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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복원과 진정성/이학수기자

  • 기사입력 : 2011-11-0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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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재 복원 기획기사 취재를 위해 지난 9월 중순 일본을 방문했다. 진해 웅천읍성과 비교하기 위해 나라현 대화군산시에 있는 군산성을 찾았다. 정문인 추수문을 들어섰을 때 직경 1.5m, 두께 20㎝가량의 큰 나무토막 하나가 전시돼 있었다. 설명을 보니 추수문 복원에 사용한 나무였고, 대만산이라고 적혀 있었다. 쉽게 말해 ‘원산지 표시’였다.

    동행한 일본인 문화재 전문가는 일본에서도 이젠 큰 나무를 구하기 어렵고, 있어도 너무 비싸서 외국산을 수입해 쓴다고 했다.

    현재 복원 중인 나라시 흥복사 중금당도 그랬다. 기둥으로 쓸 직경 80㎝가량의 나무 60그루가 필요한데 어쩔 수 없이 아프리카산을 사용한다고 했다.

    외국산 자재를 사용하는 것이 제대로 된 복원인가는 논외로 하고 우선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점에서 우리와 차이가 있다.

    ‘짝퉁 거북선’으로 망신을 산 거북선 복원사업이 차라리 이랬으면 어떠했을까. 금강송을 사용한다던 거짓 홍보가 도민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문화재 복원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이 ‘진정성’이라는 원칙을 일깨운 사건이다.

    또 하나 지난해 복원을 마친 일본 평성궁 대극전에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장면이 있었다. 전시 내용 상당 부분이 복원과정에 관한 것이었다. 기둥, 기와는 물론이고 단청에 이르기까지 전통방식을 고집하며 원형에 가까운 재현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도록 했다. 복원과정이 곧 문화재 학습장이고, 그것이 관광상품이 되었다. 복원과정 전시를 통해 문화재의 가치를 심어주고 있다.

    우리나라 전문가들 사이에 문화재는 우리가 뛰어난데 문화재 관리는 일본이 앞선다고들 한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일본 문화재 복원의 기준인 ‘진정성에 관한 나라(奈良)문서’는 세계 문화재 복원의 모델이 됐다. 우리도 나라문서를 참조해 2009년 ‘역사적 건축물과 유적의 수리·복원 및 관리에 관한 일반원칙’을 만들었다.

    이번 기회에 우리도 문화재 복원 현장에 주요 부재의 원산지 표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자. 작은 것 하나에서 문화재에 대해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학수기자(문화체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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