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4일 (수)
전체메뉴

나혼자산다 (6) 지친 마음 달래주는 주말밤 혼술(스압주의·허세주의)

  • 기사입력 : 2016-06-20 15:25:48
  •   

  • 힘들고 지치고 더디게만 흘러가는 평일을 꾸역꾸역 버텨내고 주말을 맞았습니다. 주말 이틀이 2초처럼 왜 이렇게 빨리 흘러가는 걸까요?

    이런 주말을 보내고 싶습니다. 밀린 잠을 자고, 볕이 좋으면 이불도 밖에다 널어놓고, 방청소와 빨래를 하고 난 뒤 무한도전과 라디오스타를 보며 비빔면 두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또 낮잠을 자고 일어나는 코스!!!(넘나 행복한 것!)

    현실은 이랬습니다. 토요일에도 취재가 잡혔습니다. '다행히 오후 1시군.' 늦잠은 좀 잘 수 있겠다 싶었는데, 깜빡하고 평일에 맞춰놓은 알람을 안 끄고 자 6시 30분에 벌떡!! 강제 기상을 했습니다. 일주일 중에 딱 2번 늦잠 잘 수 있는데, 아... 깨버렸습니다. 다시 잠을 청하지만 잠이 달아났습니다. 피곤이 가시질 않습니다.

    어찌어찌하여 일을 마치고 카페에서 커피도 한잔하니 저녁 아홉시!!! 주말 하루가 이렇게 저물었습니다. 늦은 주말밤, 아무도 없는 불꺼진 빈 집에 들어갈 생각을 하니 우울함이 급습합니다. 사실 요즘 너무 지친 탓입니다. '후배들 만나서 술 한잔 할까?' 생각이 스쳐지나갔지만 이렇게 갑자기 불러내기 미안해집니다. 고향집에 가기도 이미 늦은 시간, 이 시간에 만날 사람도 (당연히) 없습니다. '이 주말밤을 혼자 어떻게 보내야 잘 보냈다고 소문이 날까?' 곰곰이 생각합니다.

    메인이미지
    다 마시고 말테다!!!

    혼술이었습니다. 이런 날은 바로 혼술이 정답입니다. 술이 나인지, 내가 술인지 모를 '술아일체'의 주말밤을 보내는 것! 많은 사람들에 치여 너덜너덜 지친 한 주의 끝엔 혼술입니다. 온전히 나와? 보낼 수 있는 행복한 시간. 혼술은 묘한 힘이 있습니다. 새벽 세 시까지 영화 한 편 보면서 혼자 마시고 뻗어 자야겠습니다. 맨날 먹는 치맥 말고, 족발에 소맥 말고, 짜왕에 청하 말고, 오늘은 호화로운 혼술상을 차려 한껏 기분을 더 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마시고 죽자!!! 오늘은 혼술로 3차까지 달릴 예정입니다. 지쳤던 마음이 어느샌가 설레는 마음으로 바뀝니다. 룰루랄라 휘파람을 부르며 마트로 가벼웁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배도 고프고 술도 고픕니다. 두 손 가득 장을 보고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메인이미지
    배도 부르고 술기운도 오르는 푸짐한 1차

    1차는 취기를 한껏 끌어올릴 수 있는 주종, '레몬탄산소주'입니다. 탄산수와 소주를 1:1로 섞고 레몬을 알맞게 잘라 넣습니다. 이 때 탄산수는 플레인으로! 탄산수가 없다면 토닉워터도 좋습니다. 안주로는 참치+크래미+방울토마토+크림치즈를 곁들인 비스킷과 오렌지, 참치샐러드가 제격! 오늘은 여기에다 하나를 더 얹었습니다.

    의창구 용호동 정우상가에 있는 일본식 펍에 들러 '미니사시미'를 포장해 왔습니다.(이곳 소개해주신 경남도민일보 최환석 기자님 고맙습니다.) 혼술족을 위한 맞춤형 안주인 데다가 가격도 1만원! 여태껏 씹어 넘긴 회 중에 가장 육질이 좋았습니다. 이렇게 레몬탄산소주 2병 1차 클리어!

    메인이미지
    레몬맥주와 무르익는 2차

    시간은 어느덧 새벽 한 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술은 간에 기별도 안 갑니다. 바로 2차로 가볼까요! 2차는 '레몬 맥주'입니다. 레이지레몬액이 맥주와 찰떡궁합. 평소 좋아하는 맥주에다 기호에 맞게 레몬액을 조금씩 곁들여 마시면 새로운 맛이 탄생합니다! 이 때 안주는 조금 가볍게 먹는게 좋습니다. 크레스타초콜릿+크림치즈(끝내줍니다), 1차에서 먹다 남은 크래미와 비스킷으로 진용을 갖춥니다.

    영화에 집중하면서 한 모금씩 홀짝홀짝하다보니 맥주도 모두 동이 났습니다. 이제 3차를 달려볼까요? 영화도 어느새 절정에 치닫습니다. th트레th는 저 멀리 훠이훠이~!

    메인이미지
    탄산부라더소다에 안성맞춤인 체리와 절정으로 치닫는 3차

    여기까지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이 글을 읽으며 술생각이 나셨나요? 그럼 3차로 달립니다. 이제 배도 채웠고, 술기운도 딱 기분 좋을 만큼 올라옵니다. 주종은 2차보다 더 가볍게 '탄산부라더소다'입니다. 부라더소다와 탄산수를 2:1로! 안주도 역시 가볍게 해야 합니다. 부라더소다와 궁합이 잘 맞는 과일은 바로 체리입니다. 달달한 탄산부라더소다와 상큼한 체리의 조합이란! 아, 부라더소다는 술맛 안 난다고 음료수 마시듯 쭉쭉 마시면 큰일나는 건 안 비밀!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술도 바닥을 드러냅니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근데 맨날 이러다 술통에 빠져 사는거 아니야?' 따위의 생각이 잠시 스쳐지나가더니, '기분 좋게 마시는 술은 몸에도 좋다'는 위로와 함께 시간은 어느덧 새벽 2시 30분입니다. 아직 2퍼센트 부족합니다. 여기에 노래 몇 곡과 와인을 더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밤이 될 것 같습니다!!!!!! 아, 혼남의 밤은 커플의 낮보다 아름답습니다.

    메인이미지
    아까운 와인을 맛도 못보고 잃은 대참사.

    그.러.나 대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이밤에 취한 탓일까요, 술에 취한 탓일까요. 와인을 꺼내다 그만 바닥에 떨어트려버렸습니다. 발도 다치고, 아껴놓은 와인은 맛도 보지 못한 채 시간은 새벽 세 시. 에라이, 새벽 세시엔 와인인데... 와인은 접고, 탕수육 시켜먹을 때 마시려고 아껴뒀던 고량주(이 자리를 빌어 고량주를 사주신 정치부 이상권 부장님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드립니다.)를 스트레이트로 원샷 하고 술자리를 끝냅니다.

    혀끝에 감기는 고량주의 잔맛과 온 방안에 퍼진 와인 냄새에 또 한 번 취해 기분 좋은 꿀잠을 청해봅니다. 내일은 기분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마법처럼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마성의 혼술! 추천합니다! 굿나잇! 라디오 신청곡은, 커피소년의 '장가갈 수 있을까'.

    ▲초 여름 주말밤, 혼술과 함께 하면 좋을 여운 짙은 영화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송 원(song won)
    △8월의 크리스마스
    △한 여름의 판타지아
    △마이블루베리나이츠
    △아무르

    ▲영화를 다 본 후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면? 이 노래를 들어보자.(순전히 내 취향)

    △토마스쿡 '집으로 오는 길'
    △오지은 '익숙한 새벽 세 시'
    △안녕하신가영 '순간의 순간'
    △장필순 'Good Bye'
    △웅산 'Yesterday'
    △에피톤프로젝트 '유실물보관소'.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도영진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