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홍진기
- 기사입력 : 2012-05-1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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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은 별과 함께 눈 뜨고 잠을 잔다
때로는 포연처럼 아프리카 들소처럼
모정에
발싸심 나서
벌떼처럼 일어선다
그러나 우리는
오월을
잘 모른다
산야를
밀고 나오는
풀꽃들의 생존까지
잔인한
이름 하나로
춘투라 적고 있다
- 홍진기 시집 <거울>에서
☞ 담장 너머 꽃들이 햇살 아래 곤한 잠을 청하는 오월의 달력에는 빨간 동그라미가 뭉게뭉게 피어 있다. 감사와 존경의 얼굴, 행복과 기쁨의 얼굴이 봄 처녀 치맛자락을 잡아당기며 새살거린다.
그러나 시인이 그리는 오월은 ‘별과 함께 눈 뜨고 잠을 잔다.’ 아니 눈을 감지 못하는 뼈가 ‘포연처럼 들소처럼’ 숲을 헤매고 있다. 이 골목의 저 끝에서 모성의 힘으로 일어서는 오월, 애써 모른 척하지만 화자는 늘 주시하고 있었다. ‘산야를 밀고 나오는 풀꽃’ 끈질긴 생명력에 그늘진 시인의 감성이 예민해지고 묵묵히 세상을 받드는 생의 위대함을 읽는다. 이름하여 시인은 ‘춘투라 적고 있다’ 아카시아 꽃향기가 훅 스치는 날, 살아있음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 김진희(시조시인)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