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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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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피해아동에게 작은 기적이…/배영진기자

  • 기사입력 : 2011-12-1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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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6월, 표정이 없던 한 소녀를 만났다. 쓰레기와 잡동사니로 뒤덮인 집 안에 앉아 있던 열 살짜리 민지(가명). 아이는 취재진을 향해 욕설하고 이상행동을 보이는 엄마 옆에서도 시종일관 무표정했다. 다행히 민지의 사연이 보도된 후, 학대를 일삼는 부모 곁에서 격리돼 아동보호전문기관 쉼터로 보내졌다.

    그리고 한 달 남짓 지났을 무렵, 잠시 잊고 있었던 민지의 소식을 우연히 듣게 됐다. 성폭력 피해자로 경찰에 사건이 접수된 것이다. 쉼터에서 민지에 대한 심리치료와 학대흔적을 살펴보던 중 성학대 흔적이 발견됐고, 이웃집 아저씨가 가해자로 지목됐다고 했다. 갓 10살에 불과한 민지는 부모의 폭력과 방임, 거기다 성학대까지 당하는 생지옥 같은 삶을 어떻게 견뎠을까. 그리고 아동보호기관이 아니었다면 민지의 또 다른 피해사실도 드러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자 아찔했다.

    이후 다행히도 민지는 쉼터 생활을 통해 잊어버렸던 웃음을 되찾았다고 한다. 그동안 제대로 먹지 못해 핏기마저 없었던 민지는 이제 몸무게도 제법 늘고 건강도 되찾았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참혹한 고통을 당하기만 했던 민지의 삶에 이제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아동학대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 쉼터에서 수용할 수 있는 아이는 도내에서 7명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쉼터가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곳의 재정은 한 달 23만원의 지원금과 후원금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어 언제 폐쇄될지 모를 형편이다. 민지 같은 아이들을 찾아서 보호해줄 수 있는 울타리가 턱없이 미흡한 것이다.

    본지의 보도 이후, 지난 9일 경남도의회 예결위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 쉼터 예산 1억5000만원이 통과됐고, 이제 본회의를 앞두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전국 최초다. 나쁜 어른들 때문에 이유 없이 고통받고 있을 아이들을 위한 또 다른 어른들의 노력이 좋은 성과를 이뤄내길 바란다. 아마도 그 결과는 제2의 민지에게 작은 기적이 될 것이다.

    배영진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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