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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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89) ‘전교생 18명’ 진주 한평초등학교 이야기

시골 작은학교에 영글어가는 ‘글쓰기 열매’

  • 기사입력 : 2011-10-2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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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신문 NIE 경연대회서 입상한 한평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작품 앞에서 전경희 교장, 이형규 교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전강용기자/



    지난 21일 열린 ‘2011 경남신문 NIE 경연대회’ 시상식에서 전교생 18명인 시골 작은학교 아이들이 초등생 가족신문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비롯해 5명이 수상하는 ‘작은 기적’을 이뤄냈습니다. 시상식에 참석한 고영진 경남도교육감이 “신문 읽기와 독서교육이 밑거름이 된 NIE의 성공 사례”라며 칭찬할 정도였으니까요. 진주시 대평면에 있는 한평초등학교(교장 전경희) 아이들이 주인공이랍니다. 오늘 논술탐험에서는 한평초 아이들의 가족신문에 담긴 글을 소개하면서 삶이 묻어나는 글쓰기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이번 NIE 경연대회에서 초등생 가족신문 부문에만 300편이 넘는 작품이 접수됐답니다.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끈 건, 한평초등학교에서 보내온 작품들이었어요. 전교생 18명 전원이 가족신문을 출품한 것도 이례적인 데다, 모든 작품이 아이들 손으로 쓴 삐뚤삐뚤 글씨였거든요.

    가족신문 경연대회라면 내용 못지않게 디자인도 중요하기 때문에 심사위원들은 잠시 고민을 해야 했답니다. 마침내 4명의 심사위원들은 경연대회 취지가 신문활용교육(NIE)의 확산에 있는 만큼 학년에 걸맞은 글쓰기 역량도 감안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한평초 학생들이 만든 가족신문의 내용을 보면, 시골학교 아이들이 농촌에서 살아가며 느끼는 생생한 얘기가 담겨 있습니다.

    최우수상을 받은 남상민(2학년) 어린이가 만든 가족신문에 써놓은 ‘아빠는 재밌어- 추석날 아침에 이런 일이’라는 글에선 때묻지 않은 동심을 만날 수 있습니다.

    【추석날 아침이 아빠 생신이다. 아빠께서 아침일찍 식구들을 다 깨웠다. 생신이라고 선물을 달라고 하셨다. 그런데 아무도 생일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다.(생략) 작은 누나는 돈이 없어 몸으로 때우라고 말했다. 한 달 동안 다리 주무르기를 하라고 하였다. 나는 아빠가 집에 오실 때마다 아빠 장난감이 되어 드리기로 했다. 추석날 아침은 아빠 때문에 웃었다.】

    우수상을 받은 이다림(6학년) 어린이의 가족신문은 지하수 개발을 하는 부모님의 직업을 글과 사진으로 구성한 데다, 거기서 퍼올린 물을 ‘우리 청정 대평마을의 딸기, 호박, 수박, 멜론, 석류 등 모든 농작물의 생명수’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특히 아버지를 주제로 직접 지은 작품인 ‘얼굴’이라는 시조를 보면 어린이의 순수함이 절절히 묻어난답니다.

    【울아빠 얼굴은 커다란 흙주머니 / 온종일 일한 흔적 온얼굴에 덕지덕지 / 그래도 좀 털고 오지 집안까지 데려와 // 흙들이 아빠가 마음에 들었나 봐 / 그만 좀 떨어져줄래? 울아빠는 내꺼야! / 더러운 흙묻은 얼굴 깨끗한 내 사랑이야!】

    장려상 강진혁(5학년) 어린이의 가족신문에 있는 시 ‘코스모스’는 진주 대평면의 가을 풍경이 눈에 선하네요.

    【길가의 코스모스 바람에 하늘하늘 / 친구들 웃는 모습 그대로 닮아 피어 / 오가는 사람들에게 웃음꽃을 드리네】

    장려상 하정우(2학년) 어린이의 가족신문에 써놓은 ‘아빠의 유럽여행’이란 글은 짧은 내용에다 사투리가 섞여 있지만, 농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어린이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옵니다.

    【2011년 6월 27일부터 7월 4일까지 우리나라는 유럽의 여러 나라를 다녀왔습니다. 제목은 ‘진주시 농업인 해외연수’입니다. 독일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에 가가 돼지 닭 딸기 파프리카 기르는 것을 보고 왔습니다. 그래서 우리 농사가 더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장려상을 받은 박지성(1학년) 어린이는 광고 자리에 자기 집에서 생산하는 농산물 자랑을 맘껏 해놓았어요. 매실나무 그림을 그리고는 가족의 얼굴사진을 매실 열매 안에 동그랗게 하나하나 붙여 넣은 반짝 아이디어와 함께 아래와 같은 선전(?) 문구를 썼어요.

    【지성이네 가족의 땀 방울방울! 유기농 매실 사러 오세요. 새콤달콤 맛있어요.】

    이 밖에도 한평초 아이들의 가족신문엔 학교 자랑과 마을 자랑, 그리고 자기집 자랑을 해놓아 시골 아이들의 풋풋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답니다. 그런 글을 몇 개 더 소개합니다.

    【전교생 18명 한평초등학교. 사물놀이 밴드 논술 시조 영어 배우러 우리 학교에 전학오세요!】

    【진양호가 있고, 청동기 박물관이 있고 딸기밭이 있고 그리고 우리집 길림성이 있는 청정 대평 와보고 싶죠?】

    【대평 딸기 맛있어요. 대평 딸기 많이 먹어요!】

    시상식에서 지도교사상을 받은 이형규 선생님을 잠시 만나 한평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대부분의 학부모가 농사일로 바쁘기 때문에 방과후 교육과 토요휴업일을 활용한 교육에 힘쓰고 있답니다.

    공부방, 현장체험학습, 무용부, 배드민턴부, 록밴드, 로봇교실, 독서논술, 원어민과 함께 하는 영어회화, 풍물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독서논술은 NIE교육, 시조교실, 책사랑 인증제, 독서급수제를 한다고 합니다.

    또한 매주 화요일 전교 조회 땐 ‘책 읽어주는 어머니’라는 교육활동으로 학부모가 짬을 내어 동화책을 읽어 준다고 하네요.

    이형규 선생님은 “앞으로 사회에서 필요하고 요구되는 건 창의적 사고일 거예요. 한평초등학교는 작지만 큰 학교를 지향하는 교육을 하고 있을 뿐이죠”라며 아이들과 함께 진주로 가는 차에 올랐습니다.

    한평초등학교 아이들이 만든 가족신문이 왜 특별하게 보였는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아마 지금 이 시간에도 시골 작은학교엔 ‘글쓰기 열매’가 알알이 영글어 가고 있겠죠.

    편집부장 s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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