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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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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서 여성결혼이민자 영어강사 활동 아르베마씨

“아이들 가르치니 즐거워요”
대학서 유아지도사과정 이수

  • 기사입력 : 2009-04-08 11: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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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 때문에 힘들고 아이들 때문에 즐겁습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고등학교 등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사르세노 아르베마(43)씨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아르베마씨는 지난 96년 종교재단을 통해 남편 정성봉(48)씨를 만났다.

    정씨가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도 비행기로 1시간 더 가야 하는 일루일루의 아르베마씨 집을 찾아가 ‘삼고초려’한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같은 해 12월에 한국에 온 아르베마씨는 처음에는 시댁이 있는 의령군 낙서면 농촌마을에서 시부모를 도와 농사를 지었고, 친척은커녕 친구 하나 없어 외로움을 많이 겪었다고 한다.

    남편 정씨는 “처음엔 부부싸움을 하면 영어로 말을 해 알아듣지 못했다”며 “결혼할 때도 사전을 찾아가며 말을 걸어 결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향 얘기에 어느새 눈물이 고였지만 남편의 말에 다시 분위기가 좋아졌고, 어느 부부보다 금실이 좋아 보였다.

    3년을 그렇게 지내다 분가해 보일러 일을 하는 남편과 현재까지 의령군 부림면에 살고 있다.

    10살 아들과 7살 딸이 있다.

    2004년 지인들을 통해 영어 강사의 길을 알게 됐고, 경남대에서 유아지도사과정을 이수하고 자격증을 따 일을 시작했다.

    부림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서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고, 부림초등학교와 신반고등학교 방과후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지도한 것이 올해로 4년째이다.

    아이들 가르치는 게 어려운 지를 묻자 힘들다며 고개를 돌린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고등학생들과는 달리 초등학생들은 말을 통 안 듣습니다.”

    초등학생인 아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데 혼자 배우려고 하질 않아 친구와 함께 과외도 해주고 있단다.

    그녀는 경남도가 추진하는 여성결혼이민자 외국어 강사로 활동하게 됐다.

    올해는 의령읍에 거주하는 필리핀 출신 여성결혼이민자 2명 등 3명을 지원받아 지역아동센터에서 주1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아직은 한국 말이 서툰 아르베마씨는 자녀들과 함께 한글을 배우고, 군에서 주1회 하는 다문화가정 한글교육도 참여하고 있다.

    그녀는 “교육청에서 원어민 강사를 지역에 배치하면서 미국과 영국, 캐나다 원어민만을 쓰다보니 일자리를 잃게 될 것 같다”며 “학교에서 계속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토로했다.

    여성결혼이민자 외국어 강사 지원사업에 대한 예산지원이 1회당 3만원밖에 되지 않다 보니 자신의 능력을 살리기에는 모자란 것이다.

    그녀는 “그래도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고등학생 모두 영어 배우는 것을 재미있어 하니 나도 보람이 있다”며 활짝 웃는다.

    차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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