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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0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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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근통] ‘이유 없는 통증’ 꾀병 아닙니다

온몸 쑤시고 아픈 증상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의심
중년 여성에 흔히 발생… 피로·수면장애 등 동반
명확한 발병원인 없지만 가족력 있으면 확률 높아

  • 기사입력 : 2021-12-27 0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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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몸이 쑤시고 아파 병원에 가서 온갖 검사를 다 해봤는데 별 이상이 없다는 진단만 받는다면 환자 입장에서 참 답답할 것이다. 오히려 주위에서는 꾀병이 아니냐며 무시해 기분이 상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섬유근통을 의심해봐야 하겠다.

    섬유근통이란 특별한 원인 없이 신체 여러 부위의 통증, 이상감각, 피로, 수면장애 및 인지장애 등이 3개월 이상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질환을 뜻한다. 일반인의 대략 2~4% 정도에서 나타나며, 9:1 비율로 남자보다 여자에서 흔하게 나타나고,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주로 중년의 여성에서 많이 발생한다. 창원파티마병원 류마티스내과 강진영 과장의 도움을 받아 섬유근통에 대해 살펴본다.

    창원파티마병원 류마티스내과 강진영 과장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창원파티마병원/
    창원파티마병원 류마티스내과 강진영 과장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창원파티마병원/

    ◇발병원인= 섬유근통의 발병 원인은 명확하지 않으며,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들이 특정 환경인자에 노출되었을 때 발병한다고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섬유근통 환자의 가까운 가족에게서 섬유근통이 발생할 확률이 8배 정도 높다고 알려져 있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외상, 감염, 정신적 스트레스, 내분비 호르몬 이상, 내과적 질환, 수술 등이 유발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섬유근통의 발병기전으로는 여러 가설이 있지만 중추신경계에서 통증을 조절하는 데 문제가 있어 발생한다는 가설이 가장 많이 인정받고 있다. 섬유근통 환자는 일반인이 통증으로 느끼지 않는 자극을 통증으로 느끼게 되는데, 정상적인 감각자극을 뇌에서 적절히 처리하지 못하여 통증으로 잘못 인식하기 때문이다.

    임상증상으로는 광범위한 근골격계 통증 및 두통, 피로감, 수면장애, 과민성대장증후군, 감각이상 등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고, 날씨 또는 스트레스 수준의 변화에 따라 증상의 굴곡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목, 흉추, 어깨, 팔, 다리 등 상하좌우에 걸쳐 통증이 있다. 환자에 따라서는 등이나 허리, 혹은 손가락과 같은 특정부위의 통증을 다른 곳에 비해 더 심하게 호소할 수도 있다.

    전신 통증과 같은 근골격계 증상 외에는 피로감, 수면장애, 우울감, 불안, 인지장애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 대부분의 환자에서 피로감을 심하게 호소하고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수면장애 역시 섬유근통 환자에서 많이 호소하는데 잠을 들기가 힘들고 잠자는 동안에도 자주 깨며,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힘들다고 한다. 피로, 수면장애 증상보다는 적은 빈도이지만 두통, 과민성대장증후군, 월경 곤란, 과민성방광염 같은 증상도 흔히 동반된다. 그 외에도 레이노 현상, 구강건조, 안구건조, 흉통, 가슴 두근거림, 음식이나 약제에 대한 민감성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진단= 섬유근통 환자들의 신체검사와 혈액검사, 방사선 촬영에서는 특이소견이 없으며, 많은 환자들이 관절이 붓는다고 하지만 실제 검사를 해보면 염증소견은 없다. 그러나 다른 질환을 감별하거나 기저질환을 찾기 위해 혈액검사가 필요하다. 통증을 일으키는 다른 질환들을 감별하기 위해 혈액검사 중 전체혈구계산, 소변검사, 적혈구침강속도(ESR), C반응단백(CRP), 간기능검사, 신장기능검사, 갑상선기능검사, 크레아틴키나아제, 류마티스인자, 항핵항제, 항CCP항체 등을 해볼 수 있다. 섬유근통 환자에서는 이런 검사에서 모두 정상으로 나오며, 만약 이상소견이 나오면 반드시 다른 질환과 감별해야 한다.

    진단기준으로 1990년부터 2010·2016년 미국류마티스학회 진단기준이 발표되었으며, 2016년 개정된 미국류마티스학회 진단기준에서는 만성적인 통증이 최소 3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하며, 전신통증지수가 7점 이상이면서 증상중등도척도가 5점 이상이거나, 전신통증지수가 4~6점 사이인 경우에는 증상중등도척도가 9점 이상이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치료= 섬유근통의 치료는 질환에 대한 교육 및 규칙적인 운동, 수면치료 및 통증에 대한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약물치료는 주로 항우울제로 개발된 아미트립틸린(amitriptyline), 둘록세틴(duloxetine), 밀나시프란(milnacipran), 플루옥세틴(fluoxetine) 등이 있으며, 근이완제인 시클로벤자프린(cyclobenzaprine)과 신경병성통증치료제인 프리가발린(pregabalin)과 진통제인 트라마돌(tramadol)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임상시험에서 입증되었다. 스테로이드나 소염진통제, 마약성진통제는 효과가 없어 사용하지 않는다.

    섬유근통의 비약물적 치료는 운동요법이 가장 중요하다. 꾸준한 운동은 통증과 피로를 감소시키고 우울감과 삶의 질을 개선시키며, 체력을 의미있게 향상시킨다. 하지만 운동을 중단하게 되면 통증 감소 효과는 바로 사라지기 때문에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이 섬유근통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처음부터 강한 운동을 하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여 운동의 강도나 종류를 결정해야 하며, 통증이 심할 경우 약물치료로 증상을 어느 정도 호전시킨 후 시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추천하는 운동으로는 수영,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 요가와 같은 스트레칭 운동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환자마다 질환의 경과는 다르다. 적절한 운동요법만으로도 통증 조절이 되며, 삶을 잘 영위해나가는 환자가 있는 반면, 병원 진료를 받으며 아주 많은 약물치료 등을 해도 통증조절이 되지 않고 직장생활, 일상생활까지 불가능할 정도로 악화되는 환자들도 있다.

    창원파티마병원 류마티스내과 강진영 과장은 “섬유근통 질환 자체로 불구나 기형을 초래하지는 않지만 통증 때문에 환자의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환자들은 질병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며, 본인 스스로 어떻게 하느냐가 질병의 경과와 예후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일상생활의 스트레스가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스트레스를 잘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좋다. 섬유근통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으며, 발병이 의심되면 반드시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고 적절한 치료를 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kimjh@knnews.co.kr

    도움말= 강진영 창원파티마병원 류마티스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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