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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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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소재와 하모니- 조경목(재료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 2011-10-3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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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대한항공에서 하늘 위의 호텔이라 불리는 에어버스사의 A380기를 들여왔다. A380기는 그 애칭에 맞게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에 대적하는 모델도 있다. 바로 보잉사에서 제작한 꿈의 여객기 보잉 787기이다. 이 비행기 역시 사람들이 꿈꾸던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을 정도의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이 두 비행기는 유럽의 에어버스사와 미국의 보잉사에서 제작한 이 시대 최고의 비행기이다. 모두 최고의 찬사를 받으며 한 번쯤 타 보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각각 제조사는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탄소소재라는 첨단 신소재로 몸체를 제작한 것이다. 탄소소재는 강철에 비해 10배 더 강하지만 무게는 25% 수준이라 훨씬 가볍다. 이러한 뛰어난 특성 덕분에 여객기뿐만 아니라 우주항공, 의료,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

    이 탄소소재를 적용함으로써 두 비행기는 연비 효율을 높이고, 연료 소모를 줄이고, 소음까지 잡았다. 탄소소재가 없었다면 하늘 위의 호텔, 꿈의 여객기와 같은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비행기의 탄생은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한 탄소소재 분야는 일본의 도레이사가 세계 시장 1위를 점유하고 있다. 비행기 자체는 유럽과 미국에서 제작했지만 그 밑바탕이 되는 소재는 일본이 제공한 셈이다. 일본은 직접 비행기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소재 관련 기술을 확보해 그에 못지않은 이득을 보고 있다. 탄소소재는 여러 분야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 파급효과가 더 클 수도 있다.

    바야흐로 소재가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소재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실로 그 힘은 막강하다. 각국은 탄소소재와 같은 첨단 신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연구 인력과 비용, 시간을 들이고 있다. 이는 앞선 A380이나 보잉 787에서 볼 수 있듯이 산업에서 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일본은 일찍이 소재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활발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완성품을 만들어낼 기술을 개발할 수도 있지만 그 바탕이 되는 소재를 개발하는 일에 더 많은 비중을 둠으로써 산업의 실세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일본의 지진으로 전기전자업체의 부품소재 생산이 어렵게 됐을 때 전 세계가 겪었던 쇼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일본에 상당수의 부품소재 수급을 의존하고 있었는데, 이를 계기로 좀 더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일본처럼 부품소재 개발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숨은 실세가 되기 위한 전략적인 연구활동이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정부 주도로 세계 일류 10대 핵심 소재를 개발하는 WPM(World Premier Materials) 사업을 실시하는 등 부품소재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소재뿐만 아니라 전자,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완성품을 만드는 기술도 뛰어나기 때문에 부품소재 분야의 발전까지 더해진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소재강국 대한민국’을 이뤄 산업계의 숨은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산·학·연 그리고 정부,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최근 합창이 주목받고 있다. 여러 사람의 목소리와 여러 화음이 하나의 하모니로 나오는 모습은 듣는 이로 하여금 단순한 감상의 즐거움을 넘어 큰 감동까지 선사한다. 우리나라의 부품소재 발전 전략 또한 하모니가 필요하다.

    잘 들리지는 않지만 합창의 바탕이 되는 알토나 베이스와 같은 학계와 연구기관의 힘도 필요하고, 주요 멜로디를 이끌어 가는 소프라노, 테너와 같은 산업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더불어 모든 화음에 귀 기울이고 이끌어 가는 지휘자인 정부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소재강국 대한민국’이라는 아름다운 하모니가 전 세계에 울려 퍼지는 날을 기다려 본다.

    조경목(재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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