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6일 (금)
전체메뉴

겨울 강가에서- 안도현

  • 기사입력 : 2011-12-29 01:00:00
  •   




  •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 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 겨울 강가에 나가본 지 참 오래되었네요. 더군다나 눈 내리는 겨울 강가에 나가본 적은 정말 오래되었어요. 목도리를 두르고 벙어리 털장갑을 끼고 그대랑 겨울 강가에 나가보면…….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요? 세찬 강바람을 볼 수 있겠지요. 허연 이빨로 얼음이 물고 있는 바윗돌들을 볼 수 있겠지요. 춥고 황량해서 우리는 얼마 있지도 못하고 그 강가를 떠나올지도 몰라요. 겨울 강은 여름 강과는 매우 달라서 사람을 잘 수용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런 겨울 강을 안도현 시인은 이렇게 보았어요.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안타까워 ‘어젯밤부터/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했다고.

    그런데 ‘어린 눈발들’은 과연 무엇이고 누구이고 어디서 왔을까요?

    -유홍준(시인)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