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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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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축제, 끝나는 자리에서 다시 시작이다- 박우담(시인)

  • 기사입력 : 2012-04-20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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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끈질기던 추위도 벚꽃과 함께 날아간 것일까? 4월의 휴일은 여름을 방불케 한다. 각 지역마다 축제로 들떠 있다. 고성공룡축제 등이 열리고 있고 앞으로 각 지역의 야심찬 축제들이 줄줄이 열릴 예정이다. 벚꽃나무 사이엔 아직 치우지 못한 선거구호들이 입후자들을 호명하고 있고 취업스펙 쌓듯 꽃잎은 배수로에 쌓인다. 봄은 성급한 여름을 대동하고 왔는지 벌써 달콤한 얼음과자 생각이 난다.

    인파로 번잡한 도로엔 벚꽃이 떨어지고 있다. 꽃잎이 그렇게 많이 떨어져도 똑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보는 이에 따라서도 모두 다르게 생각할 것이다. 생각하는 걸 독서에 견줘 보면, 어떤 이는 시집(詩集)의 행간 읽듯 자유자재로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해 새롭게 상황을 재해석할 것이고, 어떤 이는 그저 줄글 읽듯 겨우 읽는데 만족할 것이다. 이와 같이 모든 이가 생각과 느낌이 서로 다르고 능력과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에 사회가 존립하는 줄 모르겠다. 나무는 나무대로 생명유지를 위한 어쩔 수 없는 낙화일 뿐이고, 축제에 참가한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떨어짐의 축제이겠지만, 진정 나무는 삶을 지탱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무엇을 위해 몸부림친다는 것과 버린다는 것은 생명을 지탱하는 원천이라 할 수 있다. 눈물을 흘리면서 밤을 지새며 고민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꽃이나 인간이나 삶을 위한 절실한 몸부림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를. 그래서 우리는 짬을 내어 축제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개개인이 나름의 잣대로 눈금을 읽으면서 그것을 즐기고 있는 줄 모르겠다.

    이제, 총선도 끝났고 골목에 크게 울리던 스피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4년마다 열리는 하나의 선거축제가 별 탈 없이 끝났다. 이 축제는 그동안 자신들의 역량과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알리려 노력한 입후보자들과 인물 됨됨이를 곰곰이 따진다고 수고한 유권자들의 잔치였다. 꺾꽂이처럼 가지만 꽂아놔도 모종의 바람에 힘입어 당선이 되고 각 당에 따라 당선자가 동서로 양분됐는데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지금, 우리네 삶은 어떠한가. 하루가 다르게 유가는 오르고, 덩달아 물가는 치솟고 있다. 바삐 움직여 먹고사는 현대인들이 제 아무리 기름값이 올라도 자동차를 타지 않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당국에서는 묵묵부답이다. 별 대책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총선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각 선거구마다 똑똑하고 능력있는 자들을 뽑아 국회에 보냈는데 왜 그럴까. 국회라는 곳에 들어가면 사람이 변하는 걸까. 그 많고 많은 유능하다고 외치던 그자들, 꿈을 품고 국회로 갔던 자들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고개를 들어 주위를 돌아보자 선거축제는 끝났지만 서민들의 삶엔 주름살 천지다. 아직도 우리네 삶엔 봄은 요원한 모양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가까운 지하도 입구에만 가도 볼 수 있다. 삶을 구걸하는 우리 이웃들을, 열심히 살아가는 까칠한 얼굴들과 낯익은 모습들을, 퇴근길 휘청거리는 직장인을, 휘청거리고 있는 아버지들을 볼 수 있다. 열심히 살아가는 아버지들이 있는가 하면, 경제난으로 심신이 지쳐 하루하루 정처없이 가족과 멀리 떨어져 살아가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을 게다.

    이번에 등원하는 국회의원들에게 기대해 본다. 그런데 이번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이다. 선거기간 중 다른 입후자들보다 경쟁 우위를 점하려고 노력하던 출마자들의 진지한 모습들이 임기 내 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여태까지 국회를 생각해보면 임기 내 열심히 노력하고 국민을 섬기는 분들도 있었지만, 금배지만 달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국민과 거리가 먼 국회의원들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국회에만 들어가면 자기 당의 당론에 밀려 자신의 소신대로 의정활동을 하지 못하고 거수기 역할만 하는 의원들을 많이 봐왔다. 이번에 당선된 300명의 의원들도 그렇지 않을까 해서다. 그래도 내심 달콤한 얼음과자처럼 그들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박우담(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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