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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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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한국민속소싸움협회 진행국장 강용기

소싸움 재미, 내 입에 달렸소

  • 기사입력 : 2011-10-0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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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용기 한국민속소싸움협회 진행국장이 지난달 22일 창녕부곡온천 소싸움 경기장에서 싸움소들의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해설하고 있다.

     
     

    “‘강돌이’는 엉덩이를 뒤로 쭉 빼서 뿔로 들이받는 모듬치기 기술이 일품이죠. 지구력까지 겸비해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까지 했습니다.”

    지난 9월 22일 제9회 창녕 전국민속소싸움대회가 열리고 있는 부곡온천 경기장.

    싸움소들의 거친 숨소리로 긴장감이 감도는 소싸움판에서 마이크를 잡고 박진감 넘치는 해설을 하고 있는 진행자가 눈길을 끈다.

    25년간 전국 소싸움 해설을 도맡고 있는 (사)한국민속소싸움협회 강용기(55·김해시 장유면) 진행국장이다.

    프로축구 해설가 못지않은 해설과 걸쭉한 입담은 웬만한 연예인 뺨칠 정도다.


    ▲소싸움 해설의 달인

    “‘태풍’은 대구 달성의 이진구씨 싸움소로 주둥이를 상대방 소 앞다리 사이로 집어넣어 들치기를 하여 제압하는 것이 주특기고, 또 목감아 돌리기로도 재미를 보고 있죠.”

    강 국장은 싸움소가 경기장으로 들어오자 그 소의 특기와 장단점에 대해 관중들에게 설명하고 맛깔나게 경기를 중계방송하기 시작한다.

    “이 소를 주목하세요. 지금은 서툴지만 앞으로 큰일을 낼 소입니다”라며 관중들의 이목을 끌게 하고, 한 싸움소가 아예 싸움을 하지 않고 꽁무니를 빼자 “생긴 거는 멀쩡한데 와 이라노”라고 우스갯 소리를 하면서, 상대방 소에게는 “머리 먼지도 안 털고 한 경기 이겼네”라며 싱겁게 끝나버린 소싸움의 아쉬움을 입담으로 만회하기도 했다.

    반대로 밀어붙이던 쪽이나 막아내던 쪽이나 어지간히 지쳤는지 두 마리의 소가 혀를 길게 뽑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자, “소싸움은 반드시 1대1로 대결하며 단판승제로 승부를 가리는데 시간 제한은 없으며 소싸움 경기 공격 중에 먼저 머리를 돌려 달아나는 쪽이 패자가 된다”고 규칙을 설명했다.

    그는 혼자서 아나운서와 해설가, 경기 진행 등 1인 2역, 3역을 맡아 소싸움의 관전포인트를 알려주고, 지역특산물까지 소개하는 홍보대사 역할도 하고 있다.

    3~4년 전부터는 후계자를 한 명 키워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된 것이 그에게는 큰 ‘호강’이다.


    ▲소싸움 해설가가 되기까지

    강 국장이 소싸움 해설가로 입문을 한 것은 25년 전이다. 한우를 사육하면서 소싸움에 관심을 갖게 됐고, 회원으로 활동하다 보니 주변 권유로 진행요원을 맡게 됐다.

    “처음에는 싸움소의 입장과 퇴장을 안내하는 간단한 소개만 했죠.”

    하지만 관중들이 재미가 없다는 반응이 있어, 양념을 넣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후 소 주인에 대한 세세한 소개와 소 키우는 과정을 소개하게 됐다. 지금은 소에 대한 소개뿐만 아니라, 한우 홍보까지 가미하고 있다.

    그는 일년에 100일 정도는 소싸움판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1년에 전국대회가 15개 정도 열리는 데다가 한 대회당 5~6일간 경기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루에 40경기씩 하면서 8시간 이상 해설을 해야 하기 때문에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을 정도로 빡빡한 일정인 터라 건강관리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

    “술 담배를 일절 하지 않고 하루 3시간 이상 잠을 자 본 적이 없으며, 매일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농장의 소들을 돌보고, 경기장으로 향합니다.”

    검게 그을린 얼굴로 자신있게 말하는 모습에서 그의 건강함을 읽을 수 있었다.



    강용기씨가 지난달 22일 창녕부곡온천 소싸움 경기장에서 강호명씨의 싸움소 ‘강돌이’를 살펴보고 있다.


    ▲전국 싸움소 680마리 이력 꿰뚫어

    강 국장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싸움소 152마리의 이력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사육되는 싸움소 680여 마리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다.

    20여 년간 전국대회를 다니다 보니 소의 근성, 지구력, 기술뿐만 아니라 상대소에 대한 싸움의 내용과 전적까지 알고 있으며, 소의 출생지와 어떻게 사육됐는지도 훤하다. 또 소 주인의 집안 대소사까지 술술 꿰고 있을 정도라 ‘민속소싸움계의 대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성싶다.

    “18년 전 김해대회 때 ‘검둥이’와 지금은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 소가 붙었는데 장장 2시간 이상 격돌했죠.”

    기억나는 명싸움을 소개해달라고 하자 당시의 생생했던 모습을 설명했다.

    또 2006년 김해 단감축제 대회 때는 11월 쌀쌀한 날씨 속에서 280여 마리가 참가해 일주일간 하루 10시간씩 강행군을 했던 대회도 소개했다.

    그는 소싸움 해설뿐만 아니라 경기 편성도 직접 한다. 따라서 싸움소의 이력을 모두 알아야 하고 특히 싸움소의 상대성까지도 감안해야 소싸움이 재미있게 진행될 수 있다.

    “소싸움은 각본 없는 드라마이며, 시간 제한이 없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역전이 될지 알 수 없습니다. 그 것이 묘미죠.”


    ▲농민의 아들로 한평생 소 사육

    소 싸움 해설에 달인이 되기까지는 25년간 대회 진행을 맡은 경험도 있지만, 어릴 때부터 소를 키워 왔고 군대 제대 후 1980년부터 축산농을 시작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그는 김해 진례에서 한우 250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

    그가 배출한 싸움소 중 ‘번개’가 15년 전 청도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등 ‘왕뿔’, ‘파란이’, ‘태산’ 등 무수히 많은 소가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지금도 싸움소 2마리를 키우고 있지만 훈련시킬 시간이 부족해 대회에는 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의 고향은 한창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는 김해 율하이다. 부모를 일찍 여윈 그는 김해농고를 졸업하고 군 제대 후 고향집에서 빈손으로 고물상과 공사장 막일을 하면서 농장을 키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양돈을 시작해 그 수익을 밑천으로 한우를 사육했고 2003년 김해 진례쪽으로 농장을 확장해 본격적으로 한우 사육을 하고 있다.

    “민속소싸움대회가 대중화·세계화돼가는 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는 수년 전 추석 연휴 때 부산벡스코에서 소싸움 대회를 열어 하루 관람객이 3만명까지 왔다며 소싸움대회가 날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그동안 싸움소를 키운 소 주인들이 경제적으로 손실을 많이 봤는데, 민속소싸움 경기가 완벽하게 뿌리를 내려 그분들이 허리를 펴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소싸움이란

    육중한 몸집을 지닌 싸움소의 가쁜 숨소리와 관중의 열띤 환호는 짜릿한 흥분으로 몰아간다. 소싸움은 서로 마주한 두 마리의 거대한 황소가 머리나 뿔을 사용해 밀고 당기고 박치기하는 민속놀이다.

    창원, 진주, 김해, 함안, 의령, 창녕 등 도내 6개 지역과 청도, 대구, 정읍, 완주, 보은 등 전국 11개 지역에서 소싸움 대회가 열리며, 진주는 매주 토요일, 청도는 갬블대회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출전 싸움소는 체급별로 백두(771㎏ 이상), 한강(671㎏~770㎏), 태백(600㎏~670㎏)으로 나누고, 다시 각 체급별로 대-소 두 개로 나눠 총 6체급별로 경기를 치른다.

    1대1로 대결하고 단판으로 승부를 가리며 시간 제한은 없다. 경기 공격 중에 먼저 머리를 돌려 달아나는 쪽이 패자가 된다.

    “전문조련사인 소 주인들은 황소 중에서 싸움소가 될 만한 소를 골라 집중적으로 훈련시킵니다.” 송아지가 자라 싸움소가 되려면 보통 2살은 돼야 하고, 최고 체급인 대백두 경기에 참가할 때까지 보통 5~8년간 싸움소로 시합에 출전한다.

    싸움소는 키가 크고 동체가 길면서 골격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가장 큰 무기인 뿔이 좌우로 뻗어 있고 뿔과 뿔 사이가 좁아야 하며 눈과 귀가 작고 앞다리가 짧으며 목덜미가 잘 발달돼 있고 특유의 끈기와 근성, 동작이 민첩한 소가 싸움소에 적합하다.

    강 국장은 “싸움소들은 체력 단련과 기술 연마를 위한 강도 높은 훈련을 하며, 주로 산악 달리기, 타이어 끌기로 기초체력훈련을 하고, 뿔치기와 힘겨루기를 통해 기술훈련을 한다”며 “경기가 임박하면 체급 조절을 위해 음식량을 줄이는 대신 한약재나 약초, 미꾸라지, 뱀 등 보양식이나 각종 피로회복제를 먹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글= 이종훈기자 leejh@knnews.co.kr

    사진= 전강용기자 j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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