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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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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홍진기

  • 기사입력 : 2012-05-1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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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월은 별과 함께 눈 뜨고 잠을 잔다

    때로는 포연처럼 아프리카 들소처럼

    모정에

    발싸심 나서

    벌떼처럼 일어선다



    그러나 우리는

    오월을

    잘 모른다

    산야를

    밀고 나오는

    풀꽃들의 생존까지

    잔인한

    이름 하나로

    춘투라 적고 있다



    - 홍진기 시집 <거울>에서

    ☞ 담장 너머 꽃들이 햇살 아래 곤한 잠을 청하는 오월의 달력에는 빨간 동그라미가 뭉게뭉게 피어 있다. 감사와 존경의 얼굴, 행복과 기쁨의 얼굴이 봄 처녀 치맛자락을 잡아당기며 새살거린다.

    그러나 시인이 그리는 오월은 ‘별과 함께 눈 뜨고 잠을 잔다.’ 아니 눈을 감지 못하는 뼈가 ‘포연처럼 들소처럼’ 숲을 헤매고 있다. 이 골목의 저 끝에서 모성의 힘으로 일어서는 오월, 애써 모른 척하지만 화자는 늘 주시하고 있었다. ‘산야를 밀고 나오는 풀꽃’ 끈질긴 생명력에 그늘진 시인의 감성이 예민해지고 묵묵히 세상을 받드는 생의 위대함을 읽는다. 이름하여 시인은 ‘춘투라 적고 있다’ 아카시아 꽃향기가 훅 스치는 날, 살아있음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 김진희(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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