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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8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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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씨의 꿈- 유정자

  • 기사입력 : 2014-08-1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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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여행하는 꿈을 꾼다

    나는 초원의 나무이고 싶고

    우듬지 위 자유로운 새이고 싶다

    또 누군가에게 마지막 잎사귀고 싶다

    연잎에 또르르 맺힌 한 방울 이슬이며

    그 이슬에 담긴 우주이고 싶다

    홀씨가 홀로 습지를 날아오를 때

    호수에 비친 것은 내 얼굴일거다

    내가 내 별에서 길을 잃어버렸을 때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그림자 뒤로

    불시착한 꿈이 울고 있을 것이다

    고독한 눈물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한

    가벼운 생의 의자가

    내가 잡고 있던 손을 놓아버릴 것이니

    어두운 궤도를 벗어난 행성 하나

    무중력에 핀 향기 없는 꽃이었다가

    바람 좋은 날

    햇볕 따뜻한 곳으로

    꽃씨로 낙하하며 돌아올 것이다

    ☞ 그녀를 만날 때 마다 때 묻지 않은 하얀 수건 한 장을 건네받는 기분이야. 상처를 닦아보겠니 지친 땀을 닦아보겠니. 말없이 보내는 착한 인사는 자꾸만 마음을 만져보게 돼. 한동안 가까운 자리에 머물지 못하고 별에서 길 잃은 새이거나 고독한 그림자이거나, 향기 없는 꽃처럼 손 흔들며 헤어지는 사이였었어, 이제는 그녀가 걸어가는 생의 의자에서 길 잃은 그림자를 찾아오기도 하고, 초원의 나무를 기쁘게 바라보기도 하고, 호수에 비치는 얼굴을 서로 매만져 주는 사이가 되었다 착각하고 싶어. 어쨌든 말이야 그녀가 시인으로 출발한 여행을 위해 격려의 악수를 하며, 어두운 궤도를 한참이나 벗어난 바람 좋은 날, 그래 다시 햇볕 따뜻한 곳으로 낙하하며 돌아 올 꿈 건강한 홀씨 하나, 그녀를 위해 나 역시도 기꺼이 함께 준비하고 싶어졌어. 김혜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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