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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0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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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시집 ‘집으로 가는 길’ 낸 산청읍 김규정씨

일흔다섯 농부, 詩로 황혼을 일군다
“사방 막힌 방에서 벽에 창문 내는 마음으로 글 써”

  • 기사입력 : 2009-04-28 15:4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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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자락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흙과 살아온 70대 농부시인이 세 번째 시집 ‘집으로 가는 길’을 펴내 눈길을 끌고 있다.

    산청군 산청읍 차탄리 김규정(75)씨가 주인공.

    그는 지난 1974년부터 83년까지 공직에 몸담았다가 난마처럼 얽히고 설키는 삶보다 속이지 않는 자연의 맑고 정직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 농부가 됐다.

    한때 ‘산청경제살리기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지역발전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적도 있지만 그마저도 뜻한 바가 있어 접었다.

    ‘늦깎이’란 말뜻이 ‘나이가 많이 들어서 뒤늦게 불교에 입문해 승려가 된 사람’이듯이 예순여덟 되던 2002년에 문학에 입문, 이듬해 ‘시사문단’으로 등단했다.

    2004년 첫 시집 ‘바람의 흔적’과 2005년 ‘노송의 독백’에 이어 이번에 100편의 작품을 묶어 ‘집으로 가는 길’을 펴냈다.

    현재는 국제 펜클럽 경남지부 회원, 경남시인협회와 산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또 젊은 후배 문인들에게 자신의 못다한 문학의 꿈을 거울 삼아 정진하기를 바라면서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은 문단의 자상한 선배이기도 하다.

    김씨는 “하루를 정리하고 남은 시간을 이용해 책상 앞에 앉아 조용히 자아 성찰의 시간을 가지며 펜을 든다”며 “사방이 막힌 방에서 벽에 창문을 내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라고 내세울 것도 없습니다. 직접 눈으로 보는 대상이 아니라 내 몸 속에 들어와서 욕망이나 감정, 무의식과 결합돼 내 몸으로 소화시킨 대상을 상상력으로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면서 “농부로서, 자연인으로서 항상 ‘내가 시를 쓴다는 것은 우스운 짓’이라는 생각을 해왔다”고 말했다.

    시집 ‘집으로 가는 길’을 통해 일흔다섯의 황혼을 문학의 열정으로 불태우는 노 시인의 주름지고 햇볕에 검게 탄 얼굴에 피어나는 해맑고 순수하기만 한 모습을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시인으로 불리는 데 대해 한사코 수줍어하는 김씨. 많은 양의 독서와 경험에서 우러나온 글들은 여느 중견 시인 못지않다.

    시인인 강희근 경상대 명예교수는 “김규정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무위자연 속에서 구도자적인 시 세계를 추구하는 시의 뿌리가 농부의 심성에 부쳐져 있다”고 말했다.

    “정신을 놓지 않을 때까지 글을 쓰고 싶다”는 김씨는 또 다른 작품을 준비하기에 여념이 없다.

    한편 세 번째 출판기념회는 27일 산청읍의 한 음식점에서 문인협회 회원, 가족, 친지 등 50여명이 참석해 조촐하게 가졌다.

    김윤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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