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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고 싶다] 거제 산방산비원

쓸쓸할 것만 같았던 늦가을, 이곳엔 꽃바람 부네요
야생화 1000여 종 계절마다 번갈아 피고 져
단풍 구경·꽃놀이·삼림욕 다 즐길 수 있어

  • 기사입력 : 2012-10-2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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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시 둔덕면 산방산비원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야생화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폴리아나 레스토랑(사진 속 건물)으로 향하는 언덕 오른편에 금잔화가 활짝 피어 있다.
    구절초(왼쪽)와 감국
    쑥부쟁이



    늘 그렇듯이 여행은 들뜨게 한다. 추억과 낭만을 안겨 주고, 무거운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주기에 즐겁다.

    거제도 하면 아마도 외도 보타니아와 해금강, 몽돌해수욕장, 바람의 언덕 등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여기에 ‘산방산비원’을 추천하고 싶다. 산방산에 있는 ‘비밀의 화원’이다. 온갖 야생화와 희귀식물들이 어우러진 관광농원이자 식물원이다.

    거제시 둔덕면 산방리 187번지에 위치한 산방산비원(대표 김덕훈, www.beeone.co.kr)까지는 창원에서 1시간 30분가량 걸린다. 옛 거제대교를 지나자마자 우회전해서 달리면 곳곳에 안내표지판이 있다. 하둔사거리에서 직진해 조금만 가면 오른쪽에 청마 유치환 기념관 및 청마 생가가 있고, 좌회전해 3분 정도 가면 산방산비원 주차장이다. 오른쪽으로 손에 잡힐 듯 산방산(507.4m)이 우뚝 서 있다.

    매표소에 있던 관리인 이점식(58·한라봉농장 운영) 씨가 취재진을 반긴다. 12년째 비원 관리를 해왔다는 이 씨의 안내로 탐방에 나섰다.

    산방산비원의 총면적은 16만5000㎡(5만평)로, 현재 9만9000㎡(3만 평)에 1000종 이상의 각종 야생화와 희귀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비원 왼쪽의 가꾸지 않은 6만6000㎡(2만 평)에는 향후 펜션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란다.

    김덕훈(73) 대표는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던 20대 때부터 야생식물에 관심이 많았다. 금융업 등으로 성공한 그는 야생식물연구회 회장을 지낼 정도로 자연친화형이었고, 노년에는 수목원이나 식물원을 운영하는 게 꿈이었다. 수도권 일대의 적절한 부지를 알아보던 1995년도에 조상도 거제시장이 그를 찾아와 고향인 거제시 둔덕면 방하마을 산방산 아래 경치 좋은 곳에 식물원을 조성해줄 것을 제안했다.

    “풍수상 좋은 땅이 있으면 식물원을 조성하려던 참에 조 시장의 추천으로 고향 마을이 있는 산방산 아래 현 부지를 둘러보고 첫눈에 반했다.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의 말이 ‘봉황새가 알을 품고 있는 형상으로 기가 흩어지지 않고 모이는 명당’이라고 극찬했다.”

    1995년부터 계곡 좌우의 다랑이 논 매입을 시작하면서 동시에 부지 조성 공사를 진행했다. 전국을 돌면서 좋은 수목과 조경석을 사고, 토양에 맞는 야생화도 정성껏 심었다. 지금까지 투자 비용이 150억 원에 이른다.

    산방산비원의 특징은 자연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도록 조성했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개성이 강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풍경 조성’을 원칙으로 삼았다고 했다.

    2008년 4월 19일 개장한 비원에서는 전국에서 자생하는 야생화는 거의 다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군락으로 심지는 않았다. 탐방로 곳곳에 조화롭게 심었다.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게 김 대표의 지론이다.

    비원에서는 산부추 꽃, 대문자초, 루드베키아, 부처꽃, 용담꽃, 솔체꽃, 상사화, 모싯대 꽃, 자귀꽃 등 1000여 종의 야생화가 계절마다 번갈아 피고 진다.

    진달래가 만개할 무렵인 4월 산방산비원은 절정의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자생하는 진달래와 개나리, 동백 등이 꽃을 피우는 가운데 노란붓꽃, 수선화, 할미꽃, 수선화, 비비추 등 대부분의 야생화가 만발해 낙원이 따로 없다. 계곡을 낀 숲이라 꽃향기도 오래 머문다.

    여름에는 초롱꽃, 원추리, 부처꽃 등이 피고, 연못에서는 수련, 홍련 등 연꽃이 향기를 피운다. 가을에는 꽃무릇, 쑥부쟁이, 벌개미취가 자태를 뽐낸다. 무엇보다 비원의 가을은 끝내준다. 산방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풍경이 환상적이다. 관리인 이 씨는 주야 온도차가 커 단풍 빛깔이 곱다고 했다.

    겨울에는 야생화를 보기는 힘들어도 아늑한 적막감이 운치를 더해, 요즘 대세인 ‘힐링(몸과 마음을 치유한다)’을 하기에 그만이라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실제로 호젓한 탐방로를 천천히 거닐면서 둘러보는 맛이 좋았다.

    김 대표는 “유지·보수 및 관리에 매월 2000만 원 이상 들어 운영에 어려움이 너무 많다”면서 “거제시나 경남도, 정부 등에서 개인시설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지역 관광자원 육성·보존 차원에서 적절한 지원대책을 강구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산방산비원에서는 야생화는 물론, 맑은 계곡 물소리와 폭포, 시원한 분수 경관과 연꽃, 수련연못, 수생식물을 만날 수 있다. 곳곳에 벤치와 그네, 원두막 등 쉼터가 있어 둘러보기에 좋다.

    19개 코스 가운데 동쪽의 3코스 아우라작품전시장은 온갖 야생화와 잘 가꿔진 분재들을 감상할 수 있다. 서쪽의 15~16코스는 어린이 아토피에 아주 좋은 편백나무가 줄지어 서 있고, 이곳 전망대에서는 삼림욕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특히 비원 내 ‘세한곡수원’에서 하룻밤 머물 수도 있다. 1650㎡의 정원과 초가집(황토방)으로 이뤄진 이곳의 1박 요금(예약 055-633-1221)은 10만 원. 화재 예방 차원에서 취사는 안되며 숙박만 가능하다.

    분위기 좋은 ‘폴리아나 레스토랑’도 있고, 멍게비빔밥·산채비빔밥·함박스테이크 등을 파는 ‘산마루맛집’과 매점도 있다.

    산방산비원을 둘러보는 데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개장 시간은 4~10월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 11월~익년 3월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이며, 입장료는 어른 8000원, 중고생 5000원, 어린이 3500원. 주차비는 무료다.

    글=홍정명 기자 사진=김승권 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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