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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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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문화기획] 청소년 연극의 대표주자 태봉고 연극동아리 ‘끼모아’

얘들아! 연극은 재능보다 인내란다
선생님! 저희는 재미 없으면 연극 못해요

  • 기사입력 : 2012-10-0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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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 마산합포구 태봉고등학교 연극 연습실에서 연극반 지도교사인 서용수 선생님과 학생들이 활짝 웃고 있다./성민건 기자/
    연극 연습에 한창인 ‘끼모아’ 학생들.


    태봉고 연극반은 경남 청소년 연극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다. 올해 경남청소년연극제 대상, 전국청소년연극제 단체 우수상에 이어 제62회 개천예술학생연극제에서도 단체 대상을 받았다. 또 전국청소년연극제와 개천학생연극제에서 개인상까지 휩쓸었다.

    대안학교인 창원시 마산합포구 태봉고등학교. 태봉고 연극반 아이들은 풋풋했다. 또래 아이들이 공부에 주눅든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연극 동아리 ‘끼모아’ 를 찾았을 때, 학교에서는 자유의 공기가 느껴졌고 학생들의 얼굴 표정은 살아 있었다. 연극반 지도교사인 서용수 선생이 연극반 아이들을 연습실로 불러 모으자 아이들은 연극 공연 때 사용한 정육면체 나무상자를 놓고 자연스럽게 앉았다. 연습실에는 화장을 고치던 학생도 있었고 기타를 갖고 놀던 학생도 있었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다들 진지한 자세를 취했다.

    먼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연극을 계속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13명 중 박해인(3학년) 김민지(3) 김가은(2) 황혜희(2) 양과, 김종필(3) 군 등 5명이 손을 들었다. 대입 수능을 준비하는 다른 인문계 고교 학생들의 꿈과 큰 거리가 있었다.

    학생들에게 연극을 한 이유, 연극이 무엇이 좋은지, 연극을 하면서 어떤 걸 느꼈는지 물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연극이 재미있다고 입을 모았다. 방세진(1) 군은 “솔직히 할 게 없어서 연극반에 왔는데 지금은 너무 재미있다. 다음에 커서 연극배우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장헌(1) 군도 “재미있다. 나는 재미없는 건 안한다. 다음에 마술사가 되려고 한다. 마술사가 되려면 무대에 서야 하는데 연극하면서 무대에 서는 걸 배운다”고 했다. 김용민(1) 군도 “우연히 연극반에 들어왔는데 무대에 서는 게 재미있다. 무대에 서면 떨리지만 그래도 재미있다”고 했고, 이호용(1) 군은 “연극은 스릴이 있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면 연극의 힘을 느낀다”고 했다.

    황혜희 양은 “중학교 때부터 스크린 배우가 되고 싶었다”며 “연극은 현실과 환상의 중간에 있다. 관객에게 환상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가은 양은 “연극은 재미있고, 무대 뒤에서 행복했다. 연극을 하면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연극은 나를 성장시켜 준다”고 말했다.

    이신애 양은 “분장을 맡았다. 연극은 여러 가지가 합쳐져야 되고, 어느 것 하나도 쉽게 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황소민(1) 양은 “연극을 하면 배우는 게 많다. 무대에 서면 쑥스러운데 그런 걸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이들은 연극을 하기 전 긴장되고 가슴이 두근두근하지만 그게 연극의 묘미라고 했다.

    방세진 군은 “전국청소년연극제에 갑자기 대역으로 들어갔다. 공연 한 달 앞두고 열심히 연습해 무대 올랐는데 심장이 터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고, 김가은 양은 “남들 앞에 서는 걸 잘 못해서 너무 떨리는데, 연습을 많이 해서인지 일단 연극을 시작하고 나면 괜찮아진다. 그렇지만 아직도 무대에 오르면 떨린다”고 말했다.

    김민지 양은 “무대 울렁증이 심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관객과 시선이 딱 마주치면 긴장된다. 그렇지만 즐기면 재미있다. 어떨 땐 가슴이 터질 것 같다”고 말했다.

    연극반은 각종 대회에서 개인상도 휩쓸었다. 전국청소년연극제에서 박해인 양이 최우수연기상을, 김가은 양과 김종필 군은 우수연기상을, 이호용 군은 스태프상(조명)을 받았다. 또 개천학생연극제에서 박해인 양은 연기대상을, 김가은 양과 김종필 군은 연기금상을 받았다.

    특히 박해인 양은 개천학생예술제에서 두 차례 연기대상을, 전국청소년 연극제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받는 등 3관왕에 올랐다. 그는 “그동안 주위에서 엄청난 축하를 받았다. 그런데 아버지는 너무 상을 자주 받아서 그런지 ‘순서대로 받는 거 아니냐’며 담담해하셨다”고 했다. 사천의 극단 장자번덕에서 연기를 배우고 있는 그는 졸업하면 곧바로 전업 배우가 될 예정이며 스타로 대성할 가능이 높아 연극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가연 양은 “중학교 때까지 상 받아 본 게 없었는데 지난해 개천예술제에서 은상을 받고 놀랐다. 그 뒤로는 엄마 아빠가 상에 대한 기대를 갖더라.올해 개천예술제에서는 금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종필 군은 “상을 받았을 때 내가 상을 받아도 되는지라고 생각했다. 연극은 철학과 가장 깊은 연관이 있다. 연기로 철학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고교 졸업 후 군대를 바로 갔다온 뒤 연극을 하고 싶다고 했다.

    조명을 맡아 스태프상을 받은 이호용 군은 “내가 솔직히 받을 줄 몰랐다. 공연할 때 진짜로 집중했다. 선생님 말대로 배우의 감정을 빛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경남 최고의 연극반을 만들고, 백지 상태의 아이들을 어엿한 연극인으로 만든 사람은 이 학교 화학교사인 서용수(54) 선생이다. 서 교사는 경상대학교 극예술연구회 출신으로 대학 졸업 뒤 진주의 극단 현장에서 배우로 활동했으며, 아내도 거기서 만났다. 그의 아내 김수희(52) 씨는 지금도 진해에서 극단 물꼬의 상임연출을 맡고 있는 현역 연극인이며, 서 교사가 바쁠 때 학교에 와서 학생들의 연기를 지도했다. 연극반 학생들은 “이번 연극제에서 상을 받는 데는 사모님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서 교사는 연극에 대한 열정을 억누를 수 없어 그가 발령받아 가는 학교마다 연극반을 만들었다. 지난 1988년 첫 발령지인 마산 내서중학교에서부터 창원 반송여중, 토월중, 진해동진중, 안골포중 등에서 모두 연극반을 만들었다. 그는 “내가 가진 재능을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싶었다. 연극반을 만들고 1년에 한 번 공연을 올리고 했지만 학교를 떠나면 없어졌다. 태봉고에서는 연극반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연극을 가르치면서 아이들에게 꼭 하는 말이 있다. 연기자의 최고의 덕목은 인내심이다. 인내심은 연기자의 기본이다. 재능보다 인내심이 더 중요하다. 연기는 몸으로 표현하는 것인데 체화되지 않으면 쉽지 않다. 인내심이 없으면 미미한 변화를 견뎌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글= 이상규 기자·사진= 성민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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