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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풍수지리] 죽음이 임박한 어느 농부의 이야기

  • 기사입력 : 2013-05-0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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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식을 위해, 아니 어쩌면 가장이라는 책무를 다하기 위해 평생을 농사를 지었던 농부가 이제 기력이 쇠하고, 몸이 급격히 마비가 오는 증상을 보이면서 급기야 죽음이 임박한 상태에 놓여 있다. 언제 이승의 끈을 놓을지 알 수 없는 농부를 보며 가슴속 깊이 스며드는 슬픔을 주체할 길이 없는 자식들이 있다. 농부의 바람에 부응이라도 하듯, 이제 자식들은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이 각자 사회의 중심인물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죽음이 임박한 부친을 보내야만 하기에, 어느 날 필자에게 자식들로부터 좋은 자리를 잡아달라고 하는 의뢰가 들어왔다. 필자가 몇 군데 중에 중점적으로 감결한 곳은 사천시의 모 지역인데, 부친이 살던 집 앞의 밭과 조부모가 안치돼 있는 곳의 주변이었다. 집 앞에 있는 밭의 경우 조망은 좋았지만, 본신(本身·산의 능선 즉 용맥을 뜻함)을 찾아볼 수 없는 무맥지(無脈地)였으며 수구처(水口處·흉한 기운이나 물이 빠져나가는 곳)가 퇴전필(退田筆·좌청룡과 우백호가 감아주지를 못하고 일자형으로 된 산)로 인해 끝까지 설기(洩氣·좋은 기운이 새어나감)가 되어 자리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또한 개장(開帳·산의 펼쳐진 장막)은 어느 정도 되었지만, 천심(穿心·개장한 곳의 중앙에서 능선이 힘차게 앞으로 뻗어나가는 것)이 되지 않아서 더욱더 자리로 쓸 수가 없었다. 물론 개장천심이 되면 혈(穴)자리가 형성될 가능성은 많지만, 반드시 진혈(眞穴)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그런데 부친의 집을 스님이 암자로 쓸 요량으로 팔기를 몇 번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부친의 집은 좌청룡(左靑龍) 끝부분의 안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대체로 좌청룡(左靑龍)과 우백호(右白虎)의 정기를 받을 목적으로 그러한 곳에 암자·절·기도원 등을 짓는 경우가 많다. 아무튼 또 다른 곳인 조부모가 매장돼 있는 곳은 ‘좋은 터’였는데 첫째, 본신(本身·봉분이 있는 본래의 능선)이 뚜렷하고 봉분을 포함한 당판의 중심부분이 약간 솟아오른 형상으로 눈이나 비가 왔을 때 자연스럽게 배수가 되어 혈의 중앙부와 당판으로 물이 침입하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봉분 앞에는 저수지가 있는데 선저수(혈 앞쪽에 자연스럽게 고인 연못이나 저수지)로서 손색이 없었다. 선저수가 있으면 열에 아홉은 부귀하고 곡식이 창고에 가득하게 된다.

    하지만 간혹 기맥(氣脈)과 당판에 비해 너무 큰물은 받아먹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연못이나 저수지가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봉분 앞에 강이나 바다가 있으면 좋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조부모 봉분 앞의 안산은 알맞은 위치에 있어서 앞에서 불어오는 흉풍과 살기를 막기에 충분했으며, 대체로 좋은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친이 안치될 자리는 기맥이 아래로 진행하면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전순(氈脣·산의 기운이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곳) 끝 부분의 암석이 길석(吉石·땅속에 박힌 생기를 품은 돌)으로서 전순의 여기(餘氣·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기운)를 더욱더 응결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본신의 기맥을 이어받고 있으며, 안산(案山)은 청룡이 연결된 산으로 청룡안산이라 하여 대단히 좋은 안산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고운(古云)에는 이를 두고 외양수려천만산, 불여근신일포안(外陽秀麗千萬山, 不如近身一抱案·멀리 바깥에 있는 수려한 천만산이 나의 몸 가까이에서 둘러준 안산만 못하다)이라고 한다.

    그러나 좌청룡의 상층부인 북서방(乾方)이 낮아서 흉풍을 방지하기 위해 활개(흙 둔덕)를 쌓도록 했는데, 이는 기승풍즉산(氣乘風則散·기는 바람을 맞으면 흩어진다)을 의미한다. 아무튼 이러한 곳은 매장도 좋고 화장(火葬)하여 평장으로 해도 무방하다고 하자, 심사숙고 끝에 화장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다가오지만 죽음을 맞는 자에게는 그저 낯설고 두려울 따름이다. 하지만 대체로 평화로운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자들은 가족을 위해 앞만 보고 최선을 다해 달린 결과, 사회에 일익을 담당하는 살가운 인연을 맺은 자식들을 보면서 만족감을 느낄 것이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화산풍수·수맥연구원 055-297-3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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