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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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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가기 겁나고… 동료도 믿기 어렵고…

일상 속 몰카 공포에 ‘덜덜’
도청 공무원 몰카에 동료들 배신감
불안 증세·외상후 스트레스 호소

  • 기사입력 : 2019-07-09 21: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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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사회가 몰카 공포에 떨고 있다. 당장 공직사회에서 공무원 개인의 비위행위가 끊이질 않고 있고, 길거리나 화장실 등 공공장소부터 직장, 편안한 안식처인 집으로까지 시민들의 일상생활로 교묘히 파고든 몰카 범죄는 근절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직장 여성 탈의실에 몰래카메라 2대를 설치해 1년 가까이 여성 동료들의 옷을 갈아입는 모습 등을 몰래 촬영한 50대 경남도 공무원이 구속됐다. 피해자들은 믿었던 동료로부터 배신감이나 유사 범죄에 불안증세를 보이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여성 공무원들도 충격에 휩싸이거나 다른 피해가 없을지 불안해하는 분위기다. 경남도에선 본청 및 직속기관, 사업소 등 전체 시설에서 불법 몰래카메라 설치 여부 점검을 실시해야 하는 것 아닌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누구나 몰카 범죄의 피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공포를 키운다.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도내에서 지난 2014~2018년 5년 간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로 적발된 건은 모두 915건이다. 여성들 사이에선 “화장실조차 마음 편히 못 가는 세상이 됐다”는 말이 나온지 오래다. 창원에 사는 20대 여성 이모씨는 “여성들 필수품이 몰카 방지용품이 되고 있다”며 “공공화장실이라도 가게 되면 먼저 휴지를 뭉쳐 몰카가 있을 만한 구멍부터 다 막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교육부·법무부·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경찰청 등 범부처 합동으로 ‘불법촬영 범죄를 근절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특별 메시지’를 발표하고 ‘몰카와의 전쟁’에 나섰지만, 단속이나 점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기승을 부린다. 전문가들은 성범죄가 사회 저변의 왜곡된 성의식에서 비롯된 일인 만큼 이를 바로 잡아나가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제언한다.

    윤소영 경남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범죄가 줄지 않고 계속되는 원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공무원들은 성인지 감수성 향상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지만 성범죄는 끊이질 않고 계속된다. 형식적인 교육이 이뤄져 온 것은 아닌지 그간의 성범죄 예방 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경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몰카와 같은 범죄는 가정환경이나 개인의 특성이 강하지만, 많은 경우에서 사회적으로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의식, 즉 사회에서 역할과 체면만 요구를 받기 때문에 억압된 성적 욕구나 충동이 몰카와 같은 성범죄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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