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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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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어렵게 신고해도… 여전히 보호 못받는 피해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4년
도내 ‘피해자 구제’ 제자리걸음

  • 기사입력 : 2023-04-17 20: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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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4년이 됐지만, 최근 경남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신고한 이후에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피해자 구제 절차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경남본부 조합원들이 17일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 앞에서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시설물관리 자회사인 ‘키콕스파트너스’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경남본부 조합원들이 17일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 앞에서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시설물관리 자회사인 ‘키콕스파트너스’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출근이 고통’ 보호되지 않는 피해자=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경남본부는 17일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단이 시설물 관리 자회사인 ‘키콕스파트너스’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키콕스파트너스 창원5공장 중간관리자가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을 업무 배제하고 여러 차례 이메일로 괴롭혀 이를 참지 못해 신고한 결과, 사측에서는 지난 11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사측 조사 이후에도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피해 직원인 A씨는 애초 괴롭힘 신고를 접수한 지난해 11월 23일부터 피해자 보호가 되지 않아 2차 가해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신고 이후로도 업무를 배제당하고 전 직원 앞에서 모욕을 주는 방식으로 괴롭힘이 지속됐다”며 “20년간 몸담았던 직장이지만 이제는 출근이 고통으로 느껴진다”고 호소했다.

    최근에도 수입 자동차 전시장·서비스센터를 운영하는 도이치아우토가 직장 내 괴롭힘 가해 직원에게 징계를 내렸음에도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가 되지 않아 노조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창원지점에서 관리자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한 B씨는 “나에게 폭언과 욕설을 일삼았던 사람과 여전히 같은 장소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늘어나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구제 절차 명확해져야= 전국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늘어나는 추세다. 김영진 국회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8901건으로 법 시행 첫해인 2019년 2130건에 비해 4배가량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사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가해자와의 분리 등 조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박채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중소사업장으로 내려갈수록 사용자와 그 대변인(인사팀)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절차도 없고, 피해자 보호에 무지한 경우가 많다”며 “즉시 분리가 되지 않으면 2차 가해의 위험성이 큰 만큼 피해자 보호 절차의 법적 근거나 처벌 조항이 명확해야 한다”고 말했다.

    괴롭힘이 인정된 이후에도 사용자(사업장)가 피해자 보호조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지만, 일반 직장인이 이 조항을 이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우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은 “신고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진 일반 직장인들이 과태료 처분까지 요구하며 노동청에 진정을 넣는 일은 사실상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과태료를 부과한 사업장은 전국 234곳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또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외부 기관을 통한 사건 조사 처리가 필요하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단일법으로 입법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 연구위원은 “직장 내 괴롭힘이 근로기준법에 포함돼 있어 피해자 보호 조치와 그에 따른 처벌 조항 등이 명확하지 않다”며 “단일법으로 입법해 징벌적 손해배상 등의 제도를 추가하고 구체화한다면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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