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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6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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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아이 업고 달래다 할머니도 운다

■ 황혼육아로 위협받는 노년층 척추건강
아이 안을 때 허리에는 체중 10배 이상 충격
허리 휘어져 퇴행성 허리디스크 발생 위험

  • 기사입력 : 2016-02-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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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벌이하는 딸아이를 대신해 3년째 손녀를 돌보는 65세 김씨는 손녀와 함께 대부분을 집 안에서 보낸다. 외출도 쉽지 않고, 손주를 어르고 달래고 먹이고 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다는 탄식이 나온다. 이렇게 최근 들어 손주를 등에 업고 장을 보거나, 유치원 배웅을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시니어들의 6070황혼육아는 대한민국 신풍속도로 자리 잡을 만큼 계속 진행 중이다. 어쩔 수 없고, 사랑하는 자식을 위한 일이지만 ‘할마’와 ‘할빠’의 척추건강에는 빨간불이 켜진다.

    황혼육아, 척추·관절질환 불러

    ‘할마’는 엄마 같은 할머니를, ‘할빠’는 아빠 같은 할아버지를 의미하는 말이다. 맞벌이하는 자식을 대신해 실제로 엄마·아빠 역할을 맡는 노년층을 뜻한다.

    국립국어원의 자료에도 새 병명이 추가돼 눈길을 끈다. 조부모가 맞벌이 자녀를 대신해 손자. 손녀를 돌보다 정신적·육체적 문제로 발생하는 병, 바로 ‘손주병’이 그것이다. 손자, 손녀의 재롱은 너무 예쁘지만 황혼육아로 인해 노년기에 나타날 수 있는 질환들은 가속화되어간다. 그중 흔히 발생하는 질환이 바로 척추, 관절질환 바로 근골격계질환이다.

    노년층의 경우 이미 디스크 퇴행이 많이 진행돼 디스크의 탄력이 떨어져 있고, 허리 주변의 인대도 크게 약해져 있다. 만일 아이가 울기라도 하면 달래기 위해 한 손으로는 젖병을 들고, 다른 팔로는 6~7kg 이상 되는 아이들을 안는 자세를 반복하게 된다.

    아이를 안을 때는 아이 체중의 10~15배의 충격이 허리에 가중되는데 오랜 시간동안 아이를 안고 있으면 체중이 앞으로 쏠려 허리가 앞으로 휘어지게 된다. 이런 상황들이 계속되면 퇴행성 허리디스크, 척추전방전위증의 위험이 높아진다.



    비수술적 치료, 퇴행성 질환 예방 효과

    척추뼈 사이에 위치한 물렁뼈인 디스크의 색깔이 까맣게 변해 있거나 높이가 낮아져 있는 것이 보이는데 이런 소견이 전형적인 퇴행성 디스크병의 MRI 소견이다. 치료는 대개의 경우는 비수술적 치료가 가능하며, 수술적 치료는 10% 미만이다.

    비수술적 치료로는 소염제와 근이완제를 포함한 약물치료, 물리치료 등을 시행해 왔으나 최근에는 퇴행성 부위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경향이다. 최근에 많이 이용되는 비수술적 치료법으로 신경성형술 및 척추 근력강화 치료법이 있으며, 향후 퇴행성 진행을 예방하는데 많은 효과가 있다.

    신경성형술은 1mm관을 통증의 원인이 되는 척추신경부위에 위치시켜 신경 염증 완화제, 신경 유착분해효소, 염증 배출 식염수 등을 투여함으로써 유착된 신경이 박리되어 신경 압박이 감소되며 염증을 가라앉혀 통증을 없애준다. 신경성형술 시행과 동시에 척추주변의 근육과 인대를 강화하는 척추 강화 운동을 병행한다면 보다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갑자기 무거운 물건을 옮기거나 아이를 드는 행동은 허리 건강에 최대 적이다. 하지만 손자, 손녀가 울고 있는데 모른 척하기란 쉽지가 않다.

    평소 아이를 안을 때는 무릎을 굽혀 아이 키 높이 정도로 몸을 낮춘 뒤, 아이를 가슴에 밀착시킨 상태로 안아 올리는 자세를 하도록 한다. 앞으로 안는 것보다는 뒤로 업는 것이 나으며 30분 이상 아이를 안거나 업는 건 부담을 줄 수 있어 되도록 삼가는 게 좋겠다. 아기 띠를 사용할 때도 공간이 뜨지 않도록 몸에 바짝 붙여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틈틈이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근육의 긴강을 풀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정기적 골밀도 검사·비타민 D 보충 필수

    또한 아이들을 씻기고 입히고 하다 보면 욕실낙상으로 인한 골절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나이가 들면 점점 평형감각이나 운동기능이 저하되어 쉽게 넘어지는데 젊은 사람들에게는 가벼운 낙상이라도 노인들은 작은 충격에도 골절로 이어지기 쉽다. 이는 뼈에 무기질과 기질이 빠져나가 뼈가 약해져 있는 골다공증이 주원인이다.

    골절의 부위는 다양하다. 넘어지면서 손으로 짚는 경우 손목골절, 엉덩이로 넘어지는 경우 고관절 골절로 이어진다.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갑자기 무리를 주는 경우 척추 압박골절이 올 수도 있으며 가벼운 충격에도 골절이 생기기 쉽다. 젊은 층의 골절은 회복력이 빠른 편이지만 노년층에게는 아주 위험하며 특히 다리, 고관절, 척추골절을 당했을 시에는 움직임에 제한이 오게 되기 때문에 욕창이나 소화불량 증상이 뒤따를 수 있다. 심각한 경우 활동 저하로 인해 심폐렴, 심부정맥 혈전증, 폐색전증, 비뇨기계감염, 패혈증 등의 합병증 위험이 높아지므로 빠른 치료가 절실하다.

    노인성 골절은 상태에 따라 우선적으로는 비수술적 방법으로 보조기 착용과 안정을 권유하고 있으나 통증이 심해 움직임이 제한되거나 보존적인 치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신경 압박 등의 소견이 확인되면 반드시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인 척추압박골절의 치료 방법으로는 경피적 척추체 성형술이 있다. 이는 전신마취의 위험 부담 없이 압박 골절된 척추 뼈에 인공 시멘트를 주입해 찌그러져 있는 척추 뼈의 안정을 꾀하는 방법이다. 통증 완화가 신속하고 당일 시술이 가능해 시술 후 환자가 바로 거동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노년기에 발생하는 척추압박골절은 약해진 뼈가 원인이기 때문에 전문의의 진단과 처방을 통해 골다공증과 같은 증상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골다공증성 척추압박골절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예방이다. 정기적인 골밀도 검사로 미리 대처한다면 진행 속도를 완만하게 늦출 수 있으며, 산책, 자전거타기, 수영 등과 같은 지구력 강화 운동 위주로 꾸준히 한다면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평소에 뼈를 약하게 하는 흡연과 음주, 스트레스를 줄이고 비타민D가 부족하면 장에서 칼슘 흡수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하루 30분 정도의 일광욕을 통해 비타민D 생성을 돕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도움말= 창원the큰병원 신호동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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