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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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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자- 이은상

  • 기사입력 : 2012-03-2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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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생을 배우고도 미처 다 못 배워

    인제사 여기와서

    ㄹ(리을)자를 배웁니다

    ㄹ(리을)자 받침 든 세글자

    자꾸 읽어 봅니다



    제‘말’을 지키려다

    제‘글’을 지키려다

    제‘얼’을 붙안고 차마 놓지 못하다가

    끌려와

    ㄹ(리을)자같이 꼬부리고 앉았소.

    - 이은상 ‘‘ㄹ’자’ 전문. <노산시조선집>


    ☞ 숨 막히는 밀서를 읽듯 행간을 짚어봅니다. 핏빛 선명한 필기체의 ㄹ(리을)자를 배우며 왜 말과 글, 얼을 지켜야 했는지, ‘붙안고 차마 놓지 못하다가’ 그만 종장에서 울컥 숨이 멎습니다.

    ‘끌려와 / ㄹ(리을)자 같이 꼬부리고 앉은’ 현대시조의 거장 노산. 이 시는 홍은 경찰서에서 옥고를 치르면서 지은 시인의 옥중음입니다.

    자, 그럼 시인의 또 다른 시조(時調)를 소리 내어 읽어 보세요. ‘가고파’ ‘사랑’ ‘옛 동산에 올라’… 3·4 3·4 네 박자씩 3번(초, 중, 종장) 반복되는 운율은 생체 리듬을 타고 흐릅니다.

    노산시조의 길고 짧은 호흡은 한국인의 생활 단면을 표출시킨 시 정신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흘러가는 물결 같은 언어의 짜임새가 바로 노래가 되어 심금을 울립니다.

    지금 지구촌에서는 한류 열풍이 뜨겁게 불고 있습니다. K팝과 댄스, 스포츠, 미술, 음식, 문학 등 우리 문화가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이제 고유의 시조를 세계에 알려야 할 때입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니까요.

    - 김진희(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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