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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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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방식으로 숭어 잡는 홍정표 숭어막이 기능보유자

“겁 많고 뛰는 습성 이용해 숭어만 그물에 가둬 잡지”
의령 낙서면 여의마을 주민들과 10년 만에 부활시켜

  • 기사입력 : 2008-10-22 15: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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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 고기잡이 방식인 ‘숭어막이’ 기능보유자인 홍정표(68)씨를 만났다.

    의령군 낙서면 여의리 낙동강변에는 길이 250m의 숭어막이가 강을 가로질러 설치돼 있고, 백사장에는 볏짚으로 만든 움막이 서 있다. 숭어막이는 강 양쪽에 그물을 쳐놓고 숭어를 정해진 곳으로 유인해 잡는 전통적인 고기잡이 방식이다.

    200여년을 이어왔다는 ‘숭어막이’를 계승하고 있는 홍씨에게 숭어막이에 대해 물었다.

    “10년 전까지도 숭어막이를 통해 숭어를 잡았고 강 상·하류 마을에서도 기능보유자들이 살았지.”

    그러나 현재는 기능보유자들이 모두 타계하고 홍씨만이 숭어막이를 할 수 있다. 전통이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여의마을 사람들이 10년 만에 숭어막이를 부활시켰다. 전수자도 나섰다. 김태출(40)씨는 “원래 낚시나 고기잡이를 좋아했는데 숭어막이를 보고는 내가 이어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좋은 전통이 끊어지지 않게 열심히 배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홍씨는 18살 때 처음 아버지로부터 숭어막이 기술을 배웠고, 그 이후로 숭어막이를 통해 잡은 숭어를 팔고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꾸려왔다. 숭어막이는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드는 10월 중순에 시작해 살얼음이 얼기 시작하면 거둬들인다.

    “숭어란 놈이 본디 겁이 많고 뛰는 걸 좋아해서 그 습성을 이용해 숭어만을 잡도록 만든 게 숭어막이지.”

    하루에 많이 잡을 때에는 최고 400마리까지 잡아봤다고 한다. 한두 달 숭어막이로 수천 마리를 잡았고, 인근 마을에서 숭어막이를 하면 고기를 사러왔다고 한다.

    “그물 구멍도 크고 곳곳에 빠져나갈 곳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100마리라면 그중 10마리만 잡도록 해놓았네.”

    숭어의 습성을 십분 활용한 것이나 배나 다른 물고기들의 통로를 열어둔 것이나 숭어막이는 선현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고기잡이다.

    “예전에는 (짚으로) 새끼를 꼬아 그물을 만들었는데 요새는 튼튼한 그물이 나오니 한결 수월하지.”

    그렇다고 해도 강 양쪽에 걸쳐 그물을 치고 군데군데 통로를 만들고 고기를 유인하는 길을 만드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홍씨도 아버지 일을 도우며 5년이 넘게 숭어막이를 하고서야 비법을 터득했다고 한다.

    “요즘에는 뉴트리아(외래종 설치류로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가 기승을 부려 움막에서 밤을 새면서 숭어를 지켜야해. 아직은 기온이 높아 밤에 숭어가 많이 잡히거든.”

    “바다에서 잡는 숭어는 맛이 없어. 이맘 때 숭어는 씨알도 굵고 기름기도 많아 얼마나 맛있다고. 무엇보다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숭어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

    전통 고기잡이를 전승하기 위해서라지만 책임감이 있어야 하고 그 자신이 즐겁지 않으면 쉽게 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차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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