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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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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군청 로비서 개인 수채화전 열고 있는 최명희씨

“희망을 전하는 그림 그리고 싶어요”
풍경과 정물 등 30여점 전시… 수익금은 이웃돕기 성금으로

  • 기사입력 : 2009-05-13 15:5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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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안미술협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명희(38)씨가 10여년의 예술 여정을 뒤돌아보는 뜻깊은 수채화전을 함안군청 1층 로비에서 열어 눈길을 끌고 있다.

    굳이 갤러리를 마다하고 군청 로비에서 개인전을 열게 된 건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에서 쉽고 편안하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 보자는 생각에서다. 행사 수익금은 불우이웃돕기에 내놓는다.

    지난 9일 오후 5시 개막해 오는 15일까지 열리는 수채화전은 농촌의 목가적인 풍경과 정물 등 30여점의 그림을 전시, 밝은 색채와 투명하고 깨끗한 터치로 편안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띄우고 있으며, 정물은 사실 감각이 뛰어나 살아 움직이는 듯 꿈틀거림을 느낄 수 있다.

    최씨의 그림은 꿈과 희망을 노래하듯 밝고 편안하며 활기가 느껴진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유난히 좋아하던 수줍고 말 없는 아이. 대산면 평림리에서 빈농의 맏이로 태어난 최씨는 어려운 집안형편에 상급학교 진학도 어려워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얘기는 꺼낼 수도 없었다. 머지않은 장래에 꿈을 꺼내 놓으리라 생각하고 그림을 향한 열정을 고이 접었다.

    실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동생들 뒷바라지를 하며 평범한 주부의 길을 택했던 최씨.

    아이 셋을 둔 가정주부로 항상 뇌리 속에 수채화 붓을 든 자신을 상상하며 언젠가는 하얀 종이 위에 채색을 하리라는 꿈을 안은 채 지내던 지난 2003년 어느 날 우연히 집 부근에 미술교습소가 생기면서 무작정 교습소를 찾았다.

    최씨의 숨은 소질을 발견한 원장이 적극 권유했고 미술인으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마산대학 아동미술학과 늦깎이 대학생으로 들어가 혼신의 힘을 쏟았다. 공모전이 있을 때는 하루 두세 시간씩만 눈을 붙이고 그림에 미친 듯 열정을 쏟아 부었다.

    최씨가 온전히 그림에 몰두할 수 있었던 건 남편 이태원(함안군청 근무)씨의 외조가 컸다. 행여 그림그리는데 부담이 될까 남편은 아무런 내색도 않고 아이 셋을 돌보고 집안일까지 도맡아 척척 처리해 줬다.

    남편의 믿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그녀의 그림은 일취월장했다.

    2004년부터 성산미술대전에서 4년 연속 특상을 수상했고 영남미술대전, 행주미술대전, 2007년 부산국제환경예술제 등 국내외 공모전에서도 수많은 수상을 통해 그녀만의 색깔을 드러냈다.

    걱정근심, 세상만사 모든 잡념을 잊게 해 줬던 그림.

    하얀 종이 위에 한 점 물감이 퍼져 나가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최씨는 꿈과 희망을 전하는 따뜻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쯤이면 그림도구를 들고 여행스케치를 하는 자유인 최명희를 그려 본다는 단아한 매무새의 그녀에게서 은은한 향기가 묻어난다.

    배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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