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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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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향기 (7) 이상희 가야대학교 총장

“수심문 들어선 후 학생들과 소통하려 나를 바꿨죠”

  • 기사입력 : 2009-07-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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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면·성실’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고 있는 이상희(48) 가야대학교 총장.


    대구 달성구에서 6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밥상에 앉을 때면 쌀에는 농부의 부지런함이, 생선에는 어부의 부지런함이 배어 있다는 것을 아버지로부터 누누이 새겨 들었다.

    평생 그렇게 해왔듯이 요즘도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난다는 이 총장, 그에게는 현재 어떤 부지런함이 배어 있을까?

    그의 부지런함과 그의 생각을 듣기 위해 그가 몸담고 있는 가야대학교를 찾아갔다.

    지난 17일 오후 2시, 김해시 삼계동에 위치한 가야대학교.

    ‘수심문(守心門)’이라고 적힌 교문을 통과해 총장실로 들어섰다. 수심문은 마음을 지키는 문이라는 뜻으로, 천도교의 수심정기(守心正氣)에서 따온 말이다.

    오전에 폭우가 휩쓴 뒤였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햇빛 아래 교정과 산의 녹음이 더 맑아 보였다. 인사를 나눈 뒤 이 총장은 학생들 얘기부터 먼저 꺼냈다.

    “폭우 때문에 걱정이 많아요. 이번 가야문화 도보 순례로 본교 학생들이 행군 중인데, 비에 고생하지 않았는지 걱정이네요.” 

    ▲취직 안된다면 대학이 책임

    이상희 총장의 이름은 원래 ‘이상히’, 한글을 옹호하는 아버지가 직접 지어준 이름으로 이 총장의 형제들도 모두 한글 이름이다. ‘상히’는 별다른 뜻이 없는 소리글자로 한자 이름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항상 오해의 소지를 남겼다.

    이 총장은 취임 이후 학생들과 지인들로부터 이름에 얽힌 오해가 늘어나면서 더 이상 원래 이름을 고수할 수 없었다.

    “학생들뿐 아니라 지인들로부터 내 이름에 ‘히’자를 보고 오자가 아니냐는 문의를 많이 받았습니다. 굳이 아버지가 지어주신 한글 이름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지만 사람들과의 소통을 위해 ‘나’를 바꾸기로 했습니다.”

    이 총장은 지난 2008년 5월께 개명을 신청했다. 한자 이름으로 숭상할 ‘상(常)’자와 빛날 ‘희(熙)’자다.

    이 총장은 요즘 젊은이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학생들은 개방적이지만 개성이 있고 창의성이 풍부하죠. 표현 방식의 차이일 뿐, 그들에게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어요.”

    그는 요즘 유행하는 신세대 용어도 배우고 있다고 한다. 과거처럼 훈계하듯 일방적인 소통은 대화의 단절만 불러 올 뿐이고, 그들의 대화를 경청하기 위해선 그들의 언어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4년간 등록금 내며 대학을 나왔는데, 취직이 잘 안된다면 대학은 책임이 있죠.”

    가야대학교는 천편일률적인 학과 운영을 탈피해 실용적 지식 함양을 통한 대학교육을 위해 사회적 수요가 감소하는 학과는 과감히 통폐합했다.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실무중심적인 산학협력형 학과를 재편성해 교육의 내실화와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이다.

    그 결과, 올해 졸업생 취업률이 77.9%로 도내 4년제 대학 중 가장 높은 취업률을 보여,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 생각을 바꾼 것은 아버지

    사실 이 총장은 사립대학교의 전망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그가 대학교수로 재직 시 평생 교육에 몸담아온 아버지 이경희(85)씨가 대학을 설립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졸업생은 줄어드는 등 대학 입학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대학 운영은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에 좋은 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좋은 대학을 만드는 것이다”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그의 머릿속에는 큰 울림이 있었다고 한다. 지역 내 대학의 발전은 지역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것.

    그는 아버지의 업(業)을 이어받아 지난 2006년 가야대 총장으로 취임 후 대학의 장기 발전 계획에 따라 의료보건계열 특성화를 위해 간호학과, 방사선학과, 작업치료학과 등의 기존 설치학과를 통해 인프라 구축을 추진해 왔다.

    이는 최근에 추진하고 있는 약학대학 설립 유치와도 이어진다. 그는 약학대학 설립 유치에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가야대학교는 115만㎡의 충분한 부지를 확보하고 있고, 오는 2010년 부산~김해 경전철 완공으로 김해뿐만 아니라 부산, 창원, 양산, 울산 등 인근 지역에서의 접근성이 용이한 최고의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 캠퍼스 내 실버헬스 타운과 연계해 올해 중으로 노인전문요양원도 착공할 계획입니다.”

    ▲지역 문화유산 활용해야

    이 총장은 가야문화 연구에 할 말이 많다. 가야대학교는 개교한 이래 가야문화연구소를 설립해 가야사를 체계화하는 등 가야문화 연구에 꾸준히 매진해 왔다.

    “유럽이나 일본을 가면 시골을 가더라도 지방색이 뚜렷해요. 그 지역의 역사를 이야기해 주는 문화유산이 잘 보존돼 있을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자원을 잘 활용하고 있죠.”

    -가야문화연구가 가지는 의미가 있다면?

    “가야문화 연구가 기록이 부족하고 문헌적 연구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있어요. 하지만 언어학적 분석과 유물 등 고고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소재가 무궁무진합니다. 예를 들면 허황후 신화는 현대적으로 재해석이 가능하고, 신화를 통해 현대를 조명할 수 있어요. 세미나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실용적인 연구로 전환할 필요가 있어요.”

    -어떤 접목이 필요하단 건가요?

    “지역의 뿌리 찾기는 그 지역의 독특한 문화유산이지만, 곧 세계적인 것이기도 합니다. 일본의 다다미방이나 제주도의 초가집, 돌담길 등은 그 지역에서만 찾아볼 수 있죠. 문화유산의 보존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어요. ‘가야’라는 소재는 매우 훌륭한 소재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죠.” 

    ▲대외관계 등 바빠 가정엔 소홀

    그는 최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경남녹색성장포럼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녹색성장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요?

    “녹색성장의 핵심은 경제성장을 추구하되 자원 이용과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이를 다시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하는 ‘선(先)순환 구조’에 있죠. 특히 도시에서 교통체계 등 저탄소 성장과 에너지 효율 등의 방안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녹색성장은 시민들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생활쓰레기, 오수 줄이기 등 생활과 접목해 실천할 수 있도록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죠.”

    -학교 운영과 대외관계 등 항상 바쁘실텐데, 집에서는 몇 점짜리 가장이라고 생각하세요?

    “대외관계가 많아 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아요. 밤 늦게 들어갈 때면 아내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입니다. 제가 몇 점인지는 아내에게 직접 물어 봐야겠는데요.(웃음) 제가 집에 소홀한 점이 있지만, 식구들이 이해해 주고 항상 긍정적인 것이 제게는 가장 큰 힘이 됩니다.”

    글=김용훈기자 yhkim@knnews.co.kr

    사진=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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