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1- 민병도(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12-08-1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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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헌 날
베이고 밟혀
피 흘리며
쓰러져놓고
어쩌자고
저를 벤 낫을
향기로 감싸는지……
알겠네
왜 그토록 오래
이 땅의
주인인지
- 민병도 시조집 <들풀>에서
☞ 지금쯤 그곳에는 머리카락 풀어 헤친 듯 바람에 마구 흔들거릴 것이다. 흔들리면서도 결코 쓰러지지 않고 ‘피 흘리며 쓰러져 놓고’ 다시 일어서는 들풀.
뽑으면 쑥쑥 자라나고 베이고 밟혀도 일어서는 너, 네가 흔들리는 건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 사랑은 용서하고 또 용서하는 것, 흔들리면서 사랑하는 것이다. 오래 참고 또 참는 것이다.
그래서 ‘저를 벤 낫을 향기로 감싸야 하리’ ‘왜 그토록 오래 이 땅의 주인’이 되었는지를 이제야 알겠네.
시의 화자는 나약하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들풀을 민초들의 아픈 삶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시조집 ‘들풀’은 제2회 김상옥 시조문학상 수상작이다.
김진희(시조시인)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