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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110) 논술의 시각으로 본 스포츠맨십

프로농구 ‘져주기 논란’ 진실은 무엇일까

  • 기사입력 : 2013-03-0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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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즌 도중 울산 모비스로 트레이드된 벤슨이 창원LG 선수로 뛸 때 덩크슛을 하는 모습. 이 트레이드로 LG가 이번 시즌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연합뉴스/


    막바지로 치닫는 프로농구가 최근 ‘져주기 논란’ 때문에 팬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죠? 신문에 보도된 기사를 보면 몇몇 팀이 서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않으려 무성의한 경기를 펼쳐 빈축을 사고 있답니다. 그중에 우리 지역 프로농구팀인 창원LG가 끼어 있어 기분이 좋지 않네요. 정말 일부러 지는 경기를 하는 팀이 있는 걸까요? 오늘은 논술의 시각으로 이런 문제를 짚어보면서 스포츠맨십과 페어플레이의 의미를 생각해볼까 합니다.

    글짱: 창원LG를 응원하는 고교생이랍니다. 지난달 28일 창원 홈경기를 보러 갔다가 완전히 열받았어요. 원주 동부에 28점 차이로 대패한 날이었거든요. 믿고 싶지 않지만 6강 진출을 포기한 채 져주려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샘: 그날 LG는 실책을 17개나 하는 무기력한 경기로 팬들로부터 욕 많이 먹었지. 다음 날 창원LG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게시판엔 성난 팬들의 항의 글로 도배가 되어 있더구나.

    글짱: 홈 관중 동원 최고를 자랑하는 창원LG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완전히 그날은 아마추어 팀이었어요. 부상에도 힘들게 뛰는 기승호 선수, 그리고 분위기 띄우려고 애쓰는 김정석 응원단장만이 진정한 프로의 모습이었다고나 할까요.

    글샘: 그래도 지난 2일 부산 원정경기에선 KT를 77-72로 이겼잖아. KT도 6강 진출을 놓고 경쟁하는 라이벌인데 말이야.

    글짱: 언론과 팬들의 시선이 따갑다 보니 한 번쯤은 이기는 경기를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LG가 신인지명권을 넘겨받는 조건으로 시즌 중에 로드 벤슨을 울산모비스에 트레이드한 것은 이번 시즌을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죠. 그건 스포츠맨십에도 어긋나고요.

    글샘: 구단에서는 팀의 미래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하겠지. 다만, 팬을 배려하지 못했다는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순 없을 거야.

    글짱: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하위권 팀에게 유리한 다음 시즌(2013~14시즌) 신인 지명권을 노린 고의 패배라는 논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글샘: 프로구단이 ‘져주기 경기’를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신인 지명권 제도의 허점을 방치한 프로농구연맹(KBL)의 무사안일 행정도 문제가 있어. 최근 논란이 불거지자 신인지명권 확률을 상위팀에도 높여주는 대책을 마련했지만, 그마저도 다음 시즌이 아닌 2014~15시즌부터 적용한다고 했으니 말이야. 결국 이번 시즌엔 고의 패배를 한 팀이 혜택을 받는 모순이 생길 수밖에 없지. 이번 신인 드래프트부터 변경된 방식을 적용했어야 제대로 된 대책이라고 할 수 있을 거야.

    글짱: 맞아요. 결국 욕 한번 먹고 거물급 신인을 영입하는 이익을 얻는 팀이 나온다면, 공정 경쟁의 가장 기본적인 틀을 무시한 거잖아요. 그래서 오는 10월 신인 드래프트에 나오는 ‘경희대 3인방(김종규, 김민구, 두경민)’을 잡기 위해 7~10위로 이번 시즌을 마치려는 팀이 생길 것 같아요. 스포츠 정신을 외면해야 할 만큼 거물급 신인 영입이 중요한 걸까요?

    글샘: 어떤 상황이든 페어플레이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게 스포츠 정신이지. 스포츠 분야 말고도 우리 사회에서는 제도적 허점 때문에 선의의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거든. 그래서 어떤 제도를 만들 땐 그런 점을 감안하고 형평에 어긋나지 않도록 치밀한 입안과 점검, 신속한 보완이 필요한 거야.

    글짱: SK, 모비스, 전자랜드, KGC인삼공사는 이미 6강 진출을 확정지었고, 현재 5위인 오리온스는 6위와 4게임차 앞서 있어요. 남은 6위 한 자리를 놓고 KT, 동부, 삼성, LG가 1게임 차로 경쟁하고 있으니, 언제 어느 팀이 고의 패배의 길을 택할지 알 수 없어요. 스포츠맨십이란 공정하게 경기하고, 비정상적인 이득을 얻기 위한 일을 하지 않고, 상대편에 예의를 지키는 것은 물론 결과에 승복하는 것을 일컫잖아요. 스포츠맨십을 저버리고 페어플레이를 하지 않는다면 팬들이 등을 돌리는 것은 시간문제일 거예요.

    글샘: 한때 인기를 누렸던 프로레슬링, 권투, 씨름이 팬들과 멀어진 이유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지. 지난해 프로야구에선 모 감독이 항의 표시로 신인 투수를 대타로 기용해 스포츠맨십을 저버린 행위로 물의를 빚은 적이 있었지. 또 런던올림픽에선 우리나라 여자 배드민턴 팀이 결승 진출에 유리한 대진을 택하기 위해 고의 패배 경기를 펼쳐 세계의 조롱거리가 된 걸 기억할 거야.

    글짱: 고의적인 패배나 시즌 포기는 명백한 승부조작으로 규정하고 엄한 징계가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제는 현직 프로농구 감독이 2년 전에 돈을 받고 승부조작을 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다는 기사가 나왔던데요. 프로농구계에 어떤 파문이 일어날지 걱정되네요.

    글샘: 요즘 프로농구는 한마디로 스포츠맨십의 실종 위기라고 볼 수 있어. 1960~80년대 미국의 미식축구 팀 ‘댈러스 카우보이’를 이끌었던 랜드리 감독은 “스포츠는 훌륭한 교사다”고 말했단다. 그만큼 스포츠맨십이 중요하다는 얘기일 거야.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강의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교수가 지금 우리나라 프로농구를 본다면 ‘스포츠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라고 강연을 하러 올 것 같구나. 오늘 논술탐험은 스포츠맨십과 페어플레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본 의미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어.

    편집부장 s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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