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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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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와 젖소- 유희선

  • 기사입력 : 2013-06-1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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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사 담장에

    살구나무 세 그루

    소젖 한 번 빨아보지 못하고

    살구는 익어가네

    일 년 내내 김 오르는 똥오줌 냄새로

    살구는 통통해지네

    녹슨 자물쇠 너머

    명례공소 종소리

    낙동강 물을 퍼 올려

    살구를 씻어주네

    젖소들이

    눈을 끔뻑일 때마다

    살구 떨어지는 소리

    침 흘리는

    비탈진 축사로

    굴러가는

    살빛

    살구들


    -<시인의 눈> 2012년. 한국문연


    ☞ ‘비탈진 축사’엔 높이 치솟는 사료값과 FTA 체결로 인한 축산농민의 발걸음이 시커멓게 찍혀 있다.

    마을 언저리에 매달려 있는 붉게 상처 입은 현수막과 ‘녹슨 자물쇠’가 피폐해져 가는 축산농가의 현주소를 전하고 있다.

    성당이 아닌 ‘공소’라. 어쩌면 ‘살빛/살구’에서 보듯이 파묻히는 ‘젖소’들로 인한 ‘축사’는 거의 텅 빈 상태는 아닐까.

    구제역을 앓고 있는 ‘젖소’와 ‘살구’빛과 ‘소’의 눈에 흘러내리는 석양의 시각적 이미지가 오버랩되어 있어 한 장의 사진을 보는 듯하다.

    ‘종소리’에서 엿볼 수 있듯이 한우의 특성화 사업으로 인한 희망의 기미가 보인다. 쉽게 씨와 살점이 분리되는 ‘살구’처럼 실패 속에서 성공의 불씨는 타오를 것이다. 박우담(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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