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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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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적조 박사' 이창규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 연구관

연구·논문발표·국내외 강연…적조와의 전쟁 ‘아이디어맨’
1995년 남해안 적조 피해 후 본격 연구…논문 20여편
태평양해양과학기구 적조분과 공동의장 맡아 활동

  • 기사입력 : 2012-08-1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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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창규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 연구관이 남해안 일대에서 채취한 적조 시료를 분석하고 있다.


    경남 남해안 일대에 유해성 적조가 출현해 수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남해안에 적조가 대규모로 발생한 것은 2009년 이후 4년 만이다.

    최근 폭염으로 남해안 해수 수온이 25∼27℃의 높은 수온을 유지하고 있어 유해 적조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의 증식에 적합한 환경이 유지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에서 적조 발생기작 및 적조생물의 생태연구, 적조생물의 성장생리, 적조예찰 및 예보업무를 맡고 있는 ‘적조 박사’ 이창규 연구관을 만났다.



    ◆국내 몇 안되는 적조 전문가

    통영시 산양읍 산양일주로를 타고 10분쯤 가자 도로 옆에 하얀색 건물이 보인다.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다. 1976년 국립수산진흥원 충무패류연구소로 설립됐다가 여러 번 직제 개편과 개명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이곳에서는 양식어장 관리기술개발 및 지속적 이용 연구, 남해안 어장환경 및 생태에 관한 연구, 수출용 패류 생산해역 위생조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특히 남해안 일대에서 발생하는 적조 관련 업무를 총괄한다. 2010년 국립수산과학원의 직제 개편에 따라 본원에 있던 적조 관련 업무가 이곳으로 이관되면서 이창규 연구관도 자리를 옮겼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적조 관련 학위를 취득했거나 적조 관련 기관·연구소 등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20여 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연구관은 국내에 몇 안 되는 적조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고교 재학시절 바다 처음 봐

    이 연구관은 1960년 충남 공주에서 출생했다. 적조하고는 상관 없는 내륙지방 출신이라는 게 이채롭다. 공주고등학교 재학 시절 동해안으로 수학여행을 가서 바다를 처음 봤을 정도다. 충남대에 입학해서도 해양수산 관련 업무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당시에는 계열별 모집이었는데 학과를 선택하게 됐을 때 별 생각 없이 뭔가 재미가 있을 것 같아 해양학과를 지망했다.

    이후 부산수산대학교 대학원에 들어가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1988년 국립수산진흥원(국립수산과학원 전신)에 입사, 부안 수산종묘배양장에서 동물성·식물성 플랑크톤 등 먹이생물 배양 연구를 했다.

    그러다가 1995년 남해안에서 적조로 인해 가두리양식장에서 큰 피해가 발생하자 국립수산과학원에 적조생물과가 신설됐다. 적조도 식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이기 때문에 관련 연구를 하던 이 연구관도 차출됐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적조연구를 시작해 지금까지 ‘남해안연안에서 와편모조류 3종의 출현상황’ 등 적조 관련 논문 20여 편을 발표했으며, ‘적조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종합 기획연구과제’ 등 여러 권의 책자를 펴냈다.



    ◆적조 관련 활발한 국내외 활동

    이 연구관은 본연의 업무 이외도 활발한 국내외 활동을 하고 있다. 태평양해양과학기구(PICES : North Pacific Marine Science Organization)의 적조 분과 공동의장을 맡고 있으며, UNEP 산하조직으로 한·중·일·러 4 개국이 참여하는 북서태평양보전실천계획(NOWPAP) 지역활동센터(CEARAC) 적조 분과의 한국 대표자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09년 페르시아만 일대에서 대규모 적조가 발생하자 이란에서 이 연구관을 비롯한 우리나라 적조 전문가를 초청했는데 당시 3주간 강연, 양식장 현장 지도를 했다. 지금도 e-메일을 통해 수시로 적조에 대해 자문하고 있다.

    오는 10월 말에는 제15차 적조국제회의(International Conference on Harmful Algae, ICHA)에서 ‘코콜로디니움 적조현황과 향후 연구방향’이라는 주제발표를 할 예정이다.

    제15차 적조국제회의는 국제유해조류학회(ISSHA : International Society for the Study of Harmful Algae)가 주관, 경상남도·국립수산과학원·한국유해조류연구회 주최로 10월 29일부터 11월 2일까지 창원컨벤션센터(CECO)에서 개최되며 ‘인간과 적조 - 기후온난화와 부영양화’가 주제다.

    이 회의에서는 유해적조 발생원인과 피해, 기후변화의 영향, 식중독 발생과 독소분석, 공중위생관리방안, 탐색과 예보기술 등 적조와 관련한 다양한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6~10월 부산~완도 적조 광역예찰

    대뜸 이 연구관에게 적조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플랑크톤의 이상 증식으로 바닷물이 붉게 물드는 현상”이라고 웃으며 대답한다.

    이어 “적조는 어패류를 폐사시키는 유해성 적조, 독성을 지닌 유독성 적조, 어패류나 인체에 해를 안 주는 무해성 적조 3종류가 있어요. 유해성 적조는 우리나라 연안에 대규모 적조를 일으키는 코클로디니움이라는 생물이 대표적인데 주로 8~9월의 고수온기에 발생합니다. 1989년 이 종류에 의한 수산 피해가 발생한 이래 거의 매년 적조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다량의 점액질을 가지고 있어 어류의 아가미에 부착되면 어패류가 산소를 제대로 흡수 못해 폐사하게 돼요”라고 덧붙였다.

    남동해수산연구소는 이처럼 유해한 적조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의 출현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예측하기 위해 매년 6~10월 2주일에 한 번씩 부산~완도에 이르는 남해안 해역에서 적조 광역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이 연구관도 예찰활동에 참여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 연구관은 “최근 3년간은 남해안 연안의 수온과 염분이 낮았고 고온·고염을 일으키는 대만난류가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아 적조가 소강상태를 보였으나 올 들어 폭염이 계속돼 연안 수온이 상승했고 예년보다 강수량이 적으면서 해수 염분이 높아져 고염분을 좋아하는 코클로디니움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 갖춰졌어요. 고수온과 고염이 지속되고 있어 9월경까지 적조가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전망했다.



    ◆“생활하수 등 오염물질 줄여야”

    매년 여름철 적조가 발생할 때마다 선박에 황토를 가득 싣고 바다에 뿌리는 장면이 뉴스에 보도되는데 황토가 적조를 없애는 데 효과가 있는지 물었다.

    그는 “흔히들 적조 방제를 위해 황토를 살포하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데요. 황토는 현재까지 세계 각국에서 찾아낸 방제물질 가운데 가장 효과가 높으면서도 환경피해가 적으면서도 값이 싸 경제성이 있는 재료로 평가받고 있어요. 황토는 바닷물 속의 영양물질과 미세 플랑크톤을 흡착·응집하는 성질을 갖고 있어 적조생물을 바다밑으로 가라앉혀 죽이게 됩니다. 황토 살포에 의한 적조생물 제거효과는 종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현재 우리 연안에 나타나고 있는 코클로디니움의 경우 70~80%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어요”라고 설명했다.

    적조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궁금했다. 그는 “적조는 자연현상이므로 발생하지 못하게 할 수는 없지만, 최근에 더욱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바다환경의 오염 정도가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적조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일조량, 수온, 염분, 영양염류 등 일정한 조건이 갖춰져야 하는데 이 중 햇빛과 수온·염분 등은 인위적으로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영양염류는 우리가 오염원을 줄이면 조절할 수 있어요. 해양에 유입되는 영양염류의 80%가 생활하수, 공장의 오폐수, 축산분뇨 등 육지에서 발생한 오염물입니다. 따라서 생활하수 등 육상의 오염물질을 줄이는 것이 적조를 예방하고 해양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글= 양영석 기자 yys@knnews.co.kr

    사진= 김승권 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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