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퇴한 구도심에는 언제나 붕괴한 공동체가 있다. 떠나간 사람만큼 도심의 인구밀도도 낮아졌고, 주민들 간의 친밀도도 그만큼 떨어져 갔다. 진해 구도심은 5년 전까지만 해도 그런 곳이었다.

지난 2019년 문화예술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기획인 ‘느슨한 네트워크- 진해살롱’이 시작되면서 동네는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기존 공간에 집중한 도시재생사업과는 확연히 달랐다. 곳곳에서 모여든 남녀노소는 지역 예술가와 함께 교류하며 ‘하하 호호’ 웃으며 서로를 이어갔다. 한곳에 모인 주민들은 사람과 사람의 교류, 주민 개인의 가치, 진해가 가진 역사적·인문학적 가치 등을 발굴하고, 공간의 활용과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고민했다.

지난해 ‘진해살롱’ 행사 모습./충무지구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지난 2022년 ‘진해살롱’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모습. /충무지구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지난해 진해살롱에 참여한 한 주민의 소회는 개인을 넘어 우리로 향한다. “작가, 예술가와 함께 활동하며 그걸 통해 조금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우리가 있는 공간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고, 그리고 ‘우리’에 대해서 한 번 더 상상할 수 있었어요.”

‘우리’를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진해살롱’이 올해도 진행된다. 프로그램은 오는 11일부터 11월 14일까지 총 6회차로 구성되며 진해주민들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진해역’과 ‘보태가’에서 주로 진행된다.

지난해 ‘진해살롱’ 행사 모습./충무지구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오는 11일에는 ‘중원로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을 주제로 박진석 충무지구 현장지원센터 센터장과 지역 브랜드인 ‘마사나이’의 박승규 대표가 교류자(강사)로 참가한다.

건축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진해 중원로의 역사적·건축학적 의미를 되새겨보고, 지역 브랜드 중 대표적 성공 사례로 손꼽히는 ‘마사나이’를 통해 지역 브랜드 개발 과정을 공유한다.

이어 22일은 ‘짧지만 강력한 진해 추리소설 쓰기’가 주제로 소설 ‘회색인간’의 저자인 김동식 작가가 교류자로 나선다. 1926년 일제에 의해 개통됐던 진해역의 공간을 새로운 시각으로 전환해, 한여름 밤의 진해역에서 만드는 호러 미니픽션과 노동, 인간, 현재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의 시간을 마련한다.

8월 29일에는 ‘예술로 표현하는 나의 인생그래프’를 공유하며, 9월 19일은 ‘퇴근길 떠나는 클래식 수다’가 열린다.

지난 2022년 ‘진해살롱’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모습. /충무지구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지난해 ‘진해살롱’ 행사 모습./충무지구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10월 24일에는 진해역이 칵테일바로 변모, 창원 용호동에 위치한 위스키바와 진해 충무동에 위치한 일호라멘이 함께 ‘가을밤의 보태BAR’를 진행하며 각자의 스토리가 담긴 칵테일을 제조해 본다.

11월 14일은 ‘우리가 좋아했던 살롱’이라는 이름으로 진해살롱을 진행하며 맺어진 다세대들이 각자 바라는 살롱의 방향성과 가치를 확장하는 방안에 대해 공유한다.

김경옥 총괄기획자는 “우리 공간의 ‘진해’라는 큰 테마에서 참여자들이 세부적인 취미를 찾아 공감대를 형성했으면 하는 취지로 프로그램별 명확한 주제를 정해놨다”며 “이번 진해살롱을 통해 살롱이 끝난 뒤에도 진해를 필두로 한 문화적인 커뮤니티가 형성돼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진해살롱 행사 포스터.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