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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8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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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문화유산 답사기] <123> ­의령 ②

  • 기사입력 : 2004-05-21 00:00:00
  •   
  • -심재근(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 회장)
     
     충익사와 의령읍을 가르는 남산천 변에 의령공설운동장이 있다. 강 쪽 벽
    면에는 그림을 그려 콘크리트의 삭막함을 가리고 있지만 장기적인 안목으
    로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설운동장
    을 중심으로 4월22일 의병 창궐 일에 망우당 곽재우 장군과 17장령을 비롯
    한 의병들을 추모하고, 그 정신을 받들기 위하여 의병제전 및 군민의 날
    예술 행사가 3일 동안 열려 의령은 축제 분위기로 달아오른다.
     축제는 매년 4월 21일 느티나무에 북을 매달아 의병을 모았던 의령군 유
    곡면 현고수에서 성화 채화를 시작으로 전야제가 서막을 열고, 다음날 의
    병의 애국 혼을 추모하는 추모 제향과 달집태우기, 무형문화제 20호 의령
    큰 줄땡기기, 소싸움 등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필자가 답사를 하던 날, 충익사에는 창원 모 초등학교에서 관광버스 10
    여대를 타고 현장학습을 왔다는 어린이들이 안내 해설사 없이 경내만 둘러
    보고 돌아가고 있었고, 잘 가꾸어진 잔디밭에서는 어린이집에서 소풍 온
    것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놀이에 한창이었다.
     학생들이 많이 찾아오는 교육적인 사적지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활
    성화되어 있는 문화유산 해설사를 양성하여 배치하면 효과가 있겠다는 생각
    이다. 객원 문화유산해설사 제도가 가장 잘 정착된 곳이 전라남도와 전라북
    도이다. 그 지방 행정기관의 문화관광담당 부서에 연락을 하면 시·군에 소
    속되어있는 문화유산해설사를 쉽게 소개받을 수 있다. 그리고 휴일에는 대
    부분 잘 알려진 유적지에는 항상 배치되어있어 생생한 현장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충의문을 들어서면 길 양쪽으로 잘 가꾸어진 수목과 잔디밭이 있다. 왼쪽
    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곽재우 장군 유적정화기념비와 웅장하지는 않으나 작
    으면서 화려한 다포식 팔작지붕의 충의각이 있다. 이곳에는 18장령에게 사
    후(死後)에 내린 벼슬과 본관(本貫)등이 적힌 명판이 있다.
     충의각 길 건너 잔디밭에는 경상남도 기념물 83호로 지정된 모과나무가
    있다. 충익사 모과나무의 나이는 500년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는 8.5m,
    둘레는 3m이다. 나무의 줄기가 근육모양으로 울퉁불퉁하게 골이 패여 있는
    데, 오래된 모과나무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형태이다. 이 모과나무는
    원래 가례면 수성마을을 지켜주고 보호하던 당산나무(堂山木:마을 지킴이
    나무.)로 토속신앙의 대상이었으나, 1978년에 곽재우 장군 유적지 정화사
    업을 실시할 때 충익사로 옮겨졌다.

     모과나무에 대해서는 필자에게 특별한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1
    박2일간의 수학여행을 삼십리 가량 떨어져있는 장성의 백양사로 갔었다. 참
    외를 교과서에서 그림으로만 보았고, 모과나무는 전혀 본적이 없었다. 당
    연히 참외와 모과를 구분 할 줄 몰랐고, 달빛이 내리는 가을밤에 탐스럽
    게 열린 노란 모과를 참외로 알고 친구들과 모과나무에서 한 자루를 땄다.
    다음날 아침 스님으로부터 불호령이 떨어졌고, 우리들은 땀을 흘리며 넓
    은 백양사 경내 청소를 다하고서야 훈방되었다.

     모과나무 옆에는 우리나라 지도를 본 떠 만든 인공연못이 있는데 붉은 잉
    어를 비롯한 관상어가 풍치를 더해준다. 어린이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라
    서 안전한 울타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연못에서 기념관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왼쪽을 보면, 곽재우장군과 17장령 및 수많은 무명의병들의 위패
    를 봉안하고 있는 충익사당이 있다. 사당을 나와 서쪽 끝에 자리하고 있는
    건물이 기념관이다. 이곳에는 곽재우 장군과 의병들의 유물과 기마도, 의
    병창의도, 정암진 승전도 등이 전시되어 있어 임진왜란 때의 전투장면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이곳에 있는 곽망우당 유물 6점은 보물 제671호로 지정되어있다. 장검
    (長劍)은 길이 86cm, 너비 3cm(자루 16cm)로서 임진왜란 때에 장군이
    사용하던 것이다. 칼과 칼집이 한 쌍으로 보존상태가 양호하며, 손잡이 부
    분이 나무로 되어 있고 겉은 가죽끈을 교차하여 감았다. 그 아랫부분은 꽃
    모양으로 앞면과 뒷면을 파서 조각하였고, 칼등은 위로 조금 휘여있다. 칼
    집은 윗 부분이 약간 부식되어 떨어졌으며, 그 아래 간격을 두고 2개의 테
    를 돌렸고, 그 윗부분은 고리가 부착되어 있어, 끈을 묶었던 것으로 보인
    다. 칼집의 아랫부분에는 반원형의 구리장식이 되어 있으며, 그 앞과 뒤
    는 꽃 모양으로 장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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