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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을 가다] 전통 사찰 이야기 (1) 합천 해인사

‘海印(해인)’은 바닷속에 도장 찍은 듯 참모습 비친 경지

  • 기사입력 : 2013-01-0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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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천 해인사의 주불전인 대적광전. 일주문에 이어 해탈문과 구광루를 지나면 너른 마당 뒤로 대적광전이 보인다. 마당 한가운데에는 삼층석탑과 석등이 있다.
    팔만대장경판과 그 밖의 경판들이 보관되고 있는 장경판전(국보 제52호) 내부.
    장경판전은 네 채의 목조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장경판전에서 한 시민이 합장하고 있다.



    불교문화는 오랜 옛날부터 우리 민족의 고유한 종교이자 우리 민족의 삶의 숨결이 깃들어 있으며, 우리 민족의 생활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전통사찰에 깃들어 있는 우리 조상들의 숨결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에 사찰 탐방은 종교탐방이기보다는 우리 고유문화 탐방이다.

    우리 전통문화가 스며있는 도내 주요 사찰을 찾아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재미있는 사찰 이야기와 함께 창건 배경, 역사, 문화재, 주변 절경 등을 곁들여 ‘전통 사찰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안내한다.

    합천 해인사는 가야산 자락의 깊은 산속에 있는 절이지만 최근 해인사 가는 길은 많이 수월해졌다. 지난 2011년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을 계기로 길이 새로 만들어져, 해인사 가는 길은 합천 읍내보다 더 시원한 왕복 4차선으로 뻥 뚫려 있다. 해인사 IC에서 대장경 기록문화테마파크까지 이어지는 국도는 옆에 나란히 나 있는 88고속도로가 국도로 착각될 정도로 잘 포장되어 있다.

    이 길이 끝나면 홍류동 계곡을 따라 길 양쪽으로 수백년 된 낙락장송이 드리워진 운치 있는 길이 이어진다. 홍류동 계곡은 가을에 단풍이 계곡 전체를 붉게 물들이고 물에 비쳐 마치 가을 단풍이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취재진이 찾은 12월 말, 단풍은 다 졌지만 계곡 굽이굽이 눈 쌓인 바위와 노송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대장경테마파크에서 해인사로 가는 길은 두 갈래 길이 있다. 홍류동 계곡을 가운데 두고 왼쪽에는 계곡소리 새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는 ‘소리길’이. 오른쪽에는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도로가 있다. 소리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조금 올라가면 절의 대문인 일주문이 나타나고, 일주문에는 ‘가야산 해인사(伽倻山 海印寺)’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해강 김규진 선생의 글씨라고 한다.

    해인사(海印寺)라는 이름은 화엄경의 구절인 ‘해인 삼매(海印三昧)’에서 따온 것으로,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한없이 깊고 넓은 큰 바다에 비유하여, 거친 파도와 같은 중생의 번뇌 망상이 비로소 멈출 때 우주의 갖가지 참된 모습이 그대로 바닷속(海)에 도장을 찍은 것처럼 비치는(印) 경지를 의미한다”고 문화해설사는 설명했다.

    일주문은 말 그대로는 하나의 기둥으로 된 문을 뜻한다. 그러나 대문이니만큼 기둥이 하나일리 없고 두 개로 되어 있지만 옆에서 보면 하나로 보인다. 일주문에서 두 번째 문인 봉황문으로 가는 길. 1200년 된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고 한 그루는 1945년 생명을 다한 고사목이다. 이 길을 천년의 길이라고 부른다.

    두 번째 문인 봉황문. 봉황문은 다른 사찰의 천왕문 또는 금강문처럼 사천왕상이 모셔져 있는 문이다. 다른 사찰에서는 대개 사천왕상이 험악한 표정으로 목각된 장승이 서 있지만, 해인사는 다른 절과 달리 탱화로 되어 있다. 사천왕이 불에 타 소실됐기 때문이다. 해인사는 지금까지 7번의 화재가 났고, 불이 나지 말라는 기원을 담은 돌무덤 ‘염주석’이 봉황문 앞에 있다.

    세 번째 문인 해탈문. 이 문 이전까지는 사바세계이며, 이곳부터는 모든 중생적인 속박을 벗어나 해탈의 세계로 들어가는 부처님의 세계임을 뜻한다. 지금까지 밟아 올라온 계단의 숫자는 33계단. 해인사 총 108계단 중 33계단은 사방팔방(4×8) 32계단에 하늘을 의미하는 한 계단을 더한 것이라고 한다. 해탈문에서 바라본 정면은 옛날 큰 법당을 바라보며 절을 하던 구광루. 왼쪽은 범종루, 오른쪽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봉안된 보경당과 템플스테이로 사용하는 만월당.

    범종루에는 종을 포함해 북 목어 구름판 등 모두 4가지가 들어 있다. 종이 울리면 이 땅에 사는 인간의 고뇌가 사라지고, 북이 울리면 네 발 달린 짐승이 구제받고, 목어는 바다에 사는 물고기가, 구름판인 운판은 하늘에 사는 짐승이 구제받는다고 한다.

    구광루를 지나면 큰 마당이 나오고 정면에 절의 중심 건물인 대웅전이 보인다. 하지만 해인사는 대웅전이 아닌 ‘대적광전’이다.

    해인사는 화엄경을 중심으로 하여 창건된 절이기에 다른 법당처럼 주불로 석가모니 부처님이 모셔져 있는 것이 아니라 화엄경의 주불인 비로자나 부처님이 모셔져 있기 때문에 ‘대적광전’이라 한다.

    대적광전에는 6개의 주련이 있다. 문화해설사는 “정면에서 볼 때 오른쪽 두 개는 고종이, 왼쪽 4개는 고종의 아버지인 흥선대흥군의 친필”이라고 설명했다. 고종이 어릴 때 썼다는 이 글씨는 정자체이지만 마치 아이들이 연필로 또박또박 눌러 쓴 글처럼 보이고, 흥선대원군이 쓴 글씨는 약간 날려 썼지만 힘이 있어 보인다.

    다음은 해인사의 핵심인 대장경을 모신 건물인 장경판전. 우리나라 3보 사찰 중의 하나로 고려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법보 사찰 해인사.

    불교에서 말하는 3보(三寶)는 세 가지 보물을 말하는 것으로, 불보(佛寶)는 부처님, 법보(法寶)는 부처님의 가르침, 승보(僧寶)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수행자(스님)를 뜻한다. 3보 사찰은 불보-양산 통도사, 법보-합천 해인사 승보-순천 송광사를 가리킨다.

    장경판전은 모두 4동으로 되어 있으며, 북쪽 건물을 ‘법보전’, 남쪽 건물을 ‘수다라전’, 동서 사간전 등이라고 하며 전체적으로는 긴 네모형으로 배치되어 있고 건축양식이 조선초 건물 중 매우 빼어나 모두 국보로 지정돼 있다.

    “사람들에게 잘못 알려진 것 하나 있다. 팔만대장경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집인 장경판전이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이고 팔만대장경은 기록문화유산이다.”

    장장판전 앞에서 해설사의 설명이 길어졌다. 8만여 장의 대장경판을 보관하고 있는 장경판전은 보존 기술과 장치가 과학적으로 설계된 건물로, 800년 가까이 대장경판 원형을 잘 보관하고 있는 있는 몇 가지 비밀이 숨겨져 있다.

    첫째는 창문. ‘수다라전’의 창은 아래 창이 위 창보다 세 배 크고 ‘법보전’의 창은 그 반대의 모습을 하는데 이는 가야산에서 내려오는 바람과 홍류동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순환과 통풍을 고려한 것이다. 둘째는 바닥. 소금과 숯, 횟가루, 황토를 차례로 놓아 목재경판의 보존 유지에 알맞은 습도를 유지해 경판의 변경을 줄이고 해충을 막도록 했다. 세 번째는 방향. 건물의 방향이 서남향으로 되어 있어 해가 떠서 지는 동안 모든 경판에 한 번씩은 햇빛이 비치도록 되어 있다.


    ◆ TIP 1. 해인도 따라 돌기 = 해인사 구광루와 해탈문 사이의 큰 마당에는 미로처럼 보이는 길이 있고, 불자들이 이 길을 따라 합장하고 돌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부모님을 따라 온 꼬마들은 법당 안에 웬 놀이터인가 하고 신이 나서 길을 따라 돌고 있지만, 이것은 불교 화엄경의 교리가 담긴 도안이다.

    ‘해인도’ 또는 ‘화엄일승법계도’ 등으로 불리는 이 그림은 의상대사가 화엄사상을 요약한 게송 (부처의 공덕이나 교리를 담은 노래 글귀)을 만 (卍)자로 표현된 도안에 써 넣은 것이다.

    이 해인도는 출발한 곳에서 시작해 다시 그곳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이는 처음과 끝이 하나고, 모든 것이 하나라는 화엄경의 내용과도 맞물리고 현실세계가 곧 부처님의 세계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 길을 따라 법성게(화엄경 사상을 요약한 글귀로, 해인도 앞 소원지 뒷면에 적혀 있다)를 외며 합장하고 길을 따라 걸으면 생전에 공덕을 이루고 사후에는 죄업이 사라지며, 소원을 이루어 준다고 알려져 있다. 새해를 맞아 해인도를 돌면서 새해 소망을 빌어보는 것은 어떨까.

    ◆ TIP 2. 합천 해인사의 ‘염주석’ = 해인사의 일주문을 지나 봉황문으로 가는 길 왼편에는 제기 모양의 큰 받침돌 위에 작은 돌탑들이 세워져 있다. 언뜻 돌탑을 쌓아 소원을 빌기 위해 둔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돌탑 아래에 있는 받침돌의 용도는 따로 있다.

    이 받침돌은 ‘염주석(鹽柱石)’이라고 하는데 자세히 보면 가운데 홈이 패어 있다. 홈은 소금을 넣어두는 곳으로 화재를 예방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소금은 실질적인 의미보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불을 끄기 위해서는 많은 물이 필요하고, 많은 물이 있는 곳은 바다이다. 바닷물에는 많은 소금이 있으며 바다의 기운을 가지고 있기에 화재를 예방한다고 여겼다. 화재가 7번이나 발생한 해인사에는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이러한 염주석들이 여러 군데 설치돼 있다.


    글= 이상규 기자·이정용 수습기자

    사진 = 김승권 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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