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 김춘랑(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12-06-2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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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이다
놓쳐버린
숱한 그
세월 뒤에
창가에
피어있던
베고니아
꽃잎 같은
아니면 칠칠한 대숲
울어예는
새 소리 -김춘랑 시조집 <새 꽃바침 노래>에서
☞ 그러니까 물처럼 흘러 갔을게다. ‘숱한 그 세월’ 붙잡을 겨를도 없이 바람처럼 오늘을 또 놓치고 만다. 밤의 그림자가 술렁이면 곧 싱그러운 꽃술 드러내는 아침, 겨드랑이에 이파리 하나 둘씩 눈뜰게다.
항간에 나뒹구는 슬픔도 아침 햇덩이의 축복에서 출발했을 터. 아니면 대숲의 수런거림에서 시작되었거나. 새날 맞이에 부산한 깃털 새의 퍼덕거림 사이로 백반 같은 한 줄기 빛이 쏟아진다. 차용증도 없이 당연한 듯 ‘새아침’을 넙죽 받고 또 받는다. 쌓이는 빚처럼 늘어난 주름살, 눈뜬 아침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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