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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0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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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잘못된 메시지 보내기- 안톤 숄츠(코리아컨설트 대표)

  • 기사입력 : 2013-05-1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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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할 수 없지만 분명 90년대 중반의 어느 날 김포공항에 도착했을 때였다. 당시 삼성의 새로운 광고 문구를 보았는데 광고판 자체가 매우 커서 시선이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큰소리로 소리치는 듯해 보였다. ‘Samsung-The best company in the world’(삼성-세계 최고의 회사).

    순간 웃음이 나왔고 잠시 후 이 광고 문장은 재미로 보는 작품과 같은 것인지 아니면 진짜 광고인지 한순간 의아하게 생각해 볼 정도였다.

    그러나 당시에도 한국인들의 정서를 충분히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광고 영문의 의미에 대해 추후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것이 90년대의 과거 이야기고 삼성은 지금의 삼성이 아니었다. 지금의 글로벌 기업 삼성이 그들의 비즈니스 파트너와 고객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가를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어쨌든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배운 것들은 이곳의 모든 것은 ‘최고’, ‘최대’, ‘최선’의 것들이라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겸손을 미덕으로 여겨선지 내게는 이런 큰소리치는 듯한 자랑식의 표현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며, 최대·최고 등의 수식어가 붙은 것들에 대해 맞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이유를 찾아보게 만든다.

    이런 반응이 유치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이가 다가와서는 나는 최고라고 말을 걸어왔다면 순간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순간 정상적이고 자연스런 반응으로 이상하다고 말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것이다. 그래서 통역가와 컨설턴트로 더 많은 일을 하게 되면서부터 한국 회사들에게 우선적으로 부탁하는 것 중의 한 가지가 국외 비즈니스 상대들에게 좀 더 겸손하고 지나치게 과장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난 몇년을 재빨리 돌려 보았다. 2008년 약 20개국 나라의 대사들로 이뤄진 고위 대표단과 함께 여수를 방문했던 적이 있다. 그들이야말로 지구촌 곳곳에 대해 많은 것을 보고 알아온 국제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들이다.

    여수박람회 조직위원회의 공식초청에 따라 2012년에 개최될 엑스포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홍보 애니메이션 영상물을 보기 위해 여수엑스포 홍보관에 들어가게 되었고, 물론 10분간 상영된 영상물은 내가 짐작한 그대로였다. 멋진 컴퓨터 그래픽과 메시지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영상물은 우리에게 뉴욕 또는 런던이나 파리 같은 도시는 잊어버리라는 식으로 2012년 여수는 새로운 중심이 될 것이며 전 세계는 오직 여수를 향해 바라보게 될 것이고 여수 엑스포는 세계 역사를 바꾸게 될 거라는 식이었다.

    자신의 언어와 문화로 국경을 넘는 사람들은 인식이나 지각이 자신과는 다르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이제 삼성은 세계 최고란 선전문구를 지속적으로 내건 지 20여 년이 되었고 그동안 큰 성장을 하며 많은 것을 배웠음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최근 미국 뉴욕에서 있었던 갤럭시4 모바일폰의 론칭 이벤트에서 그들은 브로드웨이식의 쇼를 넣었고 결국 이것은 세계 곳곳에 참으로 큰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안타깝게도 모두 호평이 아니었다. 기술에는 완전 문외한인 행복한 주부, 공부밖에 모르는 아이 등 사회의 고정관념이 담긴 완전히 낡은 성차별적 견해를 묘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분명 삼성이 좋은 자문가와 함께 일하는데 돈이 없었다곤 생각하긴 어렵다. 그러나 꼭 그렇게 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면, 아니면 자문가와 일을 하면서도 조언을 듣지 않는다면 어떻게 지구촌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지난 90년대와 비교해 본다면 한국은 지난 20년간 더욱더 국제화됐고, 삼성과 같은 한국의 기업들은 세계 시장을 관통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바른 메시지로 한국과 그들의 상품과 행사를 홍보하는 데에는 여전히 개선해야 할 여지가 남아 있다고 확신한다.

    안톤 숄츠(코리아컨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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