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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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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섬- 송창우

  • 기사입력 : 2011-03-31 14: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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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화백자의 바다

    사금파리 빛나는 물섬을 가자

    인동당초 푸른 언덕을 넘으면

    거기, 내 짝지 살던 조가비 마을

    종패일이 끝난 아낙들은

    그림자를 끌며 제포 가는 도선을 타고

    밀물에는 저만치 드러누운 소섬이

    물 먹으러 올 것도 같은

    물섬, 옛 가마터에 불을 지피면

    먼데 놀바다 위로

    그리운 사람 거북이를 타고 오시리

    - 송창우 '물섬' 전문(시집 '꽃 피는 게', 2010)

    ☞ 송창우 시인은 가덕도 출신이다. 그래서 시인의 심장 깊숙한 곳에는 언제나 그 바다가 출렁거리고 있다. 창원에서 진해로, 다시 부산으로 행정구역이 바뀐 섬 가덕도가 요즘엔 신공항 문제로 시끄럽다. '물섬'은 진해 앞바다의 '수도'다. '소섬'은 '우도'고. 지금은 바다를 매립해 뭍이 되어 버렸지만 시인에겐 여전히 섬인 '물섬'. 가덕도 바다는 한때 우리나라 피조개 양식의 대명사격이었다. 지금은 진해 사람도 쉽게 맛볼 수 없게 된 피조개며 갈매기조개맛은 아는 사람은 안다.

    정말 진해바다의 섬들은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이웃, 아니 형제 같은 느낌을 준다. 그 바다 위로 거가대교가 우뚝하다. 상전벽해, 격세지감으로 설명이 될까. 추억을 단순히 불러내면 시가 되지 않는다. 시인은 삶과 의식의 움직임에 따라 마음 깊숙한 곳에서 가덕도 바다의 편린들을 데려와 새로운 시간과 의미를 이미지화한다. 평론가 최영호의 지적처럼 '감성적 원시성'의 시심이다. 시인은 돌배를 타고 온 인도의 귀족처럼 거북이를 타고 오는 '그리운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한 폭의 풍경화 같은 시 속에 이미지를 심어 의미를 확대하는 시적 장치가 잔잔한 울림을 준다.

    이월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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