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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0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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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수요자 중심의 에너지 수급구조- 이창호(한국전기연구원 전력산업연구센터장)

  • 기사입력 : 2013-04-0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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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온난화, 온실가스, 기후변화, 환경문제는 이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친숙한 단어들이며,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지속가능한 경제, 녹색성장, 그린에너지와 같은 용어도 자주 거론되는 말들이다. 한때 150달러를 넘어섰던 유가가 요즘은 100달러 근처를 맴돌고 있지만 휘발유 가격, 가스요금, 전기요금은 계속 오르고 있다. 치솟는 에너지 가격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소비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걸 보면 우리나라에서 에너지나 전기 사용의 문제는 아직도 국민생활과는 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지금 우리의 에너지나 전력 소비 규모는 세계 10위권을 오르내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몇몇 에너지 부국을 제외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다소비국 반열에 올라 있다. 더욱이 선진국은 에너지 소비가 정체되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데 반해 우리의 소비증가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돼 2025년에는 지금의 약 1.5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인당 전력소비에 있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1인당 소비량이 1만㎾h에 근접해 유럽의 선진국과 일본을 추월한 지 오래다. 그동안 전자, IT 등 고부가형 산업이 꾸준히 늘어났음에도 산업부문의 에너지 구조는 아직도 취약해 철강,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수요가 오히려 늘고 있는 실정이다.

    부존에너지가 거의 전무한 나라에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값싸게 공급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의 취약한 에너지 소비구조에 대해서는 에너지 가격정책, 산업구조 등 근본적인 진단과 해법이 제시되고 있으나, 현실적인 대안으로 시행되기까지는 아직도 요원하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이나 산업구조의 전환과 같은 중장기적 대안이 바람직하기는 하나 당장 발등의 불을 끄기에는 역부족이다. 에너지 절약이나 친환경과 같은 정책구호나 홍보도 에너지는 언제 어디서든 필요하면 사용할 수 있는 것이며 마땅히 국가가 공급해주는 것이란 인식의 틀이 변하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와 같은 대규모 설비를 통해 발전하고 송전하는 공급 중심의 방식으로는 에너지와 환경문제를 제대로 치유할 수 없다. 이제 에너지 수급에 대한 패러다임이 새롭게 정립되어야 할 시점이다.

    수요자의 에너지 소비나 전력수요 행태에 대한 접근 없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공급 위주의 단선적인 접근과 기존의 패러다임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으며 많은 부작용이 유발되고 있다. 에너지를 산업경쟁력의 수단으로 인식해서는 산업구조도 에너지문제도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에너지정책의 목표를 공급하는 것보다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면 신재생에너지, 청정에너지 기술 등 공급기술의 다원화만으로는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전력공급에서 당면하고 있는 대형발전소나 송전선로의 건설은 이제 비단 비용과 환경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적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필요한 에너지를 가능한 그 지역에서 생산하고 이를 합리적인 소비로 연결시켜 주는 분산 및 수요자원에 의한 에너지 수급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최근 기술개발과 더불어 확산되고 있는 스마트전력기술과 분산형 에너지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면 적지 않은 부존자원, 로컬에너지의 발굴이 가능할 것이다. 이와 아울러 전력 다소비나 냉난방 수요를 절감하고 제어할 수 있는 수요관리기술과 수요관리형 요금을 도입하다면 국민생활의 불편 없이 과도한 에너지 소비와 급격한 전력수요의 변동성에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

    에너지나 환경문제에 대한 대응은 거창한 비전과 같은 구호나 일관성 대응을 통해 해결되기 어렵다. 전력난과 같은 위기 시에만 작동하는 비상대책이나 정부의 지도만으로는 지속적인 효과를 얻기 어렵다. 에너지 수급을 정상화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에너지 수급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정책 전환이 시급한 과제이다.

    이창호(한국전기연구원 전력산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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