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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문화유산 답사기] <121> 함안 (30)

  • 기사입력 : 2004-05-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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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산사를 나와 늦은 봄의 풀 향기가 그윽한 보리밭 사이 국도 5호선으로
    들어섰다. 구마고속도로와 나란히 십리쯤 가다 공장이 다 들어서지 않아 군
    데군데 공터가 있는 칠서 지방 산업단지 4거리에서 우회전을 하여 200m쯤
    가면 칠서 산업단지 관리공단 폐수처리장이 있다.

     폐수처리장 건물 내에 문화재자료 제205호 함안 대치리 공룡발자국 화석
    이 보관되어 있다. 이 공룡 발자국 화석은 원래 이곳에 있던 것이 아니
    고, 1993년 6월 27일 칠서 산업단지 조성공사 중에 이곳에서 서쪽으로 약
    1km 지점인 칠서면 대치리에서 발견되었다. 지금은 부산우유가공공장이 들
    어서 있어 흔적조차 찾기 어렵지만, 1995년 7월부터 그해 12월까지 경북대
    학교 엄성규 교수의 책임아래 발굴되어 표본 정리작업이 이루어졌다.

     그 뒤 영구적인 전시장소 문제로 복원작업이 미뤄져 오다가, 1999년 7
    월 지금의 장소인 칠서 산업단지 폐수처리장 건물에 방 한 칸을 빌려 복원
    하였다. 이 공룡발자국 화석은 중생대 백악기 때의 것으로 거대한 공룡발자
    국 화석 70여 개가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는 일부만 보관되어있고, 발자
    국 크기를 보면 폭은 약 340∼360㎜, 길이는 370㎜로, 작은 발자국 화석
    은 발가락 자국까지 선명하게 남아있다. 함안 대치리 공룡발자국 화석은 초
    식 공룡이 4발로 기어다닌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공룡 발자국 화석이 원래의 발굴장소를 떠났다면, 최근에 완공
    된 현대식 함안 박물관으로 이전하여 보관하는 것이 폐수처리장 내에 있는
    것보다 훨씬 좋을 것 같다.

     국도 5호선을 따라 남지 방향으로 길을 재촉하면 칠서 정수장을 지나 낙
    동강을 가르는 남지교를 건너기 직전에 진동버스정류장이 있다. 정류장 도
    로 변에 경남 기념물 제33호 주세붕 묘역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다. 도로
    공사가 한창인 마을길을 따라 1km 쯤 가면 승용차 1대 진입이 가능한 좁은
    콘크리트 포장 도로에 이정표가 가리키는 낮은 산 쪽으로 길이 열려있다.

     함안군 칠서면 계내리 있는 묘역에는 주세붕과 그의 부친, 큰조카가 묻
    혀있다. 부모의 묘(墓)는 거대한 방형묘(方形墓)로 세로가 7.11m, 가
    로 5.73m이고, 주세붕의 묘는 일반적인 원형묘로 밑변의 지름이 9.2m 높
    이 3m이다. 조선명종 6년(1551년)에 황해도 관찰사가 되어 해주에 수양서
    원을 창설하였으며, 1554년 그가 죽은 뒤 유언에 따라 고향인 이곳에 묻혔
    다. 묘지 뒤쪽에 도굴을 한 흔적이 있으나, 단단한 횟가루 때문에 도굴되
    지 않았다. 묘역에 쓰인 돌은 황해도 관찰사를 지낸 인연으로 그곳에서 옮
    겨왔다고 한다.

     한 여름에는 황홀한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묘지 앞 넓은 연꽃 밭을 뒤로하
    고 지방도로 1045번으로 들어섰다. 도로변 과수원의 화려한 꽃들을 보며 칠
    북면 이령리 갈림길에서 마금산 온천 방향으로 100m쯤 가면 이령천이 있
    다. 이령천을 따라 이어지는 제방 길을 따라 낙동강 방향으로 가다 밀포교
    를 건너면 한 폭의 산수화 같은 비포장 오솔길이 1km정도 이어진다. 산 쪽
    에는 봄날 꽃이 지천으로 수놓는 과수원이 이어지고 강 쪽에는 늘어진 수양
    버들 숲 사이로 낙동강이 넓은 백사장을 가르며 그림처럼 흐르고 있다.

     오솔길이 끝나는 칠북면 봉촌리 절벽에 낙동강을 굽어보며 문화재 자료
    제217호 광심정이 있다. 조선 현종 5년(1664)에 성리학자 송지일 선생
    이 자모산 기슭 낙동강 절벽 위에, 정자를 세워, 그의 호(號)를 따서
    광심정(廣心亭)이라 하였다. 정면 2칸, 측면 2칸의 팔작(八作)지붕으
    로, 전면 2칸은 개방된 마루로 구성하였으며 확 트인 전망이 정자 건축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현재의 건물은 임진왜란 때 파손된 것을 수 차례에 걸
    쳐 중수하였다.

     아직도 만나야 할 이름 없는 민초 같은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남겨두고,
    함안 지역 답사를 마무리하면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
    다. 흩어져 있는 문화재를 연결하는 작은 오솔길을 만들어, 가족끼리 걸어
    서 문화재를 찾아가는 아름다운 길이 생겼으면 좋겠다.
    ­- 심재근(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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