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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소아 급성 중독의 치료

  • 기사입력 : 2021-02-01 08: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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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장기화로 아이들 야외 활동이 줄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때 소아 중독 사고에 주의해야 하는데, 소아 중독 사고는 가정 내 어린이 사고 중 낙상과 추락 다음으로 자주 일어난다. 특히 5세 미만의 어린이 중독 사고가 가장 잦다. 의약품에 의한 사고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다음으로 가정용품과 공업 용품 등이다.

    소아는 생후 6개월부터 기어 다니면서 주위의 모든 것을 입으로 가져가려는 특성을 보인다. 1~2세가 되면 서랍 안이나 낮은 위치에 있는 물건을 꺼내 맛을 보려고 하며, 3세 정도가 되면 장롱이나 높은 위치에 있는 선반 위 물건에 호기심을 가진다. 이러한 발달 과정의 특성들이 소아 중독 사고와 연관될 수 있다. 중독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은 원인 물질마다 다를 수 있으나 특징적인 증상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의식 저하와 경련 등의 중추 신경계 증상, 동공 확장 혹은 축소 등과 같은 신체적 반응, 구토, 복통, 설사 등의 위장관 증상, 땀 혹은 침 분비와 같은 피부 및 점막 증상, 너무 빠른 호흡 또는 너무 느린 호흡 등의 증상과 징후가 원인 물질 추정에 대한 실마리를 제시해 주는 경우가 있다.

    또한 아세톤이나 알코올, 석유, 농약 등과 같은 일부 중독 물질은 특이한 냄새가 나기도 한다. 따라서 목격한 증상과 발견 당시의 주위 환경에 대해 의료진에게 잘 얘기해주는 것이 중독 물질 종류를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중독 사고가 발생하면 119로 먼저 연락해 중독 물질의 위험성에 대해 상담받고, 필요한 경우 환자 이송을 요청해야 한다. 간혹 소아가 저독성 또는 무독성 제품을 먹는 일도 있지만, 일반인이 이를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제품 이름과 구성 성분을 확인한 후 119와의 상담을 통해 병원 방문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중독 사고 발생 시 부모들이 종종 인위적으로 구토를 시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가 실제 중독 물질 제거율과 관계있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 오히려 기도를 스스로 보호할 수 없는 영아나 의식이 저하된 환자에게는 중독 물질이 폐로 들어가는 흡인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위세척 치료는 중독 물질의 종류와 양, 먹은 시간, 행위의 이득과 위험성에 따라 의료진에 의해 선택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될 수 있으면 병원 전 단계에서 의료진의 지시 없이 물과 우유 등을 함부로 먹이거나 구토를 유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소아 중독 사고의 특징이 가정에서 사용하는 의약품과 가정용품에 의해 발생하고, 비의도적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예방을 위해 부모의 각별한 주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효 기간이 지난 의약품은 폐기해야 하며 어른들이 평상시 복용하는 고혈압약, 갑상선 치료제, 철분제 등은 단 한 알만으로도 소아에게 중독 증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어린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 그리고 차량용 워셔액이나 가정용 부식제, 세척제 등 음료수와 혼동할 수 있는 물질도 어린이의 손이 닿지 않는 지정된 장소에 보관하고, 이런 화학 물질을 음료수병에 넣어서 보관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김용환(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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