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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3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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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아이디어와 감각, ‘창조적 자영업’의 열쇠- 조문기(경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

포화상태인 자영업도 블루오션의 기회 항상 열려 있어

  • 기사입력 : 2013-05-2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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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동네 가게를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자영업자에게 은행대출 보증을 해 주는 일을 하다 보니 가게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생긴 직업병인 듯하다.

    출퇴근 때 지나다니는 창원시 ‘반지로 16번길’ 600여m 양쪽은 동네 가게들로 가득하다. 생활용품 마트, 직접 굽는 빵집, 간단히 한잔할 수 있는 호프집, 칼국수집·국밥집·횟집 등 음식점이 있고, 문방구, 철물점, 애견미용실도 있다.

    감사의 달인 오월에 동네가게를 둘러보니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든다. 생필품을 적절히 공급해 줄 뿐만 아니라 우리네 삶을 풍성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좋은 물건과 서비스에 훈훈한 인정까지 덤으로 따라올 때면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요즘 ‘반지로 16번길’의 거리 풍경이 부쩍 자주 바뀌고 있다. 지난달 몇 개나 있던 마트 중 한 곳이 폐업하더니 지난주 그곳에 족발집이 개업했고, 그 옆 가게는 한동안 비었다가 국밥집이 새로 들어섰다. 영세한 자영업자가 밀집한 우리 동네에서 문을 닫는 가게가 하나둘 늘어나는 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3년 4월 기준 자영업자 수는 571만6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2510만3000명 중 22.8%를 차지하였다. 한때 자영업자 비중은 34.2%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올 4월에는 1983년 통계 발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로 떨어지고 말았다.

    또한 지난 일 년간 취업자 수는 34만5000명 늘어난 데 반해 자영업자 수는 오히려 9만 명 줄었다. 경남도의 자영업자 수는 지난 4월 현재 42만7000명으로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폐업과 개업이 속출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최근 자영업이 불안하거나 쇠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2011∼2012년 대거 창업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경기 부진으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직장을 떠나 퇴직금으로 창업한 사람이 늘었으나 과다한 경쟁과 내수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자영업 시장에 생계형 개업이 늘어날수록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경쟁이 심화되기 때문에 결국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러므로 자영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내고 주변가게에도 제로섬(zero-sum)이 아닌 플러스섬(plus-sum) 효과를 줄 수 있는 형태의 창업이 많이 늘어야 할 것이다.

    우리 주변에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창업해 성공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들어선 창업형 가게들은 저마다 개성 있고 차별화된 특성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로 붐빈다고 한다.

    전도유망한 외교관에서 우동집 사장으로 변신해 유명해진 서울 강남역 부근의 ‘우동명가 기리야마’도 새로운 아이템으로 창업해 성공했다는 평가다.

    지난 3월 제주도 서귀포에 문을 연 카페 ‘서연의 집’은 영화 ‘건축학개론’을 배경으로 전국에서 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독창성과 차별화가 있었기에 멀리서도 신규 고객이 찾게 되고 결국 지역 상권에도 플러스 효과를 주고 있다.

    요즘 국내 경기의 회복이 미약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아직 쉽게 지갑을 열지 못하고 있다. 청장년층의 고용 상황이 악화되고 창업 의지도 약화된 것 같아 안타까움을 더한다. 그러나 곰곰이 둘러보면 성공한 창업이 적지 않다. 정희성 시인은 그의 시 ‘희망’에서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그 별은 아무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 별은 어둠속에서 조용히/ 자기를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의 눈에나 모습을 드러낸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섬세한 감각을 발휘한다면 자영업에도 블루오션의 기회는 항상 열려 있다. 문제는 소비자의 관심과 새로운 수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창의성이다. 자영업에도 ‘창조경제’의 봄바람이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조문기(경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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