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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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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쯤(김승희의 ‘새벽밥’에 기대어)- 강현덕

  • 기사입력 : 2012-04-0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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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이 밥이던 시절

    밥이 별이던 시절



    낮은 지붕 위로 퐁퐁 솟아나던

    밤하늘 가득 담기던

    主食이던

    그 시절



    새벽녘 내 눈물 노린 몇 줄의 문장들이

    위로 위로 솟구쳐 거기 또 담기던

    그러면 허겁지겁 퍼먹고 대문을 나서던



    -시집 ‘안개는 그 상점 안에서 흘러나왔다’


    ☞ 별을 밥 먹듯이 밥을 별 보듯이 지낸 시절, 배고픈 밤하늘에 밥이 가득 담기던 그 시절이 아름다웠노라 말하기엔 가슴 한쪽이 시려옵니다. 새벽까지 밤새워 시를 쓰던 열일곱의 허기진 문학적 욕망을 애틋한 마음으로 독자에게 선사하고 있습니다. 밤이 짜놓은 ‘몇 줄의 문장들’은 눈물 섞인 시인의 치열한 시작 풍경입니다. 가까이 하기엔 먼 별을 그리며 꿈을 키워 온 자의식 강한 애잔한 장면을 ‘위로 위로 솟구치는’ 희망으로 표출시키고 있습니다.

    오늘도 ‘허겁지겁 퍼먹고 대문을 나선’ 십대들이여! 공부, 친구, 가족, 장래 생각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아들, 딸이여! 밤의 별을 보고 눈물 흘리는 그대 이름은 ‘희망’입니다. - 김진희(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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