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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없는 문학제 ‘문인들만의 잔치’/조고운기자

  • 기사입력 : 2008-04-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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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아도취에 빠진 문인들이 문학을 망치고 있다.” 26일 제1회 경남문학제 개막식. 문학평론가인 윤재근 한양대 명예교수의 축사 중 한 구절이다.

    독자 부재의 문학, 시장 없는 문학판을 안타까워하는 출향 원로 문인의 고언(苦言)이기도 하다. 축사 치고는 조금 과한 질책이 아닌가 싶었으나, 이날 문학제 또한 그 염려를 벗어나지 못했다. ‘경남’을 타이틀로 열린 첫 문학제. 문학단체가 아닌 ‘경남문학관’이 주최했기에 더욱 폭넓게 경남문학을 알리고 성장시키는 장이 되리라 기대가 많았다. 문학제에는 허영자, 윤재근, 이영호 등 유명한 출향 문인들이 참가했고, ‘21세기 경남문학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발전적인 토론도 오갔다. 유명작품의 배경을 찾아 하동으로 1박2일 문학기행도 떠났다. 하지만 이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과 도내 문인 40여명, 그리고 출향 문인 20여명 만을 위한 것이었다.

    ‘경남문학제’가 아닌 ‘경남문인축제’였던 것이다.

    주최측은 “애초 출향 문인들과 도내 문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친교를 나누는 취지로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는 문학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축사에서조차 고언을 서슴지 않았던 한 노교수의 그것과는 너무나도 상반된 ‘안일함’으로 비쳐진다.

    ‘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심심찮게 쓰이는 요즘. 더구나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지역문학을 살리기 위해서는 ‘발전 방안을 위한 토론회’ 100번보다, ‘시민이 참여하는 문학제’ 한 번이 효과가 더 크지 않을까.

    ‘문인들만을 위한 잔치‘였던 이 날 문학제가 ‘경남 문학’을 위해 어떤 성과를 남겼는지 주최측은 깊이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내년에 개최될 ‘제2회 경남문학제’는 문학의 위기를 극복하고 도민들과 함께 하는 행사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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