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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6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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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적량면 서리마을 박달용씨

80세 시골노인 운전면허 땄다
마을에 하루 버스 2회 운행 불편해 올 1월부터 도전

  • 기사입력 : 2009-04-20 15: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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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운전면허증을 받고 보니 너무 기쁘네요.”

    여든의 나이에 2종 자동차 운전면허 시험에 도전해 성공한 시골마을 한 노인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박달용(80·하동군 적량면 서리마을)씨.

    4남 4녀 자녀를 두고 있는 박씨는 “올해 설날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동차 운전면허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박씨가 사는 곳은 군내 버스가 하루에 두 번 왕래하는 문자 그대로 산간오지다.

    하동읍내에 잠시 볼일 보러 가려면 오전에 버스를 타고 나갔다가 오후에 버스를 타고 들어와야 하는 불편함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왔다.

    특히 오후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하릴없이 시간 보내는 것도 그렇지만 그 사이 농사일을 할 수가 없었던 것.

    박씨는 지난 1월 말부터 운전면허 교재를 구입해 공부를 시작했다.

    박씨는 일제시대 때 2년 과정 소학교를 나온 것이 학력의 전부이지만 웬만한 일어는 막히는 게 없고 알파벳, 한자도 외는 데다 한글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알았지만 딱딱한 용어로 점철된 교재를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특히 자동차와 도로교통에 관한 법령, 자동차 구조 등을 외우는 일이 녹록지 않았다. 그새 필기시험에 응시해 세 번이나 떨어지고 말았다.

    박씨는 학과시험 네 번째 도전만에 77점으로 합격했다. 그는 기능·주행은 단번에 통과했다. 지난 12일 기능시험에서는 90점으로, 지난 16일 치러진 주행시험에서는 만점으로 합격했다.

    셋째 아들 봉현(46·진주시 초전동)씨는 “오는 5월 어버이날은 아무래도 아버지 운전면허 취득 기념 마을잔치를 열어야 할 것 같다”며 “평생 8남매 자식들에게 몸소 실천으로 모든 것을 가르치신 아버지께서 이번에도 너무나 큰 교훈을 안겨 주시는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박씨는 “언젠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나도 그런 생각으로 이를 앙다물고 도전했다”고 회상했다.

    정경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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