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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예담] (29) 작곡가 김영진의 ‘팡파르 용마산’

어릴 적 뛰어놀던 용마산, 추억은 곡이 되었다

  • 기사입력 : 2016-06-30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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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왜나무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6월의 어느 날, 용마산(龍馬山) 가는 길은 참으로 무더웠습니다.

    넓은 언덕길의 우거진 숲과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따가운 햇살은 오랜만에 찾은 나를 호통이라도 치듯 강한 햇살로 인사합니다.

    나지막한 산등성이는 지금은 발길조차 허용하지 않는 울창한 숲으로 변해 발 들여놓기를 거부합니다.

    “어릴 적 용마산은 우리들 놀이터였습니다. 산길이 있었지만 산중턱을 가로질러 나무 사이를 이리저리 휘젓고 다녔습니다. 산이 뒷마당이었고, 마산만이 보이는 바다가 앞마당이었습니다. 새총을 만들어 쏘기도…, 장난을 치다 나무에 긁혀 넘어지는 건 예사였지만 이런 건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 용마산자락 아래 자그마한 마을에서 나고 자란 작곡가 김영진씨의 곡 ‘팡파르 용마산’의 작품배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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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진 작곡가가 용마산 옛 마산도서관 입구의 조각상을 둘러보며 어릴 적 추억을 회상하고 있다.


    아름다운 시(詩)와 향기가 어우러진 용마산은 어릴 적 추억과 소망들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는 금관5중주곡 ‘팡파르 용마산’을 작곡했는데요. 작품 속 배경이 된 용마산이 자신만의 추억을 간직한 놀이터이자 현재와 미래, 과거를 간직한 소중한 장소라고 말합니다.

    도심 속 공원으로 널리 알려진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의 ‘용마산(龍馬山)’.

    옛날엔 ‘오산’으로 불리기도 했답니다. 전설에는 임진왜란 당시 산에 있던 용마가 하늘을 날며 포효한 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지기도 하고, 산 능선이 마치 말 안장을 닮아 ‘말마봉’, ‘말마산’ 등으로도 불리기도 했다네요. 또 고려 때 원나라가 정동행성을 설치할 당시 산호동 일대에 목마장을 설치한 데서 ‘용마산’이라는 지명이 유래한 것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이렇듯 용마산은 도심 속 공원으로 살아남아 우리들의 이야기를 전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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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작곡가는 “작품활동을 하면서 적지 않은 곡을 썼지만 경험이나 정서, 감정을 음악을 통해 풀어낸 적이 없었기에…, 어릴 적 추억을 더듬으며 현재 고향에 대한 감흥과 앞으로 살아가야 할 마을, 그리고 어릴 적 놀던 과거와 평온한 현재, 불확실하지만 불안하지는 않은 밝은 미래를 그린 ‘팡파르 용마산’을 만들었다”고 설명합니다.

    금관 5중주(트럼펫 2대·호른·트럼본·튜바)로 편성된 ‘팡파르 용마산’은 5분여에 이르는 길지 않은 곡입니다. 선율이 강하거나 난해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보통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솔직·담백·차분하게 풀어냈습니다. 곡을 만들면서 음악을 이루는 세 가지 요소 중 가락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다룬 대신 리듬과 화음에 더 중점을 두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음향의 셈여림과 수평 수직 음정의 어울림을 이용한 감정표현을 섬세하게 다루려 한 것이지요. 그리고 다섯 악기로 연주하는 각 성부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악기 사이에 음색표현과 연주법 차이를 두지 않고 비슷하게 사용해 친밀한 관계를 유기적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팡파르 용마산’은 단악장이지만 속도 변화에 따라 전체가 3부분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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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추억을 회상하는 첫 도입부는 보통빠르기(♩=72)로 긴 음표를 주로 사용해 서두르지 않고, 아무런 걱정이 없는 어린 시절을 여유있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악기끼리 서로 주고받으면서 잔잔한 음률이 어린시절 기억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용마산에서 친구들과 장난을 치고, 다투기도 하는 등 여러 추억들을 떠오르게 하지요. 하지만 끝부분은 같은 리듬을 반복 사용해 하나 되는 모습을 그립니다. 현재를 다룬 두 번째 부분은 조금 더 곡이 빨라지고(♩=96) 리듬도 더 잘게 쪼개어져 있습니다. 나름 평안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다양한 갈등도 생기고 복잡해지면서 안어울림화음도 더 많이 나타나고 불안한 음 진행도 자주 눈에 띕니다. 그러나 도입부와 마찬가지로 마무리는 악기끼리 통일된 리듬을 사용해 틈틈이 용마산에 올라 미래를 위한 숨고르기를 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불확실하지만 불안치 않은…, 밝은 미래를 표현한 마지막 부분은 첫 도입부보다 두 배가량 빠른 속도(♩=120)로 움직입니다. 과거나 현재 장면과는 다르게 불안한 기운으로 출발하지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동일한 리듬과 셈여림으로 희망을 그리기 시작하고 뒤이어 클라이맥스(절정)에 이릅니다. 여기서 현재 모습이 투영된 일관성 있는 미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그립니다.

    곡은 용마산 중턱에만 올라도 마산 앞바다가 휜히 내려다보이던 옛 모습을 그리워하며 긴 호흡으로 마무리합니다.

    도심 속 공원인 용마산을 오르다 보면 지역 출신 시인들의 시비가 세워져 있는 곳을 만납니다. 1969년 마산 시민들이 낸 성금으로 이원수의 ‘고향의 봄’ 노래비가 먼저 세워졌고 이후 김용호, 이은상, 김수돈, 정진업, 박재호, 김태홍, 이일래 등 모두 8개의 시비가 세워졌다고 합니다.

    굽어진 길 약수터 왼쪽편은 산 정상으로 가는 길입니다. 높지 않은 곳이지만 이곳에 오르면 마산 시내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조망이 일품입니다. 동쪽으로는 봉암동 마산자유무역지역을 마주하고 있으며, 남쪽으로 합포동, 북쪽으로 양덕동이 접해 있습니다. 산중턱 공원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정각과 장기를 두는 노인들, 훈수꾼들이 모여 한바탕 접전이 벌어졌습니다. 오른쪽은 옛 마산도서관이 있던 터로 지금은 공원이 조성돼 있지만 당시 도서관 입구에 있던 조각상 ‘생각하는 사람(로뎅)’은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많은 사연을 간직한 듯 …, 여전히 고뇌에 찬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다시 약수터 아래 왼편 샛길로 접어듭니다. 이 길은 친구들과 공원을 오르내리던 우리들만의 길입니다. 비탈지지 않은 좁은 길이지만 꼬불꼬불 밭길을 따라 친구들과 함께 뛰놀던 추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길이지요.

    예전엔 막다른 골목이었던 집 앞은 이제는 새롭게 도로가 생기면서 인근 집들이 사라지거나 줄어들었지만 마산용마고교(옛 마산상고) 뒷길을 따라 용마산을 오르내리던 옛 추억은 머릿속에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팡파르 용마산’은 이렇듯 세월의 흐름 속에서 우리들에게 또 다른 추억을 남기며 새로이 다가섭니다.

    글·사진=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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