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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봉변과 황철곤 시장/이상목기자

  • 기사입력 : 2008-04-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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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03년 4월29일 오후 마산 신포동 조두남기념관 야외 개관식장. 꽃샘바람이 매섭던 그날, 황철곤 시장은 기념관 명칭에 불만을 가진 한 시민사회단체 대표로부터 ‘밀가루 세례’를 받았다. 이후 조두남기념관은 마산음악관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과정이야 어찌 됐건 밀가루 세례가 시장의 소신을 꺾는 모멘트가 됐다.

    그로부터 딱 5년이 경과한 2008년 4월1일 오전. 지역경제 회생을 위해 수정만 바다를 메워 조선공장을 유치하려는 구상이 6개월째 난항을 겪자, 비로소 주민 설득에 나섰던 황 시장이 이번에는 ‘계란 봉변’을 당했다.

    현장 대책본부 공무원들을 독려한 후, 면사무소 마당에 모인 주민들과 대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의 돌발상황이었다. 황 시장은 70여명의 수정주민들에게 ‘보상과 이주문제 등을 해결하겠으니 기업유치에 협조해달라’는 요지의 대화를 시도했고, 10분여가 지난 즈음 주민 일부가 시장을 향해 계란을 던지면서 불상사가 발생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황 시장은 황급히 자리를 피하는 유약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차라리 계란범벅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더 강하게 기업 유치의 당위론을 설파하는 모습이 좋았을 뻔했다. 그랬다면, 수정주민들이 황 시장의 진정성에 감동(?)해, 혹 마음을 바꾸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더 이상 황 시장의 봉변이 무위가 돼서는 안된다. 다수의 시민들은 시장이 돌팔매를 맞더라도 해야 할 일을 해내는 우직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또다시 위력 앞에 굴복하고 만다면, 그에게 더 큰 공복(公僕)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계란을 맞고 브리핑룸을 찾은 황 시장은 “곧 청와대를 방문, ‘높은 분’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방법보다는 작업복에 운동화 신고, 몇 차례 더 수정마을을 찾는 것이 옳다. 더 큰 봉변을 무릅쓰고 ‘마산경제를 위해 기업 유치가 시급하다’고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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