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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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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1- 강호인(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12-08-30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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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이제

    한 개의 종

    돌종(石鐘)쯤 되어

    울고 싶다



    세상 허허롭기가 하늘보다 깊은 날도

    사람 무심하여 눈물 절로 어리는 날도

    새벽녘 까치처럼 가야 할 은혜로운 땅에서

    삼생을 삼천 번쯤 윤회로 돈다 해도

    목숨 삼긴 날이면 살아서 푸른 세월혼

    신의 열정을 다해 스스로를 彫琢하는

    전설 속 석수장이 명품 빚는 석수장이

    그 아린 정과 끌에 살과 뼈를 깎아낸 뒤

    장엄히 또한 은은히 빛살 같은 울음 우는



    나는야

    그 떨리는 여운

    천년 만년

    끌고 싶다.

    - 강호인 시집 <그리운 집>에서


    ☞ 허허로운 세상, 온갖 번잡한 소리로 요란하다. 마치 한 생을 마치는 매미 울음처럼 여기저기서 울어댄다. 무심한 마음에 ‘눈물 절로 어리는 날’, 경전처럼 울리는 사설시조 한 편이 한 모금 청량수처럼 가슴을 적셔 온다.

    시인은 소망한다. 가슴에 돌종 하나 품은 사람을. 누군가에게 ‘장엄히 또한 은은히 울리는 빛살 같은’ 울림을 주는 사람을.

    시인은 갈망한다. ‘혼신의 열정을 다해 스스로를 조탁(彫琢)하는’석수장이를.

    침묵 속에서 고요히 들려오는 내면의 소리 듣는 사람을, 우리 모두는 지금 간절히 원하고 있다. 김진희(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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