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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9월 21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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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품을 말한다 (46) 시인 이제니

“내 시는 문자로 된 리듬”

  • 기사입력 : 2013-03-2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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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특한 문체와 발랄한 화법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거제의 이제니 시인. 이 시인은 기질적으로 사람이 적게 살고 조용한 곳이 좋아 거제에서도 조용한 카페를 찾는다고 했다./이제니 시인 제공/
     
    이제니 시인은 거제시 옥포동 집 근처 바닷가를 산책하면서 시 구상을 한다.


    2010년 발표된 첫 시집 ‘아마도 아프리카’. 지난해 말 7쇄를 찍을 정도로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시인은 내년에 두 번째 시집을 펴낼 예정이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3월 중순 거제 옥포시내 한 카페에서 독특한 스타일의 시를 쓰는 이제니(41) 시인을 만났다. 인터뷰와 함께 사진 촬영을 할 것이라고 알려줬지만 그는 화장기 없는 얼굴로 나왔고 옷차림도 수수했다. 상상력이 풍부한 그의 시와 달리 소박했고, 사람을 대하는 방식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첫 느낌을 받았다.


    ‘완두는 완두 완두 하고 울고, 접시는 접시 접시하고 운다.’(완고한 완두콩), ‘요롱이는 말한다. 나는 정말 요롱이가 되고 싶어요. 요롱요롱한 어투로 요롱요롱하게’(요롱이는 말한다).

    말의 운율을 중시하는 그녀의 시는 편하게 읽으면 재미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라 어렵다. 먼저 언어유희를 즐기는 그에게 설명을 부탁했다.

    “우리가 전형적인 시라고 할 때 낱말마다 의미가 있다고 설정하지만 나는 각각의 낱말에 꼭 의미를 둬야 할까… 의미 이전에, 의미를 넘어 낱말에 새롭게 발생하는 에너지가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제 시집에 실린 첫 시부터 맨 마지막 시까지 줄줄 읽어 내려가면서 어떤 리듬을 느끼게 된다면… 시라는 것이 의미 이전에 ‘문자로 된 리듬’이 아닐까 그런 생각들을 한다.”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좀 더 쉽게 설명해 달라고 부탁하자 그는 “낭송회 때나 독자들을 만날 때 종종 생경한 단어의 뜻이 뭐냐고 묻지만 그때마다 ‘나도 그게 뭔지 모른다. 풀어서 쓸 수 있다면 그렇게 썼을 것이다. 그렇게밖에 쓸 수 없기 때문에 그런 말들을 썼다’고 말한다. 의미에 매이지 말고 읽으면 호흡을 발견하고 시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답했다.

    그는 지난 2008년, 신춘문예에 도전한 지 15년 만인 서른일곱 살 때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페루’란 시로 당선돼 등단했다. 30대 후반에 문단에 나왔으니 다소 늦은 감은 있다. 글 쓰는 사람으로 살겠다고 결심한 시기는 초등학교 때부터였다고 했다.

    “초등 4학년 때부터 작가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글 쓰는 걸 좋아하셨고, 직접 쓴 글을 읽어 주셨다. 공무원인 아버지와 떨어져 산 기간이 많은데 편지를 쓴 것도 도움이 됐다. 초중고 내내 문예반에 있었다. 거제고 문예반에 있을 때 진대공 국어 선생님이 계셨다. 그분은 대학문학상에 당선한 이력이 있다. 선생님은 당선작을 보여 주면서 ‘앞으로 네가 작가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내가 정말 작가가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는 22살 때인 경남대 2학년 때부터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응모했다. 하지만 계속 낙방을 했다. 일을 해 돈이 모이면 일을 그만두고 글 쓰는 데 전념하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일을 해 글을 썼다.

    “남들은 결혼을 하든지 어떤 분야에 일가를 이루고 했는데 저는 돈만 모이면 최소한의 생활비로 글 쓰고 아무것도 없었다. 주위에 가족이 있어 좀 견뎠지만 사람들과 연락 끊고 지냈다. 습작기간이 길어지면서 스스로에 대한 회의의 시기가 왔다. 육체적으로도 힘들어져 한동안 아무것도 읽을 수도 없고 현기증이 생겼다. 이렇게까지 나락으로 떨어지나…. 목표하는 바를 오랫동안 이루지 못하니 패배자의 느낌이 컸다.”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끝나진 않을 거야. 막연했지만 언젠가는 작가가 될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소진돼 건강을 챙기기 위해 1년 가까이 쉬던 2007년 11월 말 신춘문예 마감을 이틀 앞두고 그동안 써 두었던 시를 경향신문에 보냈다. 그해 소설은 한 편도 응모하지 못했다. 그리곤 잊고 있었는데 당선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몸도 마음도 지쳐 이제 그만둬야 하는 거 아닌가 할 즈음에 당선됐다는 연락을 받고 ‘어떻게든 글을 계속 쓰라는 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선된 뒤 거제고 진 선생님을 만나뵈었더니, ‘내가 못 이룬 꿈을 네가 대신 이뤄줘 고맙다. 부럽다’는 말씀을 하셨다.”

    등단 뒤 독특한 문체로 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유명 잡지사의 청탁도 이어졌다. 2010년 10월 ‘창작과비평’에서 ‘아마도 아프리카’라는 첫 시집이 나왔다.

    ‘거침없는 상상력과 역동적 리듬, 발랄한 화법으로 젊은 시인 중 독보적 개성을 인정받으며 주목과 기대를 모아온 저자의 첫 번째 시집이다. 미끄러지고 비틀어지면서도 거침없이 내달리는 말과 사물 사이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세계로 초대한다. 논리적 의미에 지배당하지 않는 말 자체의 탄력 있는 연쇄로 시 읽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자유로운 상상의 연쇄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교보문고에서 그의 첫 시집을 소개한 한 대목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모호한 단어와 이미지가 꼬리를 물고 이어져 자칫 외면받을 수도 있는 첫 시집이었으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우수도서로 선정되고 시집으로는 드물게 지난해 말까지 7쇄를 찍을 정도로 잘 팔렸다. 또 2011년도에는 미당문학상 최종심에 올랐다.

    “새롭고 낯선 것에 대한 반응 같다. 시집으로는 많이 팔린 편이다. 기존 시의 문법과 달라 다른 느낌을 받거나 전혀 낯선 낱말들로 어울려… 이렇게 써도 시가 되는구나… 돌돌돌 굴러가는 말 맛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 중심의 우리 문단 현실에서 경남에서도 외진 거제에서 살면서 소외되거나 작업하는 데 한계 같은 걸 느끼진 않느냐”는 질문에 “지금이 참 좋다. 기질적으로도 사람 많은 데보다 조용한 곳이 좋다.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 거제에서 오래 살았지만 친구는 서울이나 창원 마산에 많고 거제에는 없어 자유롭다. 치열하게 글을 쓰는 사람들(이준규, 박지혜, 최하연 시인, 김태용 한유주 정용준 소설가 등)과 동인활동을 하며 교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소설습작을 해 온 그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소설을 발표할 기회가 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지금도 계속 시와 함께 소설을 쓰고 있다.

    “시와 소설이 다른 장르이긴 하지만 저에게는 별로 다른 것 같지 않다. 시를 보여주면 소설의 일부를 떼와 쓴 거 같다고 하고, 소설을 보여주면 시를 썼느냐고 한다. 제 소설은 서사 위주는 아니다.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로 구성된 보편적 구조보다 산발적으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소설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계속 찾아가고 계속 스스로 묻는 질문이다. 그래서 매순간 답변이 달라질 수 있다. 언어로 무언가를 쓴다고 할 때 ‘무언가’에 집중하기보다는 ‘언어’에 집중하는 편이다. 언어는 무엇을 지시할 수 없는 허술한 수단이다. 낱말과 낱말, 문장과 문장이 이어나가면서 의도하지 않는 의미가 생긴다. 그런 게 배치되면서 어떤 효과를 나타내는지 관심이 많다.”

    내년에 ‘문학과 지성사’에서 두 번째 시집이 나온다. 어떤 상상력과 리듬으로 독자를 즐겁게 할지 궁금하다.

    이상규 기자 sk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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