로 제안하고 싶다. 부족함 없는 행복한 시대에 태어난 요즘 일부 아이들은 나약하고 장래에 대한 뚜렷한 목표나 가치관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등산을 하려면 높이나 지형도에 따라 배낭의 크기나 준비가 다르듯이 아이들의 미래도 자신의 꿈과 목표에 따라 크기가 달라야 한다. 자녀의 장래에 대한 올곧은 목표를 결정해 주는 가장 훌륭한 교육자는 부모이다. 자녀와 떠나는 여행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 기차표를 사서 떠나도 좋고 자전거를 타고 떠나도 좋다. 산길이나 시골길을 걷다 해가 저물면 안전한 곳에 텐트를 치고 음식을 만들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행복의 가치가 거창하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여행을 하다 보면 길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이들은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고 미래에 대한 목표도 생기게 된다.


    ◆옥천사 천왕문·선경비·하마비

    잠시 고성 구만으로 돌렸던 발길을 연화산 옥천사로 향했다. 매표소 인근 저수지를 지나서 왼쪽으로 굽어진 호젓한 오솔길은 언제 걸어도 자연이 살아 있어 항상 아름답다. 길 양쪽으로 우뚝 솟은 늘씬한 나무들의 온갖 자태들과 계곡으로 흘러내리는 맑은 물소리가 바람소리와 어우러져 유유자적 나그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러다 보면 첫 관문인 일주문을 지나게 된다. 차를 가지고 가면 일주문을 돌아가고 걸어가면 일주문을 통과하게 된다. 걸어가는 발걸음이 산사로 가는 바른 길이다.

    일주문 근처에서 돗자리를 어깨에 메고 땀을 흘리며 산사로 가는 노(老)스님을 만났다. 짐을 들어 주겠다고 했더니 한가로운 객승이라고 하며 한사코 사양했다. 일주문을 지나 고즈넉한 산길을 끼고 올라가면 옥천사의 수호신을 모신 천왕문이 나오는데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경내로 들어선다. 천왕문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이다.

    4천왕은 본래 동·남·서·북(이것이 불교에서의 방위순서임)을 관장하는 방위신과 같은 존재이다. 중국문화의 건축은 후면으로 갈수록 중요한 건축물이 배치되는 일향성의 구조를 하고 있다. 이는 인도의 원형적인 건축구조와는 차이가 있다. 원형적인 건축구조일 경우 4천왕은 각 방위에 따라 4면에 배치된다. 그런데 이러한 건축구조가 일향성으로 바뀌면서 4천왕이 주된 출입로에 공히 모여 있는 배치가 됐다. 이것이 절집 건축에서 천왕문이다. 4천왕이 호국신의 역할을 강하게 부여받으면서, 왕이라는 문신적인 이미지에서 무신적인 이미지로 변모하게 됐다. 옥천사 사천왕은 동방에 지국천왕이 비파를 들고 있으며, 서방에 광목천왕이 탑을, 남방에 증장천왕이 용을, 북방에 다문천왕이 검을 각각 들고 있다. 옥천사 천왕문은 1991년에 건립됐다.

    천왕문을 나서 돌계단을 몇 개 오르면 왼쪽 붉은 벽돌담 비각 안에 옥천사에 시주를 많이 했다는 ‘증 호조참판 안공 선경비’(1922)와 하마비가 세워져 있다. 아무리 높은 벼슬아치라도 이곳에서부터는 말에서 내려 걸어오라는 표시이다. 옥천사에는 임금의 수복을 비는 축성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마비는 조선시대 종묘 및 궐문 앞에 세워 놓은 석비로 말을 타고 이곳을 지나는 사람은 누구든지 말에서 내려야 한다는 뜻이다. 하마비는 왕이나 장군·고관·성현들의 출생지나 무덤 앞에 세워 놓기도 했는데, 이들에 대한 존경심의 표시로 여겨진다. 옥천사 하마비는 언제 세워졌는지 알 수 없다.



    ◆옥천사 종각·청담스님 사리탑

    하마비를 지나면 풀에 가려진 막돌탑이 있다. 여기를 오갔던 민초들의 간절한 염원을 담고 있다. 하나둘 쌓아 올린 돌무더기는 때로는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동물을 쫓아 보내는 호신의 역할도 했다. 전나무 숲을 지나면 연화산에서 흘러내린 계곡을 가르는 연화교이다. 계곡에 발을 담그고 망중한을 보내는 등산객들의 모습에서 여유가 묻어난다.

    돌계단을 오르면 이내 운동장 같은 넓은 마당이 나오고 왼쪽에 종각이 있다. 마당 한쪽에는 오래된 배롱나무가 한여름 한껏 연분홍 꽃을 피우며 자태를 뽐내고 있다. 마당 오른쪽에는 하얀 화강암으로 다듬어 세운 청담(靑潭)스님의 사리탑이 있다. 옥천사는 진주에서 출생한 청담(1902~1971) 스님이 26세에 출가한 사찰이다. 대한불교 조계종의 총무원장과 종정을 두 번 역임했다. 스님은 1969년 총무원장에 취임해 종단 발전에 헌신하다 1971년 11월 15일 세수 70세(법랍 45세)에 홀연히 입적했다. 사리 15과는 스님이 주석했던 도선사와 문수암, 옥천사에 나눠 봉안했다.



    ◆옥천사 내력·자방루

    연화산 옥천사의 내력은 신라 의상조사가 당나라 유학 때 그곳 종남산에서 지엄선사로부터 화엄의 뜻을 깨닫고 귀국해 화엄대의를 선양하면서 국내의 영지를 가려 사찰을 세웠는데 그것을 화엄십찰이라고 일컬었고, 옥천사는 그중 하나로 신라 문무왕 16년 (676년)에 창건됐다.

    경내에 달고 맛있는 물이 끊이지 않고 솟는 샘이 있어 절 이름을 연화산 옥천사라 불렀고, 대한불교 조계종 제13교구 쌍계사의 말사이다. 옥천사는 창건 이후 수차례 중창했으나 조선 선조 25년(1592년) 임진왜란을 피하지 못해 불탔다가 인조 17년(1639년) 학명대사가 7번째 중창을 했다. 영조 40년에 자방루를 건립했으니 이때가 8번째 중창이다.

    옥천사의 특이한 가람 배치를 정확하게 보려면 천왕문을 통해 선경비와 하마비를 거쳐 연화교에 이르는 마당에서 7칸짜리 자방루를 봐야 한다. 조금만 눈여겨보면 여느 절과 다른 가람 배치를 금방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절집이 누각인 만세루 아래를 통과해 주 불전에 이르게 돼 있는데 옥천사는 자방루 좌측의 조그만 민가 대문 같은 곳을 통해서만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다른 출입구는 건물로 둘러싸여 있어 개방적이지 않고 폐쇄적인 구조이다. 하나의 성벽이나 양반집 안채 같은 느낌을 준다. 이는 절집을 외부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방어적인 기능을 강화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자방루(경남유형문화재 제53호)는 신도들에게 설법을 하거나 절의 행사 때 쓰이는 기구 등을 보관하는 장소로 사용되던 누각이다. 앞면 7칸·옆면 3칸의 규모이며, 지붕 옆면이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집이다. 지붕 처마를 받치면서 장식을 겸하는 공포가 기둥 위에만 놓인 주심포계 건물이다. 사찰에서 누각은 일반적으로 대웅전과 마주보고 있는데, 자방루 역시 앞마당과 누각의 마루를 거의 같은 높이로 해 대웅전 앞마당에서 출입하기 쉽도록 했다. 대웅전 마당 쪽을 향하는 면은 난간을 설치해 개방했고 서쪽과 북쪽면은 벽을 설치했는데, 특히 북쪽면은 7칸 모두 2짝씩의 널판장문을 달아 밖의 경치를 볼 수 있게 했다. 자방루는 간결한 구조이면서도 튼튼하게 건립돼 비가 올 때 승군 340명이 앉아도 끄떡없게 지어졌다고 전한다. 스님들이 자방루 단청을 하면서 그려놓은 화려한 비천상과 비룡상 그리고 새 그림 40여 점이 건물 곳곳에 있다. 자방루의 뜻은 꽃다운 향기가 점점 불어난다는 것으로, 불도를 닦는 누각이라는 의미가 깊다. 연화산 옥천사는 우아한 자태의 자방루가 있어 절의 품격을 한층 더 높이고 있다.


    ●맛집 △고성축산농협셀프식당: ☏ 673-9172. 고성군 회화면 배둔리 361. 기본 상차림 3000원(1인), 한우일반육(180g) 1만2000원, 고급육(180g) 1만8000원이며 돼지고기도 있다. 소비자가 직접 구입해 먹는 식당으로 추가 반찬은 무료이다. 현지에서 생산하는 재료를 사용한다.

    (마산제일고 교사·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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