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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8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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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모금회 후원으로 정신장애인 홀로서기 성공

경남사회공동모금회 ‘체험홈 사업’
3년간 27명에 1억3200만원 지원
장보기·식재료 다듬기 등 자립 도와

  • 기사입력 : 2018-11-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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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립 체험 프로그램 참여자가 장을 보고 있는 모습.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암울한 가정환경으로 정신장애를 얻어 오랜 기간 사회와 단절돼 왔던 도내의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장애를 딛고 홀로서기에 나서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13일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양산의 정신재활시설인 벧엘클럽하우스에 따르면, 최근 20대 정진아(가명·여)씨는 조금씩 저축한 자립자금을 바탕으로 자신이 거주할 집을 구하는 등 자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정신재활시설에서 생활하며 제공받았던 의식주를 이제는 오롯이 홀로 해결해야 한다. 두려운 마음도 있지만 진아씨는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부푼 꿈 또한 꾸고 있다.

    진아씨의 자립이 쉬웠던 것만은 아니다. 장기간 조현증으로 고통받아 왔기 때문이다. 엄마와 이혼한 아버지의 폭행, 그리고 딸이라는 차별 속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집에서 쫓겨난 뒤 외할머니와 엄마와 함께 살며 잠시 행복을 맛봤지만 엄마는 병으로 입원하고 할머니마저 치매를 앓게 되자 청소년이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과 스트레스로 조현증이 생겨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보호자가 없어 아동보호시설로 가게 된 진아씨는 조현증으로 생긴 환청과 망상으로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 친구들과 원만한 대인관계를 맺기 어려웠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가량 잦은 입원으로 고등학교 졸업도 남들보다 1년 정도 늦어졌다. 그렇지만 다행히 진하씨는 성인이 된 이후 찾게 된 정신재활시설에서 시설 이용자 및 입소자들과 직원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고, 그 결과 시설에서 진행하는 재활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며 안정감을 되찾았다.

    같은 시설에서 생활하다 지난 6월 임대주택을 구하고 두 달 뒤인 올 8월 자립한 40대 박기훈(가명·남)씨 역시 마찬가지다. 진아씨처럼 불우한 가정환경과 학창 시절 받았던 집단 따돌림의 충격으로 조현증을 앓게 된 기훈씨는 불안증세가 심해 혼자서는 가스레인지조차 켜지 못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꾸준한 재활로 기훈씨는 지난 6월 도내 한 임대주택을 구하면서 자립에 성공했다. 현재는 진아씨와 기훈씨 둘 다 정신장애에 따른 증상을 잘 조절하며 직장에서도 동료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러한 진아씨와 기훈씨의 자립은 한순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그간 사회와 단절된 채 시설에서 제공하는 의식주로 생활해오던 둘의 자립은 시장을 보고 음식을 준비하며, 집 안을 정리하고, 공과금을 내고, 문화여가생활을 즐기기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홀로 감당해야 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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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립 체험 프로그램 참여자가 밥을 짓기 위해 쌀을 씻고 있는 모습./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이를 위해 둘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1년가량 벧엘클럽하우스에서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원하는 ‘정신장애인 자립생활을 위한 체험홈’에 참여하며 자립 능력을 키웠다.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 벧엘클럽하우스 등 도내 2곳의 정신재활시설에 총 1억3200만원을 지원해 지난해까지 총 27명의 정신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했다. 체험홈에 참여한 이들은 시장보기·식재료 다듬기·요리 만들기 등 요리교실, 수납 정리·금전 관리·부동산 거래 등 독립생활교육, 생활규칙 만들기·자치회의 운영, 지역 관광지 및 축제 탐방 등 자립에 앞서 실생활과 밀접한 사안들을 미리 체험해 자립을 준비할 수 있다.

    벧엘클럽하우스 관계자는 “취업이 됐다고 해서 홀로 생활한 경험 없이 자립에 나섰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분들이 많았다. 체험홈은 이를 위한 예비 체험을 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하지만 자립을 위해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정신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이분들을 거부하고, 불안해하는 지역주민들이 많아 자립에 어려움도 컸다”고 말했다.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누구든지 정신장애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정신장애인을 바라보는 편견이 깨어져야 이러한 지원사업도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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