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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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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풍수지리] 좋은 땅과 환경

  • 기사입력 : 2013-01-2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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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정치학’에서 이상적인 도시의 4가지 조건으로 첫째는 생태적으로 건강한 곳, 둘째는 동풍을 받을 수 있는 곳, 즉 동쪽을 향한 경사면이거나 겨울에 북풍을 피할 수 있는 남향인 곳, 셋째는 군사적인 이유로 외부인은 쉽게 접근하기 어렵고 거주민들은 쉽게 탈출할 수 있는 곳, 넷째는 수원의 공급이 원활한 곳을 제시했다.

    인문지리학의 시조(始祖)라고 할 수 있는 ‘택리지’ 중 ‘복거총론’에서 이중환은 “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생명을 지키고 또 죽은 사람을 보내는 데에도 모두 재물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재물은 하늘에서 그냥 내려오거나 땅에서 솟아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살아갈 곳은 기름진 땅이 있는 곳이 제일이고, 배와 수레와 사람과 물자가 모여들어서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곳이 그다음이다”라고 하였다. 또한 사람의 운명은 그가 태어나 자란 산천의 기운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는 인걸지령론(人傑地靈論)을 설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내용과 이중환이 주장한 내용들이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많은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좋은 땅과 환경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은 동일함을 알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이상적인 도시의 첫째 조건은 인걸지령론과 거의 흡사하다. 둘째 조건은 아침의 생기 있는 동향햇빛을 받으면 건강에 좋지만 서향햇빛은 생기가 없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으며, 남향집은 삼대가 적선(積善)을 해야 얻을 수 있다고 하는 우리의 풍수사상과 맥락이 같음을 알 수 있다. 셋째 조건은 조선 중기 ‘정감록’의 십승지(十勝地·외적의 침입으로 난리가 났을 때 병화를 피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10군데 장소)와 막다른 지역은 원혼이 있어서 흉하며, 위급할 때 빠져나갈 곳을 항상 마련해두어야 한다는 내용과 일치한다. 넷째 조건은 물이 없으면 생물이 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생기 있는 길지는 반드시 물이 모이는 곳이라는 풍수사상과 일치한다.

    이러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지기쇠왕설(地氣衰旺說)과 연관시켜서 생각할 수 있는데, 지기쇠왕설이란 땅이 가진 생명력은 시간의 흐름과 상황의 변화, 그리고 그 땅을 차지한 사람에 따라 왕성해지거나 또는 쇠약해진다는 뜻으로, 땅의 기운이 왕성할 때면 부귀와 번영을 누리지만 땅의 기운이 쇠약해지면 재앙과 불행이 닥친다. 지기가 왕성하였다가 쇠약해지는 경우는 내가 활동하거나 거주하는 건물 주변에 변화가 생기거나 묘(墓)의 주변상황이 바뀌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어느 날 내 건물 앞에 웅장한 건물이 들어선다면 나에게 압혈(壓穴)을 가할 것이며, 도로가 좁아지거나 넓어지면 지기도 응집되거나 흩어지게 될 것이다. 장사가 잘되다가 언제부터인지 손님의 발길이 끊어지고 마치 빈 점포같이 생기도 없이 썰렁하게 되면 지기의 변화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묘 또한 길지에 잘 모셨는데 어느 날 갑자기 산이 절개되어 도로가 휑하니 뚫리거나 물길이 바뀌게 되어 지기가 손상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풍수서적인 장경(葬經)에는 지기와 물에 대한 이해를 돕는 한 구절이 있다. 원문의 구절은 ‘부토자기지체 유토사유기 기자수지모 유기사유수(夫土者氣之體 有土斯有氣 氣者水之母 有氣斯有水)’이다. 흙은 기의 몸이 된다. 기 자체로는 물체를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흙에 의지해 만물을 성장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흙이 있는 곳에는 기가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기는 물의 어머니라고 했다. 왜냐하면 음기와 양기가 나와서 함께 어울리면 바람이 되고, 구름이 되고, 비가 되는데, 비는 곧 물이므로 기의 작용에 의해 발생된 것이기 때문이다. 즉 기가 있는 곳에는 물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산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 산과 물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땅의 생기가 발동을 하게 된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화산풍수·수맥연구원 055-297-3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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