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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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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경남도진해신항발전협의회 홍성철 사무국장

10년을 한결같이 달려온 ‘진해신항 승합차 홍보맨’

  • 기사입력 : 2011-11-0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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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철 경남도진해신항발전협의회 사무국장이 10년 전 사무실 겸 홍보장소로 활용하기 위해 구입한 승합차에서 대형지도를 펴놓고 진해신항 전반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큰 사건이나 의미 있는 일도 처음엔 아주 작게, 대수롭지 않는 데서 출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람들은 현재의 결과를 두고 인연이라는 말로 설명하는 경우도 있고, 그것도 모자라면 운명이라는 말로 상황을 합리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운명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가 되면 한 분야에만 매달리는 외골수이거나, 아니면 보편적인 삶의 틀에서 다소 벗어난 상황과 종종 만나게 된다.

    10년이라는 세월을, 그것도 뚜렷한 소득원도 없이 진해신항 홍보에 전념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서도 아주 보편적인 생활인이자 왕성한 사회활동에 대학·관공서 등 강의까지 나간다. 주위에서는 “아주 열정적인 사람, 진해를 무척 아끼는 그래서 존경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홍성철(58) 경남도 진해신항발전협의회 사무국장은 그런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다. 홍 국장을 지난달 25일 창원시 진해구 남문동 남문휴게소 옆에서 만났다.

    “고향인 진해를 사랑하고 그 문화를 오롯이 보존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시작한 문화해설사라는 일이 신항 홍보로 이어졌고 그새 10년이 지나버렸습니다.”

    홍 국장이 출근하고 퇴근하는, 그래서 사무실이 돼 버린 ‘창원시 흰돌메 관광안내소’에서 기자에게 불쑥 던진 말이다.



    ◆문화해설사로 출발

    홍 국장과 진해신항의 인연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진해중·고,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군인의 길을 걷던 그는 1997년 중령으로 군복을 벗고 1년 뒤 1998년 고향 진해로 돌아온다.

    고향에 온 그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장애인이동봉사대’를 꾸려 혼자서 장애인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일을 했다. 이 같은 인연으로 진해시자원봉사회협의회 부회장까지 지냈다.

    문화해설사라는 새로운 분야가 생기면서 고향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 문화해설사로 변신, 진해를 전국에 알리는 데 앞장섰다.

    이런 와중에 1997년 진해신항이 기공식을 갖고 2000년부터 공사를 시작하면서 경남도와 부산시가 명칭에서부터 행정구역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충돌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김혁규 지사의 발탁?

    홍 국장은 2002년에 승합차를 구입, 신항은 진해가 그 중심이며 경남 땅이라는 것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순수한 마음에 그냥 좋아서 하는 정도였죠. 그런데 2003년 해양수산부장관을 지낸 오거돈 당시 부산시 부시장이 ‘신항만은 부산 것이다. 경남은 딴지를 걸지 말라’는 요지로 기자회견을 하고 부산쪽 신문·방송에 대대적으로 보도됩니다.” 홍 국장은 남 말 하듯 이야기를 풀었다.

    오 부시장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경남도가 발끈했고 당시 김혁규 지사가 논리적으로 대응할 인물을 찾으라는 지시를 도청 간부들에게 내렸다.

    “당시 오원석 행정국장이 전화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경남의 논리를 글로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작성했더니 바로 됐다는 답을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김 지사가 ‘홍 위원, 당신은 여기(문화해설사)에 있을 사람이 아니야. 신항만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만큼 이 문제를 푸는 데 앞장서 달라’고 말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문화해설사가 아닌 ‘진해신항만발전 범도민 추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명함이 바뀌면서 본격적으로 이 길에 접어들게 됐다.


    ◆‘진해신항’ 지킴이

    홍 국장은 이후 진해신항만발전 범도민 추진위원회 자문위원으로서 각종 TV토론에 경남 대표로 나섰다.

    그는 “오거돈 당시 부산 부시장의 발언 이후 경남의 논리를 만들어 브리핑을 했으며 당시 경남신문 등 경남의 신문·방송에서 대대적으로 이를 보도, 진해신항의 당위성이 도민여론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홍 국장은 이후 진해신항쟁취 범도민 비상대책위원회 홍보분과위원장, 진해신항 행정구역 경남도 자문위원, 경남도 진해신항 TF기획홍보위원 등 신항과 관련된 다양한 직함을 갖게 됐다.

    혼자가 아닌 공인, 신항과 뗄 수 없는 인연이 된 것이다.

    명칭을 놓고 경남-부산이 격돌하던 2003년부터 서울 도심 한복판 거리 시위, 당시 해양수산부 청사 항의 방문 등 전국을 다니면서 진해신항의 당위성을 알렸다. 언제나 마이크가 홍 국장의 손에 있었고 집회 땐 앞줄이 그의 자리였다.


    진해신항 사업 안내판 앞에 선 홍성철 사무국장.


    ◆승합차로 500여회 홍보

    홍 국장을 만나려면 ‘창원시 흰돌메 관광안내소’를 찾아가야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공간조차 홍 국장 때문에 생겼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홍 국장은 신항이 빤히 보이는 이곳에 2002년부터 승합차를 구입, 사무실 겸 홍보장소로 활용하면서 찾아오는 시민이나 어르신, 각종 단체를 차량에 태워 신항을 안내했다.

    그러면서 흰돌메공원에 있는 승합차의 문화해설사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고 당시 진해시에서 홍보관을 겸한 관광안내소를 6년 전에 신축했다고 한다.

    홍 국장은 “지금까지 500여 차례나 차량으로 신항을 안내했다”면서 “경남도나 창원시 등 공공기관을 통한 공식적인 안내가 400여 차례, 개인적인 요청에 따라 홍보 활동한 것이 100여 차례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금도 전화로 연락이 오면 한다”고 했다.


    ◆헌재 판결 때 기뻤다

    2010년 6월 24일. 홍 국장은 “잊을 수 없는 날이자 가장 기쁜 날”이라고 웃었다.

    헌법재판소가 경남-부산의 신항 행정구역 경계에 대해 판결을 내린 날이기 때문이다.

    홍 국장은 “헌재 판결 때도 기뻤지만 앞서 3월 헌법재판관들이 신항을 찾았을 때 브리핑을 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을 때도 뿌듯했다”고 했다. 특히 “부산은 헬기로 신항을 한바퀴 쓰윽 돌고 말았지만 우리는 공무원과 시민이 한 몸이 돼 연결잔교 현장 안내 등 퍼포먼스를 펼쳐 헌법재판관을 감동시킨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홍성철 사무국장이 흰돌메 공원에서 시민에게 신항 건설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종대왕 남해안 구상 실현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문화해설사 김수정(여·진해구)씨는 “매우 열정적인 사람이며 진해 문화 전반에 대한 조예가 아주 깊다”고 홍 국장을 치켜세웠다.

    진해 문화에 대한 사랑으로 출발한 신항 홍보 지킴이, 홍 국장은 앞으로 무슨 일을 하려고 생각할까.

    “헌재 판결로 큰 갈등은 풀렸고 이제 작은 갈등만 남았다”면서 “신항을 알리는 일은 계속하겠지만 과거와는 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산이 진해를 부산신항이라고 하지만 진해는 조선시대 세종대왕 때 제포로 남해안 해상무역·국방의 중심항이었다”면서 “부산은 일제가 대륙 침략의 발판으로 삼아 국내 농수산물 등을 수탈하기 위해 개항한 항구”라고 평가했다.

    홍 국장은 “진해신항이 동북아 중심항이 되는 것은 바로 세종대왕의 구상을 실현하는 것”이라면서 “이 같은 차원에서 신항을 새롭게 알리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성철씨 약력= 1953년생, 진해중·고, 육사 졸업, 한양대 행정대학원 사회복지 석사. 육사 33기 동기회 회장, 특전사 대대장, 한미연합군사령부 편제과장, 한국문화해설사회 이사, 경남문화유산해설사회 회장, 경남가정폭력상담원회 회장 등을 지냈다. 현재 경남도진해신항만발전협의회 사무국장, 경남도 녹색성장 정책자문위원, 경남도 문화관광해설사, 경남도 공무원교육원 외래교수, 창원대 평생교육원 강사, 진해문화원 부원장 등을 맡고 있다.


    글= 이병문기자 bmw@knnews.co.kr

    사진= 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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