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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2월 2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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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992) 음청풍우(陰晴風雨)

- 흐리고 개고 바람 불고 비 오고

  • 기사입력 : 2023-08-22 08:12:49
  •   
  • 동방한학연구원장

    기후가 사람의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농사일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옛날 시골에서 농사일 가운데 ‘물꼬 보는 일’이 있다. 물꼬란 논의 물이 출입하는 논둑에 있는 통로인데, 그 높이를 적절하게 맞추는 일이 물꼬 보는 일이다. 요즈음 ‘물꼬를 튼다’는 말은 살아 있지만 ‘물꼬 본다’는 말은 거의 안 쓰인다.

    수리안전답이 아닌 천수답인 경우, 비가 많이 오려고 하면 재빨리 논으로 달려가 물꼬를 낮추어 놓아야 논두렁(논둑)이 안 무너진다. 논두렁이 무너지면 논에 물을 가둘 수 없어 벼농사를 지을 수가 없다. 또 비가 그치려 하면 재빨리 논으로 달려가 물꼬를 높여 놓아야 논에 물이 빠져나가지 않아 가뭄에 대비할 수 있다. 논이 한군데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서 일꾼들이나 농사일을 거드는 애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 한다.

    그런데 비가 많이 올 것 같아 물꼬를 낮추어 놓았는데 비가 안 오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논의 물이 금방 말라 벼가 타들어가 버린다. 그러면 어른들로부터 1년 내내 꾸지람을 듣게 된다. 일기예보라는 것을 모르던 그때 모든 농민들이 바라던 바는 “비가 올지 안 올지, 많이 올지 적게 올지 미리 알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라는 것이었는데, 60년 전 농촌 사람들은 실현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단지 공상적으로 바랐던 일이었다.

    옛날의 기상 관측 방법은 “정월 대보름날 달빛이 붉으면 가물고, 희면 비가 많이 온다”, “저녁노을이 고우면 그다음 날 맑고, 달무리가 지면 비가 온다” 등이었다.

    조선시대에도 기후를 관측하는 관상감(觀象監)이 있었지만 정확한 관측기구가 없으니 정확할 수가 없고, 또 왕실을 중심으로 한 몇몇 사람에게만 통보되고 일반 백성들에게는 그 혜택이 두루 미치지 못했다. 일기예보가 처음 생긴 것은 영국인데, 1848년부터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04년에 기상 관측이 시작되었고, 1965년부터 라디오방송에서 일기예보를 정기적으로 내보냈다.

    1961년 이후 라디오 유선방송이라는 것이 설치되었는데 면 단위에 어떤 사업자가 본부를 설치하여 가구마다 유선으로 앰프를 연결하여 라디오 방송을 중계하여 듣게 만든 장치였다. 1965년 라디오 방송에서 “내일은 맑고 기온은 28도까지 오르겠습니다”, “내일은 비가 내리고 바람이 많이 불겠습니다”라는 방송을 듣게 되었다. 사람들이 “어떻게 미리 알 수 있느냐?”고 너무나 신기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라디오나 텔레비전 방송이 아니라도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내일은 물론 1주일 뒤, 한 달 뒤의 일기도 다 알 수 있다.

    지금은 일기예보가 거의 정확하니 이를 통해서 미리 재난을 방지할 수 있고, 일의 계획을 짤 수 있으니 일기예보가 우리 생활에 주는 편리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고, 국가 사회적으로도 경제적 손실을 크게 막아주고 있다.

    * 陰 : 그늘 음. 흐릴 음. * 晴 : 갤 청.

    * 風 : 바람 풍. * 雨 : 비 우.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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